[논평]화물운송 위수탁관계는 하도급법 적용 대상

 


“화물운송 위수탁관계는 하도급법 적용 대상” 

 공정위 기존 입장은 경제민주화에 역행하고 자의적 판단에 불과

 

1.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 중 하나는 “경제민주화”이다. 그 만큼 우리 사회에는 대기업의 중 · 소기업에 대한 불공정행위 즉 반칙행위가 만연해 있고, 그로 인해 많은 중 · 소기업들이 고통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최근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법 개정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2. 그 일환으로 지난 4월 30일, 하도급 분야에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권을 부여하고, 기술 탈취에 한정됐던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용범위를 부당한 단가인하 · 발주취소 · 반품 행위에까지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하도급법이 “경제민주화 1호 법률”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하도급 거래에서 대기업의 횡포가 매우 심각하고 이를 시정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3. 참여연대는 지난 4월 26일, CJ대한통운의 목포지사가 화물운송 수탁인들에게 자행하고 있는 각종 불공정행위들을 신고하였다(https://www.peoplepower21.org/Economy/1013410 / https://www.peoplepower21.org/Economy/1015747 참조). 이와 관련 지난 4월 30일, 공정위 서울사무소가 신고인인 참여연대에 적용 법률 검토를 위한 사실관계 확인 문의를 해왔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부위원장 김성진 변호사)는 화물운송 위수탁관계는 하도급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공정위의 기존 입장이 화물운송시장의 실태와 하도급 해석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따른 것임을 밝힌다. 참여연대는 이번 CJ대한통운의 불공정행위 신고를 계기로 공정위가 각종 불공정행위가 난무하는 화물운송 위수탁관계에 하도급법을 적용할 것을 촉구한다.

 

4. 그 동안 공정위는 화물운송 수탁자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의한 운송사업의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하도급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는 노대래 공정위 위원장이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로서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의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화물운송을 위탁받은 운전자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의한 운송사업의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아닌 경우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답변한 것을 통해 재차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정위 입장은 하도급법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 근거한 것으로 심히 부당할 뿐만 아니라, 최근 국회가 하도급 거래와 관련하여 대기업의 횡포를 근절하기 위해 하도급법을 개정한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5. 하도급법에는 화물운송에 관한 용역하도급의 경우 그 수급사업자의 범위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의 허가를 받은 화물운송사업자로만 한정하도록 하는 명문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원사업자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화물운송사업자일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규정이 존재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를 부당하게 확정 해석하여 원사업자뿐만 아니라 수급사업자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화물운송사업자여야만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의 이와 같은 법률해석은 하도급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부당한 해석에 불과하다. 하도급법은 하도급 거래에서 대기업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중 · 소기업에 대해 불공정한 행위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그렇기에 하도급법은 원사업자를 중 · 소기업자가 아닌 자(즉 대기업)로 규정하고 수급사업자를 중 · 소기업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정위가 화물운송에 관한 용역하도급과 관련하여 수급사업자의 범위를 대기업이나 받을 수 있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상의 허가를 받은 화물운송사업자에 한정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하도급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를 무색케 하는 부당한 해석이다. 이는 사실상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상 허가를 받은 대기업에 대해서는 지입제 화물운송 계약이나 위수탁계약 관계에서 하도급법상의 의무를 면죄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6.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의 허가를 받은 화물운전자이든 받지 않은 운전자이든 원사업자인 대기업에 대한 법률상 지위와 수행하는 역할이 동일함에도 하도급법 적용 여부를 달리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 또한 다른 하도급 유형들과 달리 화물운송 하도급에 대해서만 관련 법령상의 허가를 취득한 수급사업자에 대해서만 그 적용범위를 좁히는 것은 법 적용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공정위는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법률해석에 기반한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여 화물운송에 관한 용역하도급에 하도급법을 적용해야 마땅할 것이다.

 

7. 공정위 입장의 문제점은 법리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수탁 화물운전자들을 법의 사각지대로 방치해 수탁 화물운전자에 대한 대기업의 각종 불공정행위를 조장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일단 화물운전을 하는 개인사업자 중에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의 허가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공정위의 입장에 따르면 하도급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주지하다시피 화물운전자들은 자신들의 지위가 노동자임을 인정받기 위해 오랫동안 투쟁해 왔으나 노동부는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아 이 관계에는 노동법상의 규율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공정위마저 부당한 법률해석을 기반으로 하도급법 적용을 거부한다면 현실적으로 대기업의 불법행위를 규율할 유의미한 법규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결과를 초래한다.

 

8. 화물운송 용역하도급을 공정거래법 상의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규율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만약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상의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 지입제 화물운송 관계나 위수탁 관계에서 공정위 신고건수와 대비 처벌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 공개할 수 있는가?

화물운송 용역하도급에 대해 공정거래법 상의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규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하도급법 적용에 비해 규율 효과가 뚜렷하게 약화되는 측면이 있다. 하도급법은 불공정행위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법 적용의 자의성을 최소화하는 데 반해, 공정거래법은 불공정행위의 유형이 보다 포괄적이어서 자의적 적용 여지가 넓고, 그 성립요건도 상대적으로 엄격하다. 또한 하도급법은 원상회복 등의 강력한 시정조치가 가능하지만 공정거래법의 시정조치는 과징금 부과에 집중해 위반 행위에 대한 패널티가 훨씬 약하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상의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규율할 수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화물운송 용역하도급에 대해서는 하도급법을 적용해야 한다.

 

9. 이상을 종합했을 때 공정위가 화물운송 위수탁 관계에 대해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화물운송 시장을 공적 규율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로 방치하겠다는 입장에 다름 아니다. 공정위는 그 결과가 이번 CJ대한통운의 사례처럼 대기업 화물사업자의 수탁인 운전자에 대한 각종 불공정행위로 귀결되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참여연대는 제2, 제 3의 추가 공정위 신고를 통해 계속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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