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화국 무엇이 문제인가

‘삼성관련보도 어떻게 경제의제를 왜곡하나’ 토론회 – 김상조 교수 발제문

7월 12일 서울 프레스센터 7층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공화국’에 관한 흥미로운 토론이 열렸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주최한 ‘잘못된 삼성관련보도 어떻게 경제의제를 왜곡하나’ 토론회에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석한 언론, 시민사회, 학계 등 각계 인사들은 각 입장에서 ‘삼성공화국’의 실체와 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김상조 교수(한성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는 실증적 자료를 근거로 ‘삼성그룹의 경제적 지배력과 사회적 지배력’을 분석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인터넷참여연대는 김상조 교수의 발제문 전문을 싣는다.

Ⅰ. 경제환경을 지배하는 권력자, 삼성

□ ‘삼성공화국’: 단 1% 반대세력의 질시가 아닌, 국민경제 전체의 문제

ㅇ 이건희 회장의 고려대 ‘철학’ 명예박사 학위 사건, 공정거래법 제11조(계열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에 대한 위헌 소송 제기, 그리고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이하 금산법) 개정 논란 등 최근 일련의 사태는 ‘삼성공화국’ 논란이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음.

ㅇ 무엇보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은, 삼성공화국 비판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성과를 시기하는 것도 아니고, 나아가 삼성전자의 성장을 억제해야겠다는 반시장적 정서의 표출도 아니라는 사실임.

– 삼성전자는 더욱더 성장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더욱더 많은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해야 함.

– 또한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더욱더 많이 나와야 함.

– 여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음. 여기에는 단 1%의 반대세력도 없음.

□ 그러나, 기업은 rule of game에 순응하는 player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이미 rule을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즉 경제환경을 지배하는 권력자로 변모하였음.

ㅇ 삼성공화국 비판의 핵심은, 삼성이 경제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하는 기업조직의 차원을 넘어, 경제환경을 왜곡하고 오염시키는, 그럼으로써 그 자신의 조직적 탄력성은 물론 국민경제의 동태적 활력마저 질식시키는 경제권력으로 변모하였음을 경계하는 것임.

– 금산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문제 등 삼성의 위법 행위를 적법 행위로 둔갑시키는 법 개정안 사례에서 확인되듯이, 삼성의 힘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권능을 이미 초월했음.

– 국민소득 2만불, 산업혁신 클러스터, 기업도시 등 정책 의제의 선점 사례에서 보듯이, 삼성의 기획력은 정부 관료의 능력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음.

– 고위 판검사와 유망 변호사를 블랙홀처럼 싹쓸이하는 과정에서 ‘삼성에서 전화 받았느냐’가 법조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유일 기준이 되었음.

– 삼성전자 제품을 선전하는 전면광고 바로 옆에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을 찬양하는 기사가 실린, ‘사회의 소금’기가 짝 빠진 싱거운 신문만 남았음.

– 수백억원의 발전기금 기부를 받기 위해 구조본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CEO 대학총장님의 자화상 속엔 ‘비판지성의 빛’이 꺼진 곡학아세의 어둠만이 짙게 깔려 있음.

– 삼성의 요구를 재계 전체의 요구로 포장하는 전경련을 ‘삼경련’으로 부르는 여타 경쟁재벌의 냉소 속에서조차 경쟁질서의 실종에 직면한 두려움이 배어 있음.

ㅇ 삼성공화국 비판은 바로 입법, 행정, 사법, 언론, 대학, 경쟁기업 등 우리 사회의 감시와 견제의 메커니즘 모두가 예외 없이 삼성의 경제권력 앞에 무릎 꿇는 현실을 지적하는 것임.

– 삼성공화국은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많이 출현’하는 것을 막는 절대적 진입장벽으로 작용함으로써 한국경제의 미래를 잠식하고 있음.

– 삼성공화국은 이건희 회장 본인의 위기경영론과는 정반대로 위기징후에 둔감한 환경지배자로 군림함으로써 그 스스로의 미래를 잠식하고 있음.

– 따라서 삼성공화국은 한국경제 전체에 대한 위협이자 삼성그룹 및 이건희 회장 일가 그 자체에 대한 위협임.

□ 하나의 또는 소수의 기업이 경제권력을 장악하여 궁극적으로 경제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국가’(company state)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음.

ㅇ 첫째, 시장경쟁 압력을 제고하고, 시장경쟁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법질서를 엄격히 세우는 방식: 앵글로색슨식 주주 자본주의 모델(shareholder capitalism)이고, 그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영국임. 물론 이들 나라가 기업국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성공적이었냐를 평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ㅇ 둘째, 자본의 집중⋅집적은 허용하되, 이를 경제영역 이외의 사회적 세력 균형을 통해 제어하는 방식: 유럽대륙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stakeholder capitalism)이고, 그 대표적인 나라가 스웨덴⋅독일임. 물론 이들 나라의 경제적 동태성에 대한 평가 역시 별개의 문제이지만….

ㅇ 이 두 가지 접근방식의 우열을 평가할 수 있는 선험적⋅경험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음.

□ 문제는, ‘삼성공화국’은 어디로 가려 하느냐는 것임.

ㅇ 그것은 미국⋅영국식도 아니고 스웨덴⋅독일식도 아님. 자본간 관계(특히 국내외 자본간 관계)에서는 스웨덴⋅독일식을, 계급관계(노자관계)에서는 미국⋅영국식을 요구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음.

ㅇ 지금 삼성은 미국⋅영국식, 즉 시장경쟁의 근간이 되는 법질서 자체를 무너뜨리고 있음. 이것이 ‘이재용씨로의 불법 승계 문제’로 대변되는 것이며, 공정거래법⋅금산법⋅금융지주회사법 등 최근의 법적 논란의 배경이 되고 있음.

ㅇ 또한 삼성은 스웨덴⋅독일식, 즉 사회적 합의 모델도 부정하고 있음. 이것이 이른바 ‘무노조 경영 문제’로 대변되는 것이며, ‘철학’ 명예박사 학위 사건, 노동자 위치 추적 사건, 삼성 본관 앞 집회 사건 등의 배경이 되고 있음.

□ 따라서, ‘삼성공화국’ 비판을 통해 삼성그룹에 묻고자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음.

ㅇ ‘삼성이 원하는 한국사회의 미래는 무엇인가?’ ‘시장경쟁질서도, 사회적 합의질서도 작동하지 않는 사회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경제성장의 동태성을 유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ㅇ 삼성은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해야 함.

□ 단, 삼성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기 이전에 먼저 고려하여야 조건이 있음. 그것은 삼성은 한국사회의 미래상에 대한 설계를 독점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임. 삼성은 그럴 권한이 없음. 삼성은 외부 환경을 왜곡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스스로의 내부 문제, 즉 삼성의 후진적 기업지배구조부터 개선하는 노력을 하여야 함.

ㅇ 삼성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삼성의 미래를 걱정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단 1%의 반대세력”으로 치부하는 그 오만함부터 버려야 함.

ㅇ 그리고 이재용씨를 총수로 만들기 위해서는 불법도 적법으로 만들 수 있다고 오판하는 ‘삼성 내부의 단 1%의 가신그룹’부터 생각을 바꾸어야 함.

ㅇ 그리고 무엇보다, 총수의 말 한마디면 CEO 40여명이 일사분란하게 복창하는 기업문화를 효율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총수 일가의 세습왕조적 사고방식’부터 위기경영론의 관점에서 재고하여야 함.

□ 삼성에 위기가 닥쳐온다면, 그것은 내부로부터의 위기일 것이기 때문임.

Ⅱ. 삼성의 경제력

Ⅱ-1. 시장구조 변화의 일반적 추이

□ 이하의 논의는 공정위(2003.12.10), 보도자료 ‘2001년 시장구조 조사⋅분석 결과’를 기초로 한 것임.

□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ㅇ 80년대 이후 경제규모의 확대 및 개방화의 진전으로 시장의 집중도가 지속적으로 하락.

– 외환위기 당시 일시적으로 상승하였으나, 1999년 이후 일반집중도, 산업집중도, 시장집중도 모두 하락하는 추세.

– 경제위기 요인을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의 산업이 전반적으로 경쟁적인 구조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

ㅇ 다만, 광공업 부문의 전반적인 집중도 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를 주도하는 일부 주력산업 및 품목의 집중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 일반집중도: 50대 및 100대 기업의 점유 비중

ㅇ 상위 50대 및 100대 기업의 일반집중도는 1997-98년에 크게 높아졌으나 경제위기가 수습된 1999년도부터 하락 추세.

<표 1> 일반집중도의 추이 (단위: %)

□ 산업집중도: 표준산업분류상 5단위 기준(2001년 491개)

ㅇ 산업집중도도 일반집중도와 같이 외환위기시 크게 상승하였으나, 1999년부터 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냄.

– 1980-2001년간 단순평균 CR3의 하락(62.4%→43.4%)에 비해 가중평균 CR3의 하락(55.1%→51.5%)이 작았던 것은 출하액 비중이 큰 주력산업 집중도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임을 의미.

ㅇ 산업의 규모별 집중도에 있어서는 규모가 큰 산업일수록 집중도가 낮아지다가 1조원 이상의 대형 산업에서는 오히려 집중도가 높아짐.

– 장치산업의 특성을 갖는 5조원 이상의 초대형 산업은 높은 집중도를 보임.

– 2001년 기준 출하액 5조원 이상 21개 산업 중 11개 산업의 CR3가 70%를 넘는 고집중 산업으로 나타남.

– 산업규모면에서 1-5위에 해당하는 ‘자동차’, ‘원유 정제’, ‘방송 및 무선통신기기’, ‘강선건조’, ‘전자집적회로’ 산업은 CR3가 모두 70%를 상회.

<표 2> 산업집중도 평균의 변화 (단위: %, HHI*1000)

주 CR3: 상위 3사의 시장 점유율 합계,

HHI(Hirshmann-Herfindahl Index): 모든 참여기업의 시장 점유율 제곱의 합계

□ 시장집중도: 표준산업분류상 8단위 기준(2001년 3,056개)

ㅇ 시장집중도의 평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외환위기시 소폭 상승하였으나, 1999년도 이후 하락추세가 지속되고 있음.

– 다만, 가중평균 CR3와 HHI는 아직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상회.

ㅇ 품목시장의 규모가 클수록 집중도는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나, 시장규모가 1조원 이상인 대형 품목의 경우에는 집중도가 높아지는 형태를 보임.

<표 3> 시장집중도 평균의 변화 (단위: %, HHI*1000)


 

Ⅱ-2. 삼성의 경제 지배력 (금융보험업 제외)

□ 이하는 논의는 주로 KIS-Line 자료를 이용한 것임.

□ 30대재벌, 5대재벌, 그리고 삼성그룹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요약한 <표 4>를 보면, 공정위의 시장구조 추이 분석 결과와는 상당히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음.

□ 첫째, 1997년 외환위기 발생 이전까지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이 계속 강화되어 왔음.

ㅇ 이는 일반집중도, 산업집중도, 시장집중도 모두에서 외환위기 이전까지 집중도가 완화되는 평균적 추세를 확인했던 공정위 조사 결과와는 다른 것이지만,

ㅇ 다른 한편으로는, 대규모 품목 또는 대규모 산업에서는 오히려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공정위 조사 결과와 부합하는 것이기도 함.

ㅇ 결국, 외환위기 이전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대표적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여신관리제도 등)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의미.

□ 둘째, 외환위기에 따라 1997-98년간 집중도가 크게 높아졌다가 1999년 이후 하락하는 양상은 동일하나, 2001년 이후 특히 5대재벌과 삼성그룹의 점유 비중이 다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임.

<표 4> GDP대비 30대재벌, 5대재벌, 삼성그룹의 비중(금융보험업 제외) (단위: %)


 

 

주: GDP(A)는 농림어업, 금융보험, 공공행정국방, 보건복지 부문을 제외한 GDP

ㅇ 외환위기에 따라 기존의 30대재벌 중 절반 이상이 부도 내지 계열분리된 상황에서 30대재벌의 점유비중 하락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ㅇ 1999년 대우그룹 해체, 2000년 이후 현대그룹의 계열분리에도 불구하고, 최근 5대재벌의 점유 비중이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매출액과 부가가치 점유 비중에서는 상승 경향을 보이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임.

ㅇ 그 요인은 상당부분 삼성그룹의 ‘눈부신 성과’에 기인.

– 2002년 5대재벌 및 삼성그룹의 점유 비중은 모든 항목에서 1987년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음.

– 특히 삼성그룹(금융보험업 제외)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농림어업⋅금융⋅비영리 부문을 제외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7년 1.9%에서 2002년 4.1%로 크게 높아졌음.

– 2003년 이후 삼성그룹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되고, 특히 (후술하는 바와 같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영향력을 추가하고, 나아가 부품⋅소재, 유통 등 전후방 연관효과까지 고려한다면, 삼성그룹의 국민경제적 위상은 절대적인 수준으로 높아졌음.

□ 삼성그룹의 위상은 <표 5> 30대재벌 대비 점유 비중, 그리고 <표 6> 5대재벌 대비 점유 비중에서도 확인할 수 있음.

ㅇ 1987년 당시 삼성그룹은 5대재벌 중의 하나였을 뿐이나, 최근에는 경쟁 상대가 없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음.

<표 5> 30재벌 대비 5대재벌과 삼성그룹의 비중 (금융보험업 제외) (단위 : %)

<표 6> 5대재벌 대비 삼성그룹의 비중 (금융보험업 제외) (단위: %)

 

<표 7> 각 업종별 국내외 대표기업1) 비교 (2003년 연결재무제표 매출액 기준)

(단위: 백만US$)

주 : 1) 2003년중 국내 대표기업(5개업종 15개업체)의 매출액은 제조업 전체 매출액(기업경영분석대상 기준)의 27.4%를 차지하며, 세계 주요기업은 2003년 12월말 현재 Dow Jones Sector Titans에 공시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조업 업종별 매출액 상위 3대기업을 선정

2) 비율은 각 업종별 세계 1위 기업에 대한 비율임

3) 2003년중 업체가 분할된 삼성종합화학은 제외

4) 금융사업부문(GESE) 비중이 높은 GE사는 제외

5) General Motors Corp.은 금융사업부문을 제외

자료: 한국은행(2005.3.17), ‘우리나라 대표기업과 세계 주요기업의 경영성과 비교’, 보도참고자료

□ 특히 삼성전자는 그 규모는 물론 수익성 측면에서도 이른바 글로벌 기업으로서 손색이 없는 수준으로 성장하였음(<표 7> 참조).

ㅇ 삼성전자는 전기전자업종에서 세계 최대기업(2003년 연결재무제표상 매출액 기준)인 IBM의 61.0% 수준의 규모를 기록하고 있음.

– 이는 철강업종에서 포스코가 ThyssenKrupp의 36.5%, 자동차업종에서 현대자동차가 Daimler Crysler의 22.7% 수준인 것과 비교됨.

ㅇ 또한 삼성전자는 2004년에 세계에서 9개 기업뿐인 당기순이익 100억 달러 클럽에 들기도 하였음.

□ 또한 삼성그룹의 14개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107조원으로서(2005.7.8 종가 기준), 주식시장 전체의 시가총액 475조원 중 22.5%를 차지하고 있음.

ㅇ 그 중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84조원(보통주 76조원, 우선주 8조원)으로서,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 시가총액의 78.5%, 주식시장 전체의 17.7%를 차지하고 있음.

Ⅱ-3. 삼성의 금융 지배력

□ 삼성의 지배력은, 단순히 삼성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의 ‘눈부신 성장’에만 근거하고 있는 것이 아님.

ㅇ 삼성은 다른 재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금융보험업종의 비중이 높음.

ㅇ 삼성의 계열 금융보험회사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그룹의 지배구조 및 승계구도에서 핵심 고리에 있을 뿐만 아니라, 삼성의 경제 지배력 및 사회 지배력의 핵심 수단이 되고 있음.

□ 2005.7.1 현재 삼성그룹의 계열사는 61개사로, 그 중 금융보험회사는 9개임.

ㅇ 삼성벤처투자(주), 삼성생명보험(주), 삼성선물(주), 삼성증권(주), 삼성카드(주), 삼성투자신탁운용(주), 삼성화재해상보험(주), (주)생보부동산신탁, 삼성화재손해사정서비스(주) 등.

□ 2005.4.1 현재 이들 9개 금융보험회사의 총자산은 117.6조원으로, 삼성그룹 전체의 총자산 209.1조원의 56.2%를 차지하고 있음.

ㅇ 2005.4에 지정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비금융보험업의 자산이 2조원 이상인 기업집단) 55개 중 그룹내 금융보험업의 자산 비중이 삼성그룹보다 높은 기업집단은 3개뿐임(태광산업(61.6%), 한화(73.9%), 동양(75.7%)).

– 이들 3개 기업집단은 삼성그룹과 규모면에서 비교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삼성그룹내의 금융보험업 비중은 유례가 없는 것임.

ㅇ 또한, 55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85.5%에 해당하는 47개 기업집단이 금융보험업의 자산 비중이 10% 미만을 기록하고 있음.

ㅇ 결국 공정거래법(제11조 계열 금융보험회사 의결권 제한), 금산법(제24조 동일계열 금융기관의 다른 회사 주식 소유 제한), 금융지주회사법 등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원칙과 관련된 각종 법률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재벌은 사실상 삼성그룹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음.

<표 8>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내 금융보험회사의 자산 비중 분포 (2005.4.1 기준)

(단위 :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2005.4.8), ‘개편된 대기업집단 제도에 따른 2005년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 보도자료

<표 9>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내 금융보험업 비중 (2005.4.1 기준) (단위: %)

□ 삼성그룹내 금융보험업의 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높아졌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할 사항임(<표 10> 참조).

ㅇ 1998.4 당시 금융보험업의 삼성그룹내 자산 비중은 37.1%에 불과하였으나(이 역시 다른 재벌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ㅇ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삼성’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기초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투신운용, 삼성카드 등은 시장 점유율을 급속히 확대시킬 수 있었고, 대부분 각각의 세부업종에서 부동의 1위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였음. 그 결과 2003.4 당시 금융보험업의 그룹내 자산 비중이 59.5%로까지 상승하여 1998.4 대비 22.4%p가 상승하였음.

ㅇ 이후 삼성카드의 부실로 인해 금융보험업의 비중은 약간 하락하였으나, 여전히 다른 재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

<표 10> 삼성그룹 금융보험회사의 규모 및 그룹 내 비중 추이 (단위: 10억원, %)

주: ( )는 전체 계열사 대비 비중임

자료: 공정위의 각년도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관련 보도자료

□ 삼성그룹의 금융보험회사는 지배력의 핵심 수단임에는 틀림없으나, 다른 한편, 삼성그룹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이기도 함.

ㅇ 금융업종과 비금융업종의 수익성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으나, <표 10>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금융업종의 당기순이익 비중은 매우 불안정한 변동 양상을 보이고 있음.

ㅇ 삼성카드의 부실은 금융계열사로 인한 사업적⋅재무적 위험을 대변하고 있음.

– 삼성카드는 부실을 메우기 위해 2003.5 2,000억원 증자, 2004.4 1조 5,000억원 증자, 2005.4 1조 2,000억원의 증자 등 최근 3년간 총 2조 9,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였으며,

– 삼성카드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총 1조 6,493억원의 자금을 투입하였고, 최근 2년간 지분법 평가손실로만 1조 6,700억원의 손실(2003년 8,900억원, 2004년 7,800억원)을 떠안았으며, 당분간 삼성카드로 인한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됨.

– 최근 삼성전자가 ‘눈부신 성과’를 기록하고 있었기에 이러한 천문학적 액수의 자금부담과 손실부담을 감당할 수 있었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삼성전자와 그룹 전체의 부실로 비화될 수도 있었음.

□ 또한 금융보험회사의 건전경영 원칙을 무시함에 따른 사업적⋅재무적 위험뿐만이 아니라, (특히 후술하는 바와 같이, 이재용씨로의 승계 구도와 관련하여) 준법경영 원칙을 무시함에 따른 법률적 위험(legal risk)은 그룹 전체의 최대 위협요소로 부각된 상황임.

Ⅱ-4. 삼성의 사회 지배력

□ 현재 참여연대에서는 일명 ‘삼성백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음.

ㅇ 삼성백서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정관계 인맥 관리’, ‘언론 관리’, 그리고 ‘사회담론 및 정책의제 선점’ 등으로 표현되는 삼성의 한국사회 지배력에 관한 부분임.

ㅇ 향후 참여연대는 각 항목별로 보고서가 만들어지는 대로 이를 공개할 예정이며, 이를 모두 묶어 ‘삼성백서’로 발간할 계획임.

□ 이 글에서는 2004년 삼성그룹의 4대 매체별 광고비 지출 현황만 간단히 살펴보고자 함(<표 11> 참조).

ㅇ 삼성그룹은 2004년에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 4대 매체를 통해 총 3,091.9억원의 직접 광고비를 지출하였음.

<표 11> 2004년 삼성그룹의 4대 매체별 광고비 지출 현황 (단위: 억원)

□ KBS, MBC, SBS 등 3대 방송사의 2004년 광고비 수입총액(감사보고서 기준)은 1조 8,365.6억원.

ㅇ KBS 6,282.0억원, MBC 6,438.5억원, SBS 5,645.1억원 등.

ㅇ 삼성그룹의 2004년도 TV광고비 1,665.0억원은 상기 3대 방송사 광고수입액 대비 9.07%의 비중.

□ 13개 전국 일간지(경제지 3개 포함)의 2004년도 매출총액은 1조 8,192.0억원.

ㅇ 경향 749.5억원(2005.3 결산 자료, 나머지 신문사는 2004.12 결산 자료), 국민 413.2억원, 동아 2,971.4억원, 매경 1,572.2억원, 문화 827.2억원, 세계735.9억원, 서울 846.6억원, 서경 402.2억원, 조선 3,985.2억원, 중앙 3,455.9억원, 한겨레 805.5억원, 한국 1,085.4억원, 한경 1,061.8억원 등.

ㅇ 이들 13개 신문사가 전체 신문사를 포괄하는 것도 아니고, 이들 신문사의 매출액이 모두 광고수입도 아니라는 자료상의 한계를 감안한 상태에서,

ㅇ 삼성그룹의 2004년도 신문광고비 1,225.6억원은 상기 13개 일간지의 매출총액 대비 6.48%의 비중.

Ⅲ. 삼성의 지배구조와 최근의 법적 논란

Ⅲ-1. 현단계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한계

□ 현재 우리나라의 회사법(상법 및 증권거래법)은 구래의 독일법 또는 일본법 체계 위에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도입된 미국법 체계가 덧씌워져 있는 상황임.

ㅇ 이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일 수는 있겠으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독일법 특유의 (성문법에 기초한) 사법 엄격주의도, 미국법 특유의 (법원의 판례와 감독기구의 재량권에 기초한) 사법 보편주의도 확립되지 않음.

ㅇ 그 결과 법체계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전혀 좁혀지지 않는, 또는 정부당국이 이 괴리를 방조 내지 조장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음.

ㅇ 이것이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임.

– 법체계와 현실의 괴리가 계속되는 한, 즉 법체계 자체 및 이를 집행하는 국가권력에 대한 불신이 계속되는 한, 주주 자본주의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도 성립 불가능함.

□ 특히 market player는 기업집단임에도 불구하고, rule of game은 개별법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법체계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계속되고 있음.

ㅇ 김대중 정부 이래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재벌개혁은 개별법인, 특히 개별 상장법인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에 집중되었음.

– 상법 및 증권거래법 개정에 의한 사외이사제도 도입, 감사위원회제도 도입, 주주대표소송 등의 소수주주권 강화, 증권집단소송제도 도입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임.

□ 반면, 기업집단 자체에 대한 규제 부담은 대부분 공정거래법에 전가되어 있는 실정임. 공정거래법 제10조(출자총액제한)와 제11조(계열금융기관 의결권 제한)가 그 대표적인 예임.

ㅇ 그러나 공정거래법에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 과제를 담는 것은 그 규제수단의 성격(규제기준 설정의 자의성, 그리고 이에 따른 로비 가능성) 및 여타 정책적 고려(기업 설비투자 진작, 산업정책적 목적, 국적자본 보호 등)의 문제로 인해 사실상 파산상태에 이름.

ㅇ 공정위의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과 재경부의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폐해방지 로드맵’의 내용이 이러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음.

– 지배구조 개선의 효과보다는, 정부정책의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역효과만을 유발하고 있는 실정임.

□ ‘지배하는 자(controlling person)는 그 지배권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한다’,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의 책임은 개별법인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새로운 과제로 되어야 함.

ㅇ 이러한 원칙이 회사법, 금융법, 경쟁법에 일관성 있게 제도화되어야 하며,

ㅇ 이러한 원칙이 정책당국, 감독당국, 사법당국에 의해 엄격하게 집행되고,

ㅇ 이러한 원칙이, 궁극적으로는, 노동법과도 정합성을 가져야 함.

Ⅲ-2. 삼성그룹의 소유구조 현황 및 지배구조의 문제

□ 2004.4.1 현재 삼성그룹의 전체 납입자본금은 7조 4,788억원(<표 12> 참조).

ㅇ 그 중 동일인인 이건희 회장 0.44%, 이재용씨를 비롯한 친인척 0.89%, 계열사 37.80% 등을 합하여 내부지분율은 41.45%에 이름.

– 한편, 18개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 중 동일인이 자연인인 13개 기업집단(즉 재벌)의 경우 평균적으로 동일인 1.48%, 친인척 1.93%, 계열사 40.05%를 포함하여 평균 내부지분율 46.28%를 기록하고 있음.

□ 또한 2004.4.1 당시 삼성그룹의 8개 금융보험회사가 27개 계열사에 4,068억원(취득가 기준)을 출자하고 있음.

ㅇ 이는 27개 계열사의 총납입자본금 5조 3,645억 중 7.58%, 이들 27개 계열사에 대한 계열사 출자총액 1조 1,728억 중 34.68%를 차지하고 있음.

<표 12> 삼성그룹의 소유구조 (2004.4.1 기준) (단위: 백만원,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2004.12.28),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분구조 공개’ 보도자료

□ 계열사 간 복잡한 출자구조로 인하여 삼성그룹에는 다수의 순환출자 고리가 확인되고 있음.

ㅇ 특히 그 중에서, 다음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재용 (25.10%) → 삼성에버랜드 (19.34%) → 삼성생명 (7.21%) → 삼성전자 (34.45%) → 삼성카드 (25.64%) →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및 승계구도에 핵심에 해당되며,

ㅇ 또한, 그 연결고리 하나하나마다 첨예한 법적 논란이 진행되고 있음.

□ 상기 순환출자 고리에 포함된 4개의 회사 중 상장법인은 삼성전자뿐임.

ㅇ 즉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및 승계구도는 비상장 가족회사(삼성에버랜드)와 비상장 금융보험회사(삼성생명 및 삼성카드)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음.

– 이것이 (상법과 증권거래법 등 개별 상장법인에 집중되었던) 김대중 정부 이래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삼성그룹에는 별다른 효과를 미치지 못한 원인임.

□ 그렇다고 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승계구도가 아무런 법적 장애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님.

ㅇ 공정거래법 제11조(계열금융기관의 의결권 제한), 금산법 제24조(동일계열 금융기관의 다른 회사 주식 소유 제한), 금융지주회사법, 보험업법상의 자산운용규제 등 금융관련법에 의한 규제는 피해갈 수 없었음.

ㅇ 특히 이들 금융관련법의 규제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의 근본 원칙으로부터 연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삼성그룹으로서도 규제의 그물망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임.

– 이러한 상황에 대한 삼성그룹의 ‘최후의 시도’가 최근 공정거래법 제11조에 대한 위헌 소송 제기 및 금산법 개정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임.

<그림>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 법적 현안 (2005.6월 기준) (단위: %)

 

Ⅲ-3. 삼성그룹 관련 주요 법적 논란의 내용

① 이재용씨의 삼성에버랜드 CB 인수에 따른 배임 혐의

□ 1996.12 중앙개발(현 삼성에버랜드)의 사모 CB 발행 과정에서 이재용 상무 등이 92억 2,000만원어치 매입.

ㅇ 현재 삼성에버랜드의 지분구조: 이건희 3.72%, 이재용 25.1%, 이부진 8.37%, 이서현 8.37%, 이윤형 8.37% 등.

□ 2000.5.31 법학교수 43인이 이건희 회장을 포함하여 삼성그룹의 전현직 이사들을 배임죄로 고발.

ㅇ CB의 주식 전환가격은 주당 7,700원. 그런데 CB 발행 전후 시점에서의 거래가격은 10만원으로, 결국 이재용씨 등 특수관계인에게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CB를 배정하여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

ㅇ 2003.12.1 공소시효 완성 바로 직전에 검찰이 허태학 등 삼성에버랜드의 임원 2명을 업무상 배임죄 기소. 현재 1심 재판 진행 중.

②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문제

□ 1998년말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가 삼성그룹의 전현직 임원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을 주당 9,000원의 가격으로 매입.

ㅇ 이를 통해 이건희 회장의 지분율은 10.00%에서 26.00%로,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율은 2.25%에서 20.67%로 확대(<표 13> 참조).

ㅇ 이건희 회장은 1999.6 삼성자동차 부채처리와 관련해서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20%)를 주당 70만원에 사재출연함.

ㅇ 현재 삼성생명의 지분구조: 삼성에버랜드 19.34%, 이건희 4.54%, 신세계 13.57%, 제일제당 7.99%, 삼성문화재단 4.68% 등.

□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논란(최근의 지분법 논란)

ㅇ 2004.4 참여연대가 삼성생명의 주식가액이 삼성에버랜드 자산총액의 50%를 초과하여 금융지주회사의 요건에 해당되었으나, 금감위의 사전인가를 받지 않음으로써 금융지주회사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 공개.

ㅇ 2004.4 공정위는 삼성에버랜드가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임을 확인하고, 1년 이내에 법위반 상태를 해소할 것을 명함.

– 반면, 금감위는 법위반 사실을 확인하고도 검찰고발 등 법집행 유보.

ㅇ 2004.6 생명보험사의 투자유가증권 평가익 처리기준 변경으로 삼성생명 주식의 평가가액이 낮아져 법위반 상태를 일시적으로 해소.

ㅇ 2004.12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6%를 제일은행에 편법적으로 신탁.

– 공정위가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금감위에 의뢰하였으나, 금감위는 위법성 여부에 대해 답변하지 않음.

ㅇ 2005. 4 이건희 회장이 삼성에버랜드 이사 사임.

– 삼성생명 이사는 2001.5에 이미 사임.

ㅇ 2005. 5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보유지분 평가방식을 지분법에서 원가법으로 변경하여 금융지주회사 문제를 원천적으로 벗어나려 함.

– 지분율이 20% 미만임에도 지분법을 적용하여야 하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음.

<표 13> 1998년 말 삼성생명의 지분 변동 내역 (단위 : %)

주: 1) 1998년 9월 수치는 1998년도 국감자료로, 지분 1% 이상의 주주 명단임.

2) ‘개인’은 모두 삼성그룹의 전․현직 임원임.

자료: 참여연대(1999.7.6), 「이건희, 이재용씨의 삼성생명 위장지분 소유와 탈세 및 불법혐의에 대한 전면적 조사를 촉구하는 참여연대 기자회견」 자료

③ 삼성생명 및 삼성카드의 금산법 제24조 위반 논란

□ 금산법 제24조는 재벌의 계열금융기관이 고객의 돈을 이용하여 총수의 경영권을 유지하거나 계열을 확장하는 것을 막는 장치임.

ㅇ 계열금융기관이 단독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20% 이상 소유하거나 또는 5% 이상 소유하면서 다른 계열사와 합쳐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경우 금감위의 사전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음.

ㅇ 2003.7 동부화재⋅동부생명이 금감위 승인 없이 아남반도체 주식을 초과소유한 것에 대해 금감위가 보험업법에 의거하여 매각명령과 제재조치를 내림으로써 금산법 제24조의 의미가 새삼 부각됨.

ㅇ 2004년 삼성에버랜드와 현대캐피탈이 역시 금산법 제24조를 위반하였음이 밝혀졌고, 2004.6-7월 금감원의 일제조사를 통해 총 10개 금융기관이 법위반 상태에 있음이 확인되었음.

□ 특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승계구도에서 핵심 고리에 위치한 삼성생명(→삼성전자) 및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가 금산법 위반 논란에 휩싸임으로써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음.

ㅇ 삼성생명의 삼성생명 주식 소유 관련

– 삼성생명은 1997.3 금산법 발효 당시 이미 삼성전자 주식을 한도를 초과하여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산법은 물론 그 설립근거법인 보험업법에 의해서도 승인을 얻은 적이 없음.

– 또한 삼성생명은 이미 한도를 초과한 상태에서 2004년 이후 금감위 승인 없이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취득함.

ㅇ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주식 소유 관련

– 1998.12 삼성카드와 (합병 전의) 삼성캐피탈은 계열분리된 중앙일보로부터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금감위 승인 없이 한도를 초과하여 인수함.

– 2004.2 삼성카드는 삼성캐피탈을 흡수합병하면서 역시 금감위 승인 없이 삼성캐피탈이 소유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인수함.

□ 이러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금산법 제24조 위반 행위에 대해 금감위는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음은 물론 관련 사실을 공표하지도 않았음.

ㅇ 이에 참여연대는 최근 금감위원장 등 관련 공무원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함.

□ 또한 최근 재경부는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의 위법 행위를 사후적으로 합법화하는 금산법 개정안을 국무회의 석상에서의 해프닝을 거친 후 국회에 제출하였음.

ㅇ 이번 정부 최종안에는 2004.11 입법예고 당시에도 없던 내용까지 추가하여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의 위법 행위를 완벽하게 합법화해주고 있음.

– 의결권을 허용함은 물론 일체의 매각명령과 제재조치가 불가능하도록 개악하였음.

□ 금산법 제24조 위반 행위에 대한 금감위와 재경부의 태도는 행정부 관료들이 삼성에 완전히 포획되었음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임.

④ 공정거래법 제11조에 대한 위헌 소송 제기

□ 공정거래법 제11조는 재벌의 계열금융기관이 보유한 계열사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음.

ㅇ 2002.1 공정거래법 개정 이전에는 이해충돌 방지와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계열금융기관의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원천 금지되어 있었음.

ㅇ 2001년 하반기 이래 삼성은 이른바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M&A 위협’을 과장하면서 법 개정을 요구하였고,

– 결국 임원 임면, 정관 변경, 영업 양수도 등 이른바 경영권 변동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내부지분율 30%까지 계열금융기관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 제11조가 개정되었음.

– 이들 경영권 변동 관련 사안은 주총에서 특별결의(참석 주식 수의 2/3 이상 찬성)를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내부지분율 30%는 이들 안건을 모두 부결시킬 수 있는 수준임.

– 공정거래법 제11조 개악은 재벌들 중에서도 사실상 삼성그룹만이 사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서, 결국 삼성의 경제력이 국회까지 장악하였음을 드러내는 사례임.

ㅇ 2004년 들어 공정위는 계열금융기관의 의결권 행사를 다시 금지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 제11조를 개정하고자 하였으나,

– 결국 삼성의 로비에 막혀 내부지분율 15%까지, 그것도 2006년 이후 3년간에 걸쳐 매년 5%씩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이 절충되었음.

□ 삼성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 위헌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공정거래법 제11조를 아예 폐기하고자 함.

⑤ 기타: 삼성생명 상장차익 배분 문제 및 삼성자동차 부채처리 문제

□ 생보사 상장시 보험계약자에 대한 이익배분 문제는 1990년 이래 계속 논란이 되었으나, 삼성의 반대에 밀려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음.

□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가치가 주당 70만원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그 부족분 및 지연이자에 대해 채권 소멸시효인 올해 말 이전에 채권단이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

Ⅳ. 언론인에 대한 당부

□ 삼성의 지배력은 우리 사회 전반에 드리워져 있으며, 언론 부문도 예외는 아님.

ㅇ 언론이 삼성의 지배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나아가 언론이 자본으로부터 독립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개혁 노력이 필요할 것임.

□ 언론 부문의 구조적 개혁 과제에 대해 논하는 것은 필자의 능력 밖의 문제이나,

ㅇ 다만, 이 글에서는 언론인의 자세와 관련하여 다음 두 가지를 당부하고자 함.

Ⅳ-1. 삼성의 ‘사이비 민족주의’를 경계해야

□ 과도한 단순화이기는 하지만, 기업지배구조는 앵글로색슨식 주주 자본주의 모델(shareholder capitalism)과 유럽대륙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stakeholder capitalism)로 대별됨.

ㅇ 분명한 것은,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만으로는 이들 기업지배구조 모델의 우열을 결정할 선험적⋅경험적 기준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임.

ㅇ 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상기 이념형적 모델이 그 순수한 장점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전제조건들을 한국사회는 대부분 결여하고 있다는 것임.

– 주주 자본주의 모델이 우리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 역시 우리에게는 지극히 생소한 것임.

– 박정희식 발전국가 모델은 그만큼 독특한 것이며, 또한 그 잔재는 여전히 강고하게 남아 있음.

□ 재벌개혁 운동 과정에서 부딪히는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재벌기업과 재벌총수가 상당부분 동일시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제약조건을 극복하는 것임.

ㅇ 재벌기업이 과거 한국경제 성장의 동력이었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그러할 것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음. 따라서 재벌개혁의 목표가 재벌기업의 해체 또는 재벌그룹의 해체로 단순화될 수는 없음.

ㅇ 과거에 걸어 온 경로 때문에 미래의 진로가 제약을 받는다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 문제의 특성상, 재벌총수의 지배권 문제에 대한 대안은 쉽게 발견되기 어려움.

– 특히 대규모 기업의 지배권 변경은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권리와 의무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금융제도, 노사관계제도, 하도급제도 등 여타 경제제도와 상호보완성(complementarity)을 갖추어야 한다는 문제도 대안을 발견하는 데 커다란 제약이 됨.

□ 지금 재벌총수들은 지배권의 과잉 속에 지배권 위기에 직면해 있음(이병천(2003)). 특히 삼성그룹이 그러함.

ㅇ 그러나 최근 노사관계 현안의 진행 과정을 볼 때, 그리고 금융 관련 현안의 진행 과정을 볼 때, 삼성의 지배권 위기의식이 노동자와 저축자의 권리 인정을 통한 계급타협적 대안 모색으로 진전될 가능성은 전혀 확인할 수 없음.

– 삼성의 지배권 위기 탈출 방향은 여전히 국가권력(노무현 정부)의 보수적 성격을 강화하는 쪽에 맞추어져 있을 뿐임.

□ 여기에는 민족주의적 정서의 강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

ㅇ 소버린, 론스타 등 외국자본의 최근 행보는, 보수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진영에서도 민족주의적 정서를 고양시키는 계기가 되었음.

□ 그런데 민족주의적 정서의 강화는 진보진영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적 대안과 충돌할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음.

ㅇ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충돌을 조정하는 비시장적 제도를 그 핵심으로 함.

ㅇ 반면, 민족주의는 외국자본 또는 제국주의와의 대립을 주요모순으로 설정함으로써, 국내의 다양한 계급⋅계층간의 이해관계 충돌의 의미를 부차화하는 경향을 갖고 있음.

– 외국자본에 대항하여 국내자본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모든 내국인 공통의 이익이라는 암묵적 가정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임. 이 암묵적 가정은 상당한 정도 논리적 정당성과 정서적 호소력을 갖고 있음.

ㅇ 그러나, 모든 내국인 공통의 이익이라는 암묵적 가정은 구체적 현실 문제 앞에서는 대부분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을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험한 바 있음.

□ 주주 자본주의 모델이 세계화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이 민족주의와 친화성을 갖고 있는 것은 틀림없음.

ㅇ 그러나 한국의 사회 제세력간의 역관계는 유럽대륙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그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멈.

ㅇ 이런 상황에서 부지불식간에 국내적 이해관계의 충돌을 부차화하는 민족주의 정서의 강화, 특히 재벌이 선동하는 ‘사이비 민족주의 정서’의 강화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성립을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방해할 가능성이 농후함.

ㅇ 국내적 이해관계 충돌을 조정하는데 성공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패를 거듭함으로써 대안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기 때문임.

– 1997년 이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경제가 걸어온 길이 바로 이것이며, 삼성이 노리는 바가 바로 이것임.

□ 민족주의 정서는 한국사회가 가진 역동성의 가장 중요한 원천 중 하나임.

ㅇ 그러나 이것이 국내적 이해관계의 충돌을 은폐해서는 안됨. 민족주의가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대안으로서의 실현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국내적 이해관계의 충돌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함.

□ 삼성이 그 지배력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가장 주요한 수단이 바로 우리 사회에 ‘사이비 민족주의 정서’를 살포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함.

ㅇ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M&A 위협’과 같은 터무니없는 주장에 언론의 비판정신이 마비되어서는 절대 안됨.

Ⅳ-2. 언론인도 열심히 공부해야

□ 1997년 외환위기 이후 7년 이상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거친 결과, 이제는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직관적인 개혁 과제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음.

ㅇ 이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지배구조 개선 과제는 대부분 치열한 이데올로기적⋅이론적⋅실증적 논쟁을 거쳐야 하는 것들임.

ㅇ 지배구조 개선의 주요 쟁점이 개별법인의 차원을 넘어 기업집단 차원으로 확대되는 현단계에서는 특히 그러함.

ㅇ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원칙 등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현안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임.

□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경제연구소가 대량생산하는 연구보고서(또는 그것을 요약한 보도자료)에 의존하여 보도하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삼성공화국’ 극복은 불가능함.

ㅇ 재계의 경제연구소, 특히 삼성경제연구소는 적어도 양적인 측면에서는 국책연구소를 능가하는 이데올로그⋅테크노크라트를 고용하고 있음.

ㅇ 이들의 목적의식적 주장을 여과 없이 대중에 전달하는 언론이야말로 ‘삼성공화국’의 일등공신임.

□ 물론, 학문적 견지에서 평가한다면, 이들의 연구보고서는 상당부분 수준 이하의 것임.

ㅇ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초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하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지배구조 관련 보고서들임.

– 이들 보고서는 이상점(outlier) 처리 등 data 관리, 연구모형 및 결과의 강인성 검증(robustness test), 인과관계(causality)의 해석 등에서 실증연구의 기초적인 요건들도 갖추지 못했음.

ㅇ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주장을 아무런 검증 없이 대서특필함으로써 언론은 삼성의 선전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음.

□ 최근 금산법, 금융지주회사법, 공정거래법 등을 둘러싼 법적 논란에 대한 보도 내용 역시 균형 잡힌 평가는커녕 사실보도에서조차 오류를 범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음.

□ 언론인이 모든 취재영역에 걸쳐 전문역량을 갖출 수는 없겠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충실한 자문을 구하고, 이를 토대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됨.

김상조(한성대 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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