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문제의 근본원인은 원칙과 일관성을 상실한 감독정책

27일 경제장관간담회 카드사감독기준 완화관련 논평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의 틀을 무너뜨려서는 안된다

1. 지난 토요일(27일)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최근의 급격한 경기침체와 내수위축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 주요내용에는, 추경 3조원 조성을 통한 정부지출 확대 및 조기집행 등의 전통적 경기대책 이외에 매우 우려할 만한 사항으로 특히 카드사의 현금대출 업무비중 50% 준수시한을 또다시 3년 연장하고, 현금대출 비중 산정시 대환대출채권을 제외하는 등 카드사의 건전성 감독의 틀을 크게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기준마저 경기부양을 위해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는 하는 현 정부의 정책이 우리 경제의 부실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2. 참여연대는 급격한 침체를 막기 위한 경기안정화 정책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경기안정화정책, 지속가능한 성장정책, 구조개혁정책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야 하고 또 이들간에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조개혁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안정성장의 기반을 해치는 무리한 단기 경기부양정책의 위험성이다. 사실 이 위험성은 언제나 현실로 나타났다. 최근의 경기침체를 야기한 주요원인 중 하나는 지난 김대중 정부 후반기의 무리한 경기부양정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드빚을 비롯한 가계부채 문제, 그리고 서울 강남의 부동산 버블 등은 모두 무리한 경기부양정책의 후유증이다.

참여정부 역시 경기부양정책의 달콤한 유혹에 너무 쉽게 빨려 들어가고 있다. 특히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의 틀을 허물어뜨리는 것은 정부로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최악의 정책이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대한 신뢰 없이는 경기안정은 물론, 성장도 구조개혁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는 교훈을 1997년 외환위기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배웠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경제장관들은 그 교훈을 벌써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

3. 현재 340만명에 이르는 개인신용불량자 문제는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금융회사와 채무자에 주된 책임이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에 실패한 정부에게도 그에 못지 않은, 아니 가장 무거운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작년 상반기까지는 카드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은 아예 없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다 카드 부실 문제의 심각성이 인식되자 갑자기 엄격한 규제가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작년 하반기 이후 길거리 카드 모집에 규제가 가해지고, 현금대출 업무비중을 50%로 제한하고,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상향조정하고 적기시정조치 기준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러했듯이 규제의 일관성이 곧바로 훼손되기 시작하였다. 올해 초 카드사 부실 문제가 급속히 악화되자 현금대출 비중 준수시한이 애초의 올해 말에서 1년 더 연장되고, 연체율 산정기준이 관리자산 기준의 1개월 이상 연체채권으로 완화되었으며, 조정자기자본비율 산정시 ABS 매각자산을 포함하는 비율은 최소한(10%)으로 축소되었다. 급기야는 3.17 및 4.3 구제조치가 실행되었다. 그 결과 모든 카드사들이 적기시정조치를 면하는 성과를 기록하였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에는 급격한 내수위축 방지를 목적으로 애초보다 1년 연장되었던 현금대출 비중 준수시한을 또다시 2007년 말까지로 3년 더 연장하고, 현금대출 비중 산정시 대환대출채권을 제외하는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현금대출 비중이 60%에 이르는 현실은 우리나라의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보다는 사실상 고리대금업에 치중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더구나 재벌계 카드사들이 기업구매카드를 통해 현금대출 비중을 낮추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규제가 시급한 상황에서 오히려 준수시한을 계속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신용불량자에 대한 신용회복지원조치가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부실위험이 가장 큰 대환대출채권을 현금대출 비중 산정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현금대출 비중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규제 방기 → 규제 강화 → 규제 후퇴 내지 무력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감독당국의 건전성 감독에 대한 불신만을 조장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신중한 사전적 경영판단 및 각고의 사후적 자구노력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로비에만 열중하는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게 되며, 결국 그 부담은 채무자들의 고통과 국민경제의 불안정으로 귀결된다.

4. 지난 26일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머니투데이 기고문에서 “금융감독규제는 경기변동상황을 반영해 경기대응적(Counter-cyclical)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다른 무엇보다도 금융감독규제만큼은 원칙을 지키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정책당국이 지켜야 할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금융감독규제를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경기부양의 근시안적 시각에서 금융감독규제의 일관성을 훼손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경제팀에 대해 실망을 넘어 개탄을 금할 수 없으며, 카드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의 틀을 근본적으로 재고하여 엄격한 기준을 일관성있게 적용할 것을 촉구한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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