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주주총회, 10시간 설전의 현장기록

부실채권 분류, 정관개정 등 둘러싸고 뜨거운 공방



현장취재 : 월간 참여사회 장윤선, 황지희 기자







1신 오전 9시 반 : 참여연대는 지금 외환은행 주총장으로 간다

소액주주운동 금융기관으로서 처음, 사이버참여연대 현장중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9일 오전 10시 (주)외환은행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다. 이는 참여연대가 그동안 벌여온 소액주주운동을 재벌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에서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문제다. 현재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된 모범적인 형태의 외환이 정관변경을 통해 구조를 후퇴시키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이사회의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결의로 선임하도록 되어 있는 현재 정관을 사외이사가 아닌 상임이사도 이사회 의장에 선임될 수 있도록 변경하는 주총의안에 대해 강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밖에 총회에서 참여연대는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의 투명성, 책임성 확보에 초점을 두고 외환은행 전반 경영실적 전반에 대한 질의를 벌일 예정이다. 특히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주요채권은행으로 현대건설 자구계획 이행과정에서 정몽헌 회장의 손실부담을 제대로 따졌는지 여부 △ 하이닉스 구조조정 과정 외환은행 역할 △코메르쯔방크의 외환은행에 대한 장기전략 △ 신임행장 선임 문제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한 질의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2신 오후 3시 : 외환은행-참여연대가 공방가열

“유독 요주의 여신에 대해 외환은행이 너무 큰 비율갖고 있다”

오늘 오전 9시부터 외환은행 주주총회를 앞두고 외환은행노조는 ‘관치금융 및 낙하산 인사 결사반대’를 외치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외환은행 본점 1층 로비와 4층 주주총회장 입구 바닥에 앉아 ‘무소신 무검증 낙하산 인사 결사반대’ ‘소신있고 실력있는 CEO를 우리에게’ 등의 피켓을 들고 사외이사(은행장추천위원회)들을 향해서는 무언의 압력을 넣고, 지나는 기자들에게는 보도자료를 돌리며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었다.







▲ 외환은행 주주총회장 입구에서 외환은행 노조원들일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전 10시 7초전 사회를 맡은 김홍근 총무부장은 오늘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는 총 116명이지만 위임권을 행사한 분까지 합쳐 총 11만2158명의 3억7000주가 참여해 75.9%에 해당하는 주식수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일반결의사항은 물론 특별결의사항까지도 결의할 수 있음을 알린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간단한 회의진행요령을 전달한 뒤 의장소개 후 마이크를 김경림 의장(외환은행장)에게 넘겼다.

오전 10시 2분 김 의장은 개회선언을 한 후 인사말을 통해 “우리 은행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면서 외환은행의 발전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제35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준 주주들게 감사드린다. 2001년 사업성과와 2002년 영업계획은 따로 얘기하겠다. 금년부터는 경영진과 주주간의 대화로 새로운 주주총회 문화를 정착하자. 오늘 하루종일 걸릴지라도 충분한 지지와 활발한 토론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주주들의 질의에 대해서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성실한 답변을 하겠다. 우리 외환은행은 새로운 주주총회 문화를 만들어 대외신인도 제고와 주가상승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겠다. 경영상태에 대해 의문 있으면 서슴지 말고 질문해달라. 한편 효율적 진행에도 협조해달라. 특히 오늘은 참여연대에서 오늘 우리 은행 주총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이런 활동은 우리 은행에 좋은 발전을 주리라고 기대한다.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경림 의장(외환은행장). 김의장은 새로운 주주총회 문화를 만들자며 하루종일 걸리더라도 충분한 토론을 갖자고 말했다.


첫 번째 순서인 회의목적사항 중 감사보고가 진행됐다.

하평완 상근감사는 2001년 1월 1일부터 2001년 12월 31일까지 제35기 사업연도의 회계 및 업무에 대한 감사실사 결과에 대해 보고하며 ”대차대조표 및 손익계산서에 관한 사항, 결손금 처리계산서(안)에 관한 사항, 영업보고서에 대한 사항, 연결재무제표에 관한 사항 등을 열거하며 2001년도 금융감독원 동합검사 결과 여신 부당취급과 관련해 2002년 2월 22일자로 전 상무이사 조창제는 문책경고를, 전 은행장 장명선, 전 은행장 홍세표, 전 전무이사 박준환, 전 전무이사 조성진, 전 상무이사 이성재, 전 상무이사 한기영, 전 상무이사 홍성주 및 전 감사 유영설은 각각 주의적 경고를 받은 바 있다“고 보고했다.

외부감사로부터의 컨설팅

감사보고가 끝나자 주주번호 98번 김우찬 씨는 “외환은행의 외부감사는 삼일회계법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알아본 바에 따르면 한국외환은행이 삼일회계법인에게 담보주식평가, 자산유동화증권발행실사 등 용역을 준 걸로 알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Enron 사태 이후 외부감사인이 동일 회사에 대해 감사업무 이외에 컨설팅 등 비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한 용역수행을 원천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는 입법움직임도 있다. 용역과 회계감사 둘을 분리할 생각이 없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하평완 감사는 “삼일회계법인은 1996년부터 외환은행의 감사를 운영해오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외환은행의 일부 용역업무를 맡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처리하겠다. 다만 오늘 이 자리에서 용역과 회계감사 둘을 분리한다고 단언하기 어렵고, 추후 감사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진과 한 주주 사이의 질문과 답이 오가던 사이 한 노인이 일어섰다.

그는 “감사보고에서 ‘임원에 대한 제재 등에 관한 사항’을 얘기하면서 부당여신으로 끼친 손해가 얼마인지 혹시 그것이 2:1 감자와 관련 있는 것인지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역정을 냈다. 그는 또 “은행에 대해 손해를 끼쳤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거야. 견책이 뭐여? 경고, 이 까짓 것 줘봐야 주주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간 것 돌아오지 않아요. 이들에 대해 현 집행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중역으로 있는 사람이 은행에 손해를 끼쳤으면 그걸로 끝나지 않는 거다. 이들도 다 퇴직금 다 받아서 나갔죠? 은행장! 답하시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이 “퇴직금은 받았다”고 잘라 말하자, 그 노인은 “주주들의 호주머니 축 내고 말이야”라고 답변했다. 덧붙여 김 의장은 “본인들의 행위가 중과실하기 때문에 손실보전 측면을 검토하고 있다. 그 중 한 명은 금감원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있기도 있다”고 말했다.

주주번호 117번 김상균 씨가 일어나 “최근 사임한 임원을 재영입 한다는 소문이 있다. 이는 외환은행을 위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부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장의 책임있는 답변을 듣고 싶다”고 물었다.

김의장은 “문책경고 받은 임직원은 자행은 물론이고 여타 다른 은행에도 재임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행장의 경우는 행장추천위원회를 만들어서 현행 법령상 정하는 자격요건을 부여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재선임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분홍색점퍼 차림의 한 할머니는 일어나 82번 최경자라고 본인을 소개한 뒤 “앞으로 주주총회가 길어질텐데, 의장께서는 앉아서 하면 좋겠습니다”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분홍할머니는 “영업보고는 유인물로 대치하기를 바란다”고 말하자 순간 주주총회장은 소란해졌다.

이때 주주번호 88번 김상조 씨가 일어나 “영업보고 생략하자고 얘기했지만, 미리 배포된 것도 아니므로 영업보고는 생략할 수 없다.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참여연대가 참석한 이유







▲ 외환은행 주주로 참석한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이후 영업보고가 끝나자 김상조 주주는 “참여연대에서는 오늘 외환은행주총에 15명의 전문가들이 주주로서, 또는 주주의 위임을 받아 참석했다.

외환은행이 공적자금투입은행이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 물론 참여연대는 공적자금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외환은행은 자금관리공사, 수출입은행 등 광의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기는 했으나,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으로 출자한 은행이 아니다.

참여연대가 주주총회 참석 대상기업 선정과 관련된 기준을 말하겠다. 기업의 지배구조개선을 통해 얼마나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이미 망한 기업이라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참여연대가 주총에 참여한 것은 외환은행이 문제를 극복하고 한국의 리딩뱅크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환은행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현재 경영상황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할 때 주변의 야유가 터졌다.

주주번호 62번 정봉호 주주는 “간단히 말해달라. 우린 다 똑같은 주주야. 참여연대 주주는 특수주주야? 나도 내년부터 참여군단 만들어올 거야. (옳습니다!)”고 성토했다.

최경자 주주도 “주주총회가 삼천포로 빠져. 영업보고 질문하라고 그래놓고 저런 얘기를 해. 저 양반 얘기 끝나면 나도 내가 오늘 참석한 이유 말할거야.”라며 비토를 놓았다.

김상조 주주는 “방금 말씀하신 주주가 생각하는 것과 같이 모두 다 똑같은 주주다.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지 않는다.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여연대가 외환은행 참석한 이유는 일부 언론이 잘못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를 시정하고 참석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첫째 외환은행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서비스산업의 기업은 구성원들의 인적능력을 어떻게 개발하고 경영능력에 집중시키느냐가 기업역량의 핵심이라고 본다. CEO의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역량은 CEO의 역량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외환은행은 중대기로에 놓여 있다. 김경림 행장의 사임을 되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정말 능력있고 혁신의 의지를 갖고 있고,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새 행장으로 모셔야 한다. 구구한 억측이나 불만이 나온다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일궈온 성과를 갉아먹는 것이 된다. 관치금융이니 낙하산 인사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중요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둘째, 외환은행이 큰 어려움에 봉착하는 이유는 대우그룹, 현대그룹 등 대기업 관련 여신의 부실 때문이다. 불가피한 과거 관행이었다고 하기에는 주주, 임직원, 국민의 피해손실이 너무나 컸다.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원인을 철저히 밝혀서 투명성을 갖추도록 하는 게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고 마무리지었다.

김 의장은 “저희 은행이 좋은 의미의 공적자금투입은행이 아니냐. 엄청난 부실이나 비리가 있는 게 아니냐라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오늘 참여연대가 그걸 밝혀주어 임직원을 대표해 고맙게 생각한다. 오늘 주주 여러분들게 충분한 발언기회를 드리도록 하겠다. 점심까지 맞춰놓았다. 오후 주총에도 빠짐없이 참석해달라”고 당부했다.

임원의 보수한도 의안 상정 안한 것은 주주중시 경영에 어긋나

이때 94번 주주 이상훈 씨가 안건 상정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하였다. 그는 “주총 의안 중 중요한 것 하나가 임원의 보수한도가 어떻게 되는 건지를 말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부분이 빠져 있다. 이번에 선임된 이사들은 무보수로 일할 생각인 거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의장은 “임원보수안건을 의안에 부의하지 않은 이유는 2년전 33기 정기주총에서 책정된 보수한도가 2002년 회계연도에도 그대로 적용할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넣지 않았다. 임원보수한도는 정기주총에서 승인받아야 한다는 설과 승인받지 않아도 된다는 설이 있다. 상법 등에 의거한 상장회사사례집 13쪽에 보면 이는 정관으로도 정할 수 있으므로 한번 정하면 변동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여러해 시행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다시 한번 얘기하면 33기 정총 것을 금년에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임원의보수한도규정에 대한 주주들의 관심은 드높았다. 김석연 주주는 “외환은행 정관에도 나와있듯이 원칙적으로 이사의 보수한도허용여부는 주주총회에서 정하는 게 원칙이다. 그 취지는 그 해에 성과가 좋은지 아닌지를 따져서, 임원들이 잘했으면 보수를 올리고 잘못했으면 보수를 삭감하도록 주총에서 의견을 나누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사들의 경영성과와 연동되는 게 합리적이다. 주주중시경영과 책임있는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사보수한도와 관련해서는 매년 주주총회에 상정해서 주주들이 이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업보고와 관련된 질의는 1호 의안 상정후 하기로 하고 오전 11시 15분이 지나서야 영업보고를 마쳤다.

외환은행의 요주의 여신이 많은 이유가 뭐냐

1호 의안 재무제표 승인 건을 상정한 후 주주번호 87번 김상조 씨는 “주주들이 잘 알겠지만 대손충당금의 구분은 고정이하, 요주의, 정상 등으로 구분돼 있다. 그런데 외환은행의 경우엔 지난 몇 년간 고정이하 부실채권 규모가 너무 크다. 각고의 노력 끝에 숫자 줄이기를 성공했지만 말이다. 이른바 우량은행이라 부르는 은행들과 비교해보면 부실채권의 규모가 너무 크다. 외환은행의 고정 이하 부실규모가 왜 이렇게 컸는지 얘기해달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의장은 “부실여신비율이 많았던 것은 중점영업분야인 기업금융에 치중해왔고, IMF 이후 기업의 연쇄부도로 은행의 고정이하 부실여신비율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작년 연말 고정이하 부실여신비율은 3.57% 정도로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고, 고정이하 여신비율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금년만 잘하면 우량은행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신관리업무담당 주원태 상무는 “부실규모가 컸던 이유는 대우 등 대기업의 부실에 기인한 것이다. 대우 등 워크아웃 기업, 한보 등 법정관리기업 등 일부 화의업체 그 자체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역을 다시 말하겠다”고 밝혔다.

이윽고 공방이 벌어졌다.

김상조 : 대우를 비롯한 워크아웃 화의기업은 얘기했는데 왜 현대그룹 계열사는 포함시키지 않았느냐?

주원태 : 현대그룹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쌓았지만, 공개적으로 말하기에는 해당 회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고, 개인적으로 물어보면 대답하겠다.

김상조 : (플래카드를 보이며)이는 선동을 위한 자료가 아니라 설명을 위한 자료다. 우리나라 은감원 규정에 따르면 추정손실부터 흔히 은행 건전성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의 비율을 가지고 부실채권율을 따진다. 2001년 자료를 가지고 외환은행과 비교되는 몇 개 은행을 비교했다. 기간은 2001년 9월말로 비교했다. 외환, 제일, 한미, 하나은행은 부실채권의 경우 규모상 거의 비슷한 은행이다. 여기서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 발견됐다. 고정이하를 뺀 나머지 요주의 여신이라 부르는 누계를 실제 비율로 따져보면 요주의 여신이 고정이하 부실채권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현대처럼 할인차액을 뺀 나머지를 계산하면 1조 9394억원. 약 2조원이다. 비교대상인 하나은행의 경우 약 5600억, 한미 2400억, 제일은 2600억 불과하다. 그러나 유독 요주의 여신에 대해서는 외환은행이 너무나 큰 비율을 갖고 있다. 요주의 여신이라 함은 향후 부실채권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내포하는 부실채권이다. 요주의 여신이 고정이하 여신보다 더 많은 6%를 보이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가. 원칙적으로 고정이하로 분류돼야 할 여신이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된 건 아닌가. 외환은행측에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실채권, 요주의 분류 여신이 이렇게 큰 이유가 뭔지 답변해달라.







김의장 : 좋은 점 지적해주었다. 지적한 내용이 우리 은행의 난제 중 하나다. 그러나 비교은행과 비교시점이 잘못 선정된 것 같다. 비교은행인 제일은행은 비교 안했으면 좋겠다. 그 은행은 풋백옵션으로 다 찼다. 하나, 한미는 소위 초우량은행 아닌가? 비율로 비교를 해주면 좋을텐데, 각 은행마다 자산규모가 틀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요주의 여신이 많은 건 대기업여신이 많기 때문인 것이고, 요주의 여신에 대해서도 원래 감독당국의 최저충당금 적립비율은 2% 정도지만, 업체신용도 잠재부실화를 감안해 법정 최저선인 2%가 아니라 심지어 30%, 19%까지 돼 있다는 걸 말하겠다.

황학중 상무(여신기획담당) : 작년말로 비교하면 요주의여신이 다른 은행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정확히 2조 6000억 정도의 요주의 여신을 가지고 있다. 상당부분은 부실화되지 않고 채무재조정된 기업체의 여신을 가지고 있다. 상당부분은 현대계열여신이다. 현대계열의 주거래은행이 우리 외환은행이기 때문이다. 2조6000억중 상당부분인 1조 6000억 정도가 현대건설, 하이닉스 석유화학으로 이들은 요주의로 분류해놨다. 다른 은행에 비해 그 개수가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IMF이전에는 대기업에 대한 비중에 높았다. 최근 3-4년간 선진국 기업경영방식을 도입하면서 30% 이하로 낮췄고, 중소기업들이 높아지고 편중여신에 의한 리스크를 상당히 개선하고 있다.

김상조 : 고정이하부실채권에 해당되지 않는 엄청난 요주의 여신이 존재하고, 대부분이 구조조정과정에 있는 현대계열사(화학, 하이닉스, 건설) 중 특히 건설과 하이닉스는 구조조정촉진법의 대상이다. 워크아웃협약을 맺은 기업의 여신은 고정 이하로 분류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은행감독규정상 자산건전성에 따른 분류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

황학중 : 특별히 분류해 제한하는 건 없다. 그때그때 신용등급에 따라…

김상조 : 이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판단하는 것인데, 외환은행의 판단에 따르면 구촉법이 워크아웃협약보다 훨씬 더 강제성을 띄고 있고, 적용대상기업의 회생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대에 대해서는 요주의로 분류했다, 그런 말인가. 또 외환은행은 현대계열사중 건설과 하이닉스에게 출자전환을 해줬다. 이는 채권단이 해줄 수 있는 최후의 채무재조정수단이다. 출자전환이라는 지원수단을 현대건설과 하이닉스에 이미 해줬다는 건 그 기업의 경영상태가 미래에 낙관적이지 않다는 얘기를 반영한 것이다. 또 출자전환은 일반적인 여신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이사회에서 결정토록 돼 있다. 그만큼 출자전환은 신중을 기해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를 은행이 알아서 판단토록 하기로 했다고 해서 요주의로 분류하고,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 부실채권의 규모가 큰데도 이를 말하지 않으려 한 것은 무슨 의미인가.

김의장 : 부실을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다. 시장에서는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산건전성을 적당히 꾸며가지고는 안 된다.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자산건전성의 분류를 통해 고정이하, 요주의, 정상이냐 그것도 중요하지만 개별적으로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했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이다. 현대기업에 대해서는 자산건전성에 대해서는 요주의를 내렸지만, 2%가 아닌 개별업체의 상환능력에 대응할 정도의 경우에 따라 19%까지 고정으로 하지 않고 미래손실까지 계산해 20%까지도 했다는 걸 얘기할 수 있다.

황학중 : 이 문제는 우리가 겁이나 공개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정식자산건전성 분류를 어떻게 했느냐, 개별적인 기업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렵다. 참여연대가 자산건전성을 걱정하는 입장에서 보겠다면 개별적으로 가급적 밝혀주겠다.

김상조 : 신용정보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 개별기업에 대한 신용정보 말씀하기 어렵다 말씀했는데, 이미 언론이 작년 12월 23일자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반도체 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하이닉스 자산건전성을 재조정하고, 대손충당듬을 올렸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흔히 우량은행은 이 사태가 터지기 전에 고정이하로 분류했고, 국민은행 같은데도 이 정도 시점에는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을 고정이하로 분류했다. 그런데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서는 대손충당금을 40%로 올리면서도 여전히 자산건전성 분류는 요주의로 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언론보도는 상당히 진실에 근접한 보도라고 볼 수 있다. 김의장께서는 부실여신의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대손충당금을 쌓았느냐가 중요하다 말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산건전성분류다.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는 고정이하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데 이걸 공식통계로 만들 때는 요주의로 분리하고 있다 따라서 은행건전성을 판단하는 데는 현대 여신비율이 빠져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외환은행이 갖고 있는 부실채권의 규모, 향후 건전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정확한 정보를 주주들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정이하로 판단하면서도 요주의로 분류한 그 판단의 근거가 뭔지 말해달라.

김의장 : 요주의 여신이 많은 건 우리 은행이 안고 있는 큰 부담이다. 숨기고 싶지 않다. 고정이하 여신뿐만 아니라 요주의여신도 감독당국에도 밝히고 있고, 신문지상에도 나온다. 자산건전성 비율을 고정이하로 해야 할 것을 요주의로 한 게 감추려고 했던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감사보고서에도 나와 있다. 외환은행의 부실규모를 줄이기 위한 의도라고 말하는 건 자제해달라.


얘기가 길어지자 “밥먹고 합시다”라는 좌중의 발언이 터져나왔다.

김상조 :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주주들에게 줬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30%-40%를 현대건설과 하이닉스에게로 적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그 정도의 부실은 있다고 인정하는 게 아니냐.

김의장 : 매년 금감원으로부터 정기감사와 특별검사도를 받고 있다. 받으면서 자산건전성 분류를 제대로 했는지도 감사받고 있다. 감독기관은 충당금정립비율, 건전성 비율, 괴리요인도 점검하고, 가급적 우리도 75%의 충당금을 적립하자고 할 수 있지만, 그럼 가장 속시원하지만, 자산건전성을 뭘로 할 거냐. 감독원의 최저미니엄 기준에 따라 주주이익, 경영상태를 함께 고려해 결정하고 있다고 양해해달라.


3신 저녁 7시 : 정관개정은 현 은행장 사임 후 이사회 의장이 되기 위한 포석?

참여연대,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맡는 현 정관 모범적, 개정 안된다”

이런 공방은 오전 내내 계속 됐다. 1호 의안이 채 처리되지 못한 채 오후 1시를 넘겼고, 점심식사시간 등을 이유로 정회한 후 2시 30분께 속개하기로 했다.

현재 외환은행 주주총회는 초반을 넘어 중반으로 달리고 있다. 오후에는 사외이사의 선임 문제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오후 2시 33분 속개된 주주총회는 7시 30분 현재까지 1안이 통과되고 2안에 대한 부분 수정안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참여연대 측의 계속되는 질문에 경청하는 주주들이 있는가 하면 이런 문제제기로 외환은행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전달돼 주가가 하락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전달하는 주주들이 있었다.

오후 시간대 가장 먼저 화제를 모은 것은 코메르쯔 은행장 뭘러의 외환은행 관련 발언에 대한 코메르쯔 측의 답변이다.

참여연대측은 한 저명한 외국잡지에서 코메르쯔 은행장 뮐러가 “뮐러는 코메르쯔의 해외산업을 합리화 하고자 하며, 한국외환은행, 브라질 Unibanco, 프랑스 Credit Layonnais 등 비전략적인 출자 지분은 가급적 팔아치우려고 한다”고 인터뷰한 내용을 제시하며 이에 대한 해명을 수 차례 요구했다.

이에 대해 현 외환은행 부행장인 Manfred Drost는 “우리가 (코메르쯔 은행에서) 파견되어 참여하는 데 외환은행에 대한 매각의사가 있었다면 우리에게 전달했을 것이다. 단언코 아니다. 당시 외환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다”며 일단 매각설을 부인했다. 또한 외환은행측도 “지난 3월4일 이사회에 참석한 코메르쯔 은행 아시아담당 사외이사에게 이러한 설을 확인한 결과 과거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개선됐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좋아 매각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며 매각설을 부인했다.

또한 참여연대측은 현 김경림 행장 사임에 관한 코메르쯔 은행측의 입장을 확인했다.

Drost 부행장은 “현재 김경림 행장의 사임에 대해 코메르쯔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은행장이 무려 세 번이나 바뀌었기 때문이다. 외국은행계 입장에서 볼 때 후임을 내정치 않는 상태에서 사임은 우려할 만하다”며 사임에 관해 탐탁치않은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Drost 부행장은 코메르쯔은행에서 받은 편지내용을 소개하며 김 행장 사임에 관한 입장을 전달했다. 편지내용은 “코메르츠는 김 행장 사임에 대한 개인적 이유는 이해하지만 사임은 이해할 수 없다. 경영성과 수익성이 보여준 정상화에 만족한다”는 요지였다. 또한 Drost 부행장은 “김 행장 연임도 경영의 연속성에 의해 선호한다”며 “아직 신임 행장이 결정된 바 없지만 관심을 표명할 것이고 코메르츠은행이 다음 행장을 특정하게 제시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현대사태에 대한 질문도 많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현대사태 이후 현대그룹 내 주식이동과 주식이동으로 인한 현대 그룹 소유구조의 변동을 도표로 만들어 주주와 외환은행측에 제시했다. 특히 2000년 초 현대건설 자구계획 발표를 시점으로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역할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현대에 대한 우려를 느끼고 있었는지 이에 대한 대응은 무엇이었는지가 중점 관심사가 됐다. 이때 일부 주주들이 큰 목소리로 “어디서 저 딴 것들이 왔어. 지금 와서 사적고찰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어”라고 말해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외환은행은 “2000년 4월 대한투신 비롯해 여러 곳에 공적자금이 5조 정도 투입됐을 때 현대는 어려웠으나 자체 해결하라고 했다. 내 생각엔 부주의했다. 1999년 전 세계 애널리스트가 현대가 제2의 대우라고 우려했다. 현대건설의 문제점은 이라크에서 누적된 미수금 때문이었다. 충담금 적립이 회사에 없었다. 비상이라 양보했고 외환의 적절한 조치였다. 현대 건설은 믿고 싶었지만 우려된다는 현실이 결과로 나왔다”고 답변했다.

2000년 5월 26일 이후 1년 반 동안 주식이동으로 인한 소유지배구조의 변화도 물었다. 주식이동 과정에서 정몽헌의 손실이 외환의 주가를 하락시킨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현대의 1차 자구계획 발표 5일전부터 주요 계열사가 주식이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환은 “우리는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니다. 계열사가 분리된 이후의 주식이동은 몰랐다. 그렇게 하더라도 정몽헌에게 좋은 게 없다. 주식이 없다고 해도 담보설정을 챙길 수 있어서 손해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현대에 모질게 했다”고 현대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했음을 강조했다.

외환은행측이 현대건설 구조조정 감독의 입장에서 정몽헌 씨에게 끌려 간 게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외환 표정이 굳어졌고 일부 주주들도 화를 냈다. “너무 질책하지 말라”며 “내가 몇십년 동안 주주총회 다녔지만 이런 총회 처음이네. 그만 하자!”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반면에 참여연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많은 공부가 됐다”는 주주들도 있었다. 외환은행측은 이런 소란이 있을 때마다 주주들의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 모든 질문에 최선을 다할 것을 거듭 강조하며 총회를 이어나갔다.

외환은행은 “할 일을 다 했다. 당시 인력을 따져야 한다”며 적은 인력으로 현대의 주식이동 상황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서로가 “최선을 다했다”와 “무책임했다”는 공방이 몇 차례 오간 뒤 참여연대측이 주주의 입장에서 좀더 신중한 관리와 감시를 당부하며 현대에 대한 질의는 마무리됐다.

오후 6시경. 1호 의안이 통과되고 상임이사도 이사회 의장에 선임 될 수 있도록 변경하는 정관개정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다.

먼저 참여연대는 지금까지 이사회 의장직은 사내이사로부터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수행하도록 하고 있는 외환은행의 현 구조가 매우 모범적인 구조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현행의 정관을 유지시킬 것을 요구하고 찬반 표결을 이끌었다.

이에 대해 김 행장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 행장이 의장 겸하는 것. 전임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들의 다양한 방법에 왕도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김 은행장은 “행장이 의장 겸한다는 게 아니고 사외이사가 이사장을 맡는 것을 봉쇄하는 것도 아님”을 강조하며 “어떤 상황에서든 이사장을 맡을 수 있도록 정관에 여유를 두려고 한다”고 정관개정의 의도를 밝혔다.

또한 참여연대는 기업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위해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았을 때 우려되는 점에 대한 보완책이 있는 지를 물었다.

김 은행장은 “이분의 일 이상이 사외이사며 코메르쯔에서 2명이 들어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상임이사가 의장을 하더라도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사회 의장 보수결정 등의 주요 문제들에서 충분한 감시를 할 수 있다는 해명이다.

마지막으로 참여연대는 “노조가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하는 거 보고 착잡했다”며 “금융서비스 제공기업으로 맨 파워 결집이 매우 중요한데 현 은행자의 사임과 선임과정에서 정관변경이 자칫 맨 파워를 분산시킬 수 있고 구조조정의 성과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는 참여연대가 정관변경의 이유가 현 은행장이 사임 후 이사회 의장이 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정관변경이 추진되고 있다는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은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이처럼 참여연대는 정관개정에 반대하며 찬반투표를 요구했고 주주들의 의견을 모아 정관개정에 반대하는 사람만 투표하는 방식으로 투표가 시작됐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일부 주주들이 “외환은행에 대한 나쁜 것만 밝히면 주가가 떨어진다. 과연 그게 옳은 주주총회의 방식인가”라고 말하며 “주주총회에서 오가는 이러한 논쟁이 외부에 나쁘게 비춰지지 않길 바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4신 오후 9시 : 이사선임 안건 논란 끝에 원안대로 통과

코메르츠방크, 사내이사 2명에 또 사외이사 2명 추천 논란

제2호 의안인 정관변경에 관한 건에 대한 수정동의안은 부결됐다.

저녁 7시 38분 제3호 의안인 ‘이사선임의 건’이 상정됐다. 김 의장은 “정문수 인하대 교수, 차백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 Jurgen Lemmer 코메르쯔방크 국제담당 전무, Thomas Naumann 코메르쯔방크 회계부장, 강응선 숭실대 교수, 김영대 한국은행 이사에 대한 선임안건”을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애초 사외이사후보로 공고된 김병학씨는 개인적인 이유로 후보에서 사퇴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발언권을 요청한 주주(이 주주는 1호 의안 논의때 수차례 토론필요없이 안건통과시키자고 주장했었다)는 “김 의장이 거론한 모든 사외이사에 대해 지적할만한 사항이 없다”며 “본 주주는 합당한 이사선임에 대해 하등의 결격사유가 없으므로 외환은행측이 발표한 모든 사람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주주는 발언중 코메르츠방크측에서 후보로 내세운 Naumann씨에 대해서는 ‘나이는 서른여덟이지만 독일사람들 이정도면 아주 경험많고 똑똑하니 찬성한다’라고 말해 좌중을 웃기기조차 하였다.

주주들 사이에 제청이 터져나올 즈음 참여연대 소속 김헌수 주주는 이의를 제기하면서 “김병학 후보는 이미 사외이사로 추천됐는데 그가 빠진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덧붙여 그는 “코메르츠방크쪽에서 사외이사 후보로 2명을 추천했있는데 그들은 코메르츠방크와 외환은행간의 투자계약서때문에 (사외이사를 2명 배정한다고 되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김 의장은 “김병학씨는 이사회 운영위원회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사외이사로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우리가 몰랐는데, 금감원측에서 이사후보 자격을 체크하면서 김병학씨가 국민카드의 사외이사후보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우리쪽에서 포기하게되었다”라고 답변하였다.

애초 참여연대는 금감원 규정과 은행법규상 금융기관의 임원은 타금융기관의 임원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이 김병학씨를 후보로 추천한 것이 무슨 연유인지 무척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법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민카드는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의 경쟁사이기때문에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경쟁사의 임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사외이사후보로 추천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김병학 후보의 사퇴로 법규위반이나 이해관계충돌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참여연대측 김선웅 주주는 “이사후보를 추천할 때 후보자의 신상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했어야 했는데, 외환은행이 그러지 못했다는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라고 지적하다.

그리고 김 의장은 코메르츠방크쪽 사외이사 후보가 추천된 것과 관련하여 “코메르츠방크쪽은 계약당시 상임이사 2명, 사외이사 2명 총 4명을 추천키로 돼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참여연대측 김헌수 주주는 “코메르츠방크가 상임 사내이사 2명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2명까지 추천하고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대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사외이사로서 가질 수 있는 독립성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며 따졌다.

이에 김 의장과 드로스트 부행장(코메르츠방크측 경영진)은 “대주주도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 은행법상 이사의 70%는 여러 대주주들이 추천하고, 30%는 공익적 차원에서 추천하도록 되어있다”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답변에 참여연대는 “그것은 대주주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않기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는 대주주이면서도 경영진을 직접 구성하고 있기때문에 경우가 다르지 않느냐? 정 필요하다면 사외이사로 추천할 것이 아니라 비상임 사내이사로 추천해야 하는 것이 옳다”라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코메르츠는 계약서의 내용을 바꿀 의향은 없는가?”라고 질문하였는데, 드로스트 부행장은 그럴 계획은 전혀 없다고 답변하였다.

하지만 이런 공방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추천한 이사선임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그리고 설전이 오가던 끝에 저녁 8시 7분이 되어서야 제4호 의안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이 통과됐다. 추천된 이금룡 옥션대표와 김갑용 서울시 용산세무서장에 대해 이의없음이 알려지자 장내는 이제야 주주총회가 끝났다며 탄성을 질렀다.

김경림 의장(외환은행장)은 “장장 10시간에 걸친 의안에 대해 명명백백 찬반투표까지 하면서 민주적으로 주주총회를 치렀다. 오늘의 주총이 공개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외환은행의 장래에도 서광이 비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긴 시간의 주주총회는 훗날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폐회의 인사를 가름했다.

마지막 발언에 나선 참여연대측 김상조 주주(한성대 교수·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는 “10시간 동안 이어진 끈질긴 질문에 성실히 답변한 외환은행측에 감사를 전한다. 주주총회 과정 중 사후 설명을 하겠다고 넘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끝까지 성실한 답변을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 경영컨설팅을 동시에 맡기는 것을 재고할 지 여부, 현대건설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에 대한 평가결과 등을 서면으로 알려주기를 부탁한다. 오늘 주주총회는 외환은행측이 지배구조개선과 경영발전에 나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편 오늘 주주총회 자리에서 현대그룹 구조조정과정에 있었던 (정몽헌씨의 현대그룹 지배권 유지와 관련된) 주식이동 등에 대해 분명치 않은 답변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이에 대한 적절한 조처가 있기를 바란다. 아까 Drost 부행장께서 마치 참여연대가 특정인을 폄하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주주총회에 참석한 게 아니냐고 말했는데, 그런 일 없고, 참여연대가 현대그룹 문제를 지적한 이유는 외환은행의 부실이 사실상 현대그룹의 부실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여신관리 미흡에서 기인하는 터라 앞으로 그런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말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날 주주총회는 저녁 8시 21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현장취재 : 월간 참여사회 장윤선, 황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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