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재경부 세제개편안

1.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부활시키고,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혜택을 폐지해야 한다.

김영삼 정부가 취한 조치중 유일하게 평가받는 것은 금융실명제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도입한 것이다. 이는 자금흐름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해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실명제가 경제를 망쳤다는 보수세력의 해괴한 논리에 밀려 현정부 출범직전 유명무실화되었다. 그들의 요구에 따라 금융실명제와 금융소득종합과세가 폐지된 후에도 제도금융권내의 현금유동성은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경제정의를 희생하고서라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목적은 살리지 못한채 검은 돈의 흐름을 편안하게 해주고 전국민의 1%도 안되는 부유층의 세부담을 경감한 결과만 초래한 조치였다. 그렇다면, 개혁을 기치로 내건 현정부에서 당연히 이를 부활해야 할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그대로 내버려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금융소득 종함과세를 유보함으로서 발생하는 세수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다수 서민의 이자소득세를 2번씩이나 인상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다름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그랬듯이 현 정부도 고소득자, 부유층의 음성소득을 강력하게 포착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고소득 전문직종은 음성탈루소득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들의 소득을 포착하는 제도의 마련이 강력히 요구되었고, 전문직종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혜택의 폐지가 그 제도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세제개편에서는 고소득 전문직종에 대한 면세혜택의 폐지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러고도 음성탈루소득에 대하여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정부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겠는가?

2. 허전한 실물경제부양조치

침체된 실물경제를 부양하는데 현 세제개편의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동차와 부동산에 대한 교육세와 농특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였고 그 이전에는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를 인하하였다. 이는 물가인하의 효과를 가져와 수요를 늘리는데 어느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수요가 증가되기 위해서는 물가인하와 더불어 소비자의 실질소득이 늘어나거나 적어도 감소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수요가 극도로 침체된 주원인은 소비자의 실질소득이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감소되는 현상황에서 근로소득세의 면세점을 높여 실질소득의 감소를 어느정도 보완해주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근로소득세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이번 세제개편은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은 22%에서 24.2%로 상향조정되었다. 현재 직장을 잃어 몇푼 안되는 이자소득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비추어 이는 수요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하다.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한 물가인하조치는 실질소득의 감소로 인해 그 효과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3. 양도소득세의 인하는 적절한가

부동산경기를 살리기 위하여 양도소득세를 10%씩 인하하였다. 양도소득세가 부동산경기를 조절하는 강력한 수단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정부관료의 생각대로 부동산경기가 과열일 때 양도소득세를 올리면 부동산경기가 잠잠해지고 부동산경기가 침체될 때 양도소득세를 내리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까? 이렇게 단순하다면 좋겠지만 과거의 경험은 그렇지 않았음을 증명해준다.

양도소득세는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일 뿐이다. 부동산경기가 살아나려면 실수요자 중심으로 수요가 일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동산취득단계에서의 각종 규제와 세부담을 완화하고 적절한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아울러 동결효과 완화를 위해 3년간 보유를 의무화하고 있는 1세대 1주택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여야 한다. 양도소득세를 인하했다고 해서 실수요자들이 부동산을 사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거의 매년 바뀌는 양도소득세가 자기가 팔때는 또한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샀다가 금방 파는 일부 투기꾼이나 양도소득세에 대하여 민감하다. 이번 조치는 부동산경기는 살리지 못한채 일부 부유층과 부동산투기꾼에게만 혜택을 주어 세수만 까먹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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