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생명보험사 상장 누구를 위한것인가

아래 글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 김헌수 교수가 7월 15일 머니투데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지난 99년부터 논의가 시작되었고, 최근 다시 초미의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의 상장(上場, 간단히 말하자면, 증권거래소에서의 주식거래) 방안에 대한 논쟁과 관련한 글입니다.

참여연대는 곧 금융감독위원회에 생명보험사 상장 방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생보사 상장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금감위(원)는 금년 8월중 생보사 상장안을 제시한다는 목표로 현재 관련기관 및 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중이다. 삼성자동차 부실 때문에 이건희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400만주를 조기에 현금화해야 하고, 조세특례제한법상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대한 세제특혜 시한이 금년말로 다가왔기 때문에 생보사 상장이 조만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일부의 인식인 듯 하다.

그러나 이것은 꼬리가 개를 흔드는 식의 앞뒤가 바뀐 시각이다. 생보사 상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생보사 상장의 핵심 이해당사자는 누구인가? 생보사 상장의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는 정부 감독당국도, 삼성자동차 채권단도, 재벌생보사의 대주주도 아니며 보험계약자이다. 왜냐하면 생보사는 계약자의 희생으로 성장했고 지금도 계약자의 돈이 생보사 자산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상장이 잘못되면 가장 많이 손해를 볼 당사자가 계약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생보사는 상호회사인 일본의 생보사를 모델로 만들어졌고 대주주보다는 계약자가 경영리스크를 지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그리고 1980년대 말 생보사 상장 이슈가 처음 등장했을 때 정부 업계 및 학계 전부가 생보사의 ‘상호회사적’ 성격을 인정하였다. 그 결과 상장을 전제로 실시한 자산재평가에서 얻어진 이익을 주주에게 100% 다 준 것이 아니라 계약자에게 70%를 주고 나머지 30%를 주주에게 분배한 것이다. 향후 상장을 통해서 얻는 이익도 계약자와 주주에게 공평하게 분배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상장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는 이익에는 자산재평가차익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주식 발행가격과 시장가격 차이인 자본이득(capital gain)이다. 자본이득을 계약자와 주주에게 간단, 공평, 효율적으로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주식배분이다. 상장시 자본이득 규모는 자본시장의 변동성 때문에 정확히 예측할 수가 없어서 이를 미리 계산해서 현금으로 배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현금배분안’은 과거 자산재평가차익중 자본계정에 있는 계약자 몫을 빼내서 현금으로 주겠다는 생보사의 주장으로 자본이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옛날에 줘야 할 돈을 나중에 돌려주기만 하면 그것으로 계약자에 대한 ‘공평한 자본이득 분배’도 해결된다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상장기업은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 외에도 세제혜택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따라서 정부는 상장 신청기업을 국가 경제적인 측면과 자본시장의 발전측면에서 엄격히 심사한다. 이 심사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정부는 대상 생보사에게 적절한 상장조건을 제시하는것이 마땅하며, 생보사들이 그 상장조건을 충족하면 상장하는 것이고 상장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면 그 조건을 충족할 때까지 상장은 유보되는 것이다. 계약자 권익보호와 같은 상장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상장을 허용한다면 이는 불법이다. 더욱이 과거 생보사의 ‘봉’이었던 계약자가 또 다시 정부와 생보사 대주주의 희생양이 된다면 보험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

 

생보사 상장의 전제는 이해당사자인 계약자에 대한 공평한 대우이다. 이 전제에 동의한다면 소모적 논쟁을 끝내자. 정부는 꼬리가 아닌본체를 대상으로, 공적자금 회수 등 주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안이 아닌 계약자 이익이 보호될 수 있는 상장안을 만들어야 한다. 보험산업 선진화는 보험사의 상장여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고 계약자 권익보호와 국민의 신뢰정도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법과 원칙을 지키는 생보사 상장, 참여정부의 경제개혁 의지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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