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해관계자 거래 절차에 문제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이건희 회장 부인과의 토지거래 승인 절차 꼬집어



지난 8월 26일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씨와 부동산 거래가 있었다고 증권거래소를 통해 공시하였다.

삼성전자가 홍라희씨에게 판 부동산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소재 772평 토지로, 삼성전자는 지난 96년 2월 국제 커뮤니티 센터 설립을 목적으로 이 토지를 매입했었다.

삼성전자는 이 부동산 거래를 통해 20억원 가량의 이득을 보았다고 밝혔는데, 삼성전자 재무제표상 장부가가 66억 4천여 만원인 이 토지를 홍라희씨에게 86억 2천 5백여 만원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토지 매각 가격 산정을 위해 태평양 법무법인을 비롯한 2개의 공인감정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았으니 거래 가격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 연구와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 모니터를 전문으로 하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8월 28일 “삼성전자, 이해관계자 거래 절차에 문제 있어”라는 제목의 이슈리포트를 발간하여,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최도석 사장, 이윤우 사장 등 3명의 사내이사들만이 참여한 경영위원회를 통해 이번 거래가 승인된 점과 관련하여, 지배주주 가족과의 거래에 있어서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증권거래법과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10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는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되어있으나 그 이하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10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는 증권거래법 등을 따르도록 정관에 정해져 있고, 100억원 미만의 내부거래는 정관과 이사회규정에 따라 ‘경영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거래는 증권거래법과 공정거래법, 삼성전자 정관 및 이사회 규정 등 관련 규정들에 위배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상법에는 이른바 ‘자기거래(self-dealing)’에 대한 규제가 있어, 회사와 회사 경영을 맡고 있는 이사간의 거래시에는 이사회의 승인을 얻도록 하며 그 이사는 이사회 의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점을 언급하고, “학자들은 이사가 직접 거래 당사자인 거래 뿐만 아니라 간접거래(이사의 특수관계인과 회사가 맺는 거래 등)와 같이 널리 회사와 이사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거래에 있어 이사회의 결의를 요한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삼성전자와 홍라희씨간의 부동산 거래에 대해 “회사가 이사의 배우자간에 회사의 자산을 매각하는 내용의 거래는, 통상적인 계열사간 거래와는 달리 상법상 자기거래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사외이사들이 포함된 이사회의 결의를 거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고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홍라희씨간의 거래가 비록 법규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동안 황제 경영과 부당내부거래로 지배구조의 취약성이 항상 문제가 되었던 삼성전자이니 만큼, 이해관계자와의 거래에 있어서 보다 투명하고 엄격한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영업성과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할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가 매각한 토지는 이건희 회장의 저택과 영빈관인 ‘승지원’ 주변의 한남동 땅으로, 그동안 삼성측이 한남동 일대를 ‘삼성타운’으로 조성하기 위해 계열사들이 나누어서 매입, 보유하고 있던 땅이다. 삼성은 일명 ‘H 프로젝트’라고 하여 노인회관, 청소년회관, 커뮤니티 센터, 문화센터 등으로 이루어진 1만여 평 규모의 ‘삼성 타운’을 건립중이며, 이번 삼성전자-홍라희씨 간의 토지거래는 홍라희씨가 관장을 맡고 있는 호암미술관의 이전계획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된다.
박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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