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의 심리적 고통도 감안해야 한다는 억지 사면이유

양형상의 특혜를 이미 받은 경제인의 사면은 법 앞의 평등원칙 훼손시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소위 경제 5단체가 불법정치자금 제공, 분식회계 등으로 형이 확정된 뒤 사면복권 되지 않은 기업인 54명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하기를 정부에 건의한 이후, 어제(4일) 열린우리당 김진표 정책위의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경미한 범죄로 경제활동이나 대외 금융거래에 큰 제약을 받는 기업인들의’ 사면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서 ‘기업인의 경우 사회적 비난과 심리적 고통도 실질적 징벌’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는(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교수) 23조 원의 분식회계(김우중 전 대우회장) 등의 범죄는 절대 ‘경미한’ 범죄가 아니며 이러한 사면논의는 건전한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법 앞의 평등 원칙을 무너뜨리게 되어 사회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판단한다.

실제 양형에서 특혜를 받아 낮은 형량이 부과된 기업인의 특별사면은 특별사면의 존재 이유와 전혀 부합되지 않는 것이다. 특별사면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그 괴리를 메우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거나 불가피한 상황에서 행한 범법행위에 ‘법 그대로’ 형량이 부과될 경우 그 형량을 좀 줄여줘서 국민적 통합을 꾀하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제 양형에서부터 과도한 특혜를 받은 기업인은 사면대상이 아니다. 월드컴이나 아델피아 등의 회계부정에 대한 외국의 양형 사례를 보면 전 CEO 버나드 에버스(63세)와 설립자인 존 리거스(80세)에게 사실상의 종신형인 각각 25년, 15년 실형이 선고되었다.

반면에 1조 5천억 원의 회계부정을 저지른 최태원 SK 회장, 230억 원의 횡령을 저지른 박용성 두산 전회장 등이 모두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인에 대한 형량은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달 대검중수부 출신의 한 검사는 ‘기업범죄 양형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최근 4년 동안 기업범죄 피고인 117명 중 불과 6명만(약 5%) 실형이 선고 된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처음 선고 때 부터 일반인에 비해 훨씬 관대한 형을 받은 기업인이 사면까지 받는다면 일반 국민과의 법 앞의 평등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다.

사회적 비난과 심리적 고통도 실질적 징벌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기업총수의 사면을 주장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국민이나 대중의 지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정치인이나 유명 연예인들이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때는 사회적 비난과 심리적 고통을 감안하여 관대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것인가.

성탄절, 광복절만 되면 해마다 반복되는 기업인들의 사면 요청은 법치주의를 훼손시키고 국민들의 재계에 대한 불신만 심화시킬 뿐이다. 시장 질서를 교란시킨 기업인을 부적절하게 사면한다면 건전한 기업을 양성하고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일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경련 등 소위 경제5단체는 부적절한 사면 건의를 즉각 취소하고, 열린우리당 김진표 정책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이 국민적인 법 감정에 어긋나고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다.


시민경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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