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에게만 인간적인 정부’되길 바라나



재벌총수 특별사면,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법과 원칙’에 위배
보복폭행한 재벌총수 사면하는 것이 경제살리기인가


청와대가 오늘 ‘건국 60주년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가 사면을 건의한 재벌총수 대다수가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됐다. 특별사면 대상에는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6월에 형이 확정되어 현재 사회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분식회계 및 내부거래 혐의로 기소되어 지난 5월 형이 확정된 최태원 SK 회장, 보복 폭행을 행사해 물의를 빚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포함되어 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는 청와대가 단행한 재벌총수에 대한 무차별적인 사면은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우는 ‘법과 원칙’의 가치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재벌총수 사면과 경제 살리기와의 상관관계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면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과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1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광복 63주년 및 건국 60주년을 맞아 정치인, 경제인, 생계형 민생사범 등 34만여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특별사면ㆍ복권을 15일자로 단행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법무부 등 관계기관 공무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그동안 법과 원칙을 유난히 강조해왔다. 당선자 신분이었던 지난 1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간담회를 취소했다. 인수위 측은 간담회 취소가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나 단체와는 만나지 않겠다는 이 당선자의 의지 표현’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6월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조중동 불매운동을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세 신문사의 광고주에 전화한 시민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촛불집회 기간 내내 ‘법과 원칙에 따른 법 집행’을 내세우며 천 명도 넘는 시민들을 연행했다.


이렇듯 법과 원칙을 내세웠던 정부가 오늘은 형이 확정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았거나 보복 폭행을 저질렀던 재벌총수를 ‘경제 살리기’ 운운하며 사면했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분식회계를 저지른 엔론 사의 최고경영자에게 24년 형을 선고하는 등 경제사범에게 엄격한 미국의 경제는 엉망이 되어있어야 한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제프리 존스 변호사는 유난히 기업인들에게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한국의 법원을 두고 ‘인간적 법원’이라고 비꼬았었다. 그런데 이번 특별사면으로 정부 또한 ‘인간적 정부’라는 별칭을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정부가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사면권을 남용해 재벌총수들의 죄를 면해줄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재벌총수들의 불법행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경제 질서가 확립되어 경제를 살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재벌총수에게만 인간적인 정부’, 유전무죄를 조장했던 정부로 역사에 남지 않으려면 이번 특별사면을 반드시 철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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