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공판 방청기 (제3차)- 삼성의 거짓증언, 여실히 드러나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는 삼성의 불법행위를 규명해낼 공판 과정을 방청합니다. 향후 방청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시:
   1회 공판기일-2008. 6. 12.  
2회 공판기일-2008. 6. 18.                                       
   3회 공판기일-2008. 6. 20. 
4회 공판기일-2008. 6. 24.
  
5회 공판기일-2008. 6. 27.

 장소: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시간: 오후 1시부터 입장시작, 1시 30분 부터 공판 시작

삼성 공판 방청에 동참하실 분들은
참여연대 이상민 (02-723-5052,
cadicalce@pspd.org )에게 연락주십시기 바랍니다.



삼성 공판 방청기 <제3차 공판>

삼성의 거짓증언, 여실히 드러나다



2008.6.20 참여연대 이상민


바둑을 두는 스타일을 보통 공격형 또는 수비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수비형 바둑은 이창호 9단처럼 차분히 수 읽기에 치중하고 자기의 집을 넓혀나가는 스타일이고, 공격형 바둑은 이세돌 9단처럼 상대방의 대마를 공략해 나가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공격형의 바둑을 두는 사람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하거나 실수를 예측하고 두는 수이다. 상대방이 ‘다행히’ 실수를 하면 한순간에 불리한 전세를 만회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역공을 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것은 바둑을 두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삼성의 변호인단과 중앙일보 재무파트 담당자의 거짓 증언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오늘(20일) 3번째 열린 삼성 공판에서 96년 당시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인 중앙일보가 삼성에버랜드의 저가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은 과정에 대한 증인 심문이 진행되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중앙일보 임광호 재무담당 이사는 2001년에도 삼성에버랜드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런데 당시 검사실에서 진술한 내용을 거짓으로 번복했던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사실 삼성 측은 바둑을 두듯이 차분하게 상대방을 상대하기는 어려운 지경이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과정에서의 불법성은 이미 1심과 2심 법원 판결을 통해 증명되었다. 그리고 그 불법성에 대한 책임은 삼성에버랜드라는 개별회사보다 삼성 구조본(비서실)이 져야 한다는 정황증거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이미 많이 드러났다. 미리 돌 몇 개를 덤으로 놓은 상대방과 바둑을 시작한 형세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막상 바둑을 두어보니 상대방(특검)의 기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사실을 삼성 측은 느꼈나 보다. 특검은 지난 2차 공판에서 회사의 주인을 바꿀 수 있는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기획하고 추진한 사람이 구조본이 아니라 삼성에버랜드 직원이라는 삼성 측의 변명조차 효과적으로 반증해내지 못했다. 이런 경험이 몇 번 반복되자 삼성은 드디어 악수를 두게 되었다. 현재 필요한 논리를 만들고자 2001년 검찰에서 이미 진술한 증언까지 뒤집는 발언을 한 것이다. 과거에 검찰에서 증언한 내용을 뒤집는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속아 넘어가기를 바란 것이다.

중앙일보 임광호 이사는 96년도 당시에 중앙일보와 삼성의 계열사 분리를 위해 삼성의 구조본과 자주 협의를 했다는 사실을 지난 2001년 검찰 조사 때 진술하였다. 그런데 삼성 측 변호사와 임광호 중앙일보 증인은 입을 모아서 96년도 당시에는 삼성 구조본과 협의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2001년도 검사에게 삼성 구조본과 협의를 했다고 발언한 것은 98년도 계열 분리 때 얘기라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이 20일 열린 3차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경영권 불법승계와 조세포탈 의혹으로 기소됐다.
 사실 특검은 삼성 측의 이러한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하는 수에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2001년도 검찰 증언에서 언급한 시점은 98년도가 아니라 96년도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객관적 증거를 통해 반증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삼성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했던 시점인 96년경에 중앙일보가 자신이 보유한 삼성계열사 주식의 처분 방법에 대해 삼성구조본과 긴밀한 협의를 했다는 사실은 특검의 유리한 증거가 된다. 특검이 삼성 측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반증하지 못한다면, 특검의 유리한 증거가 단순히 하나의 논란거리로 전락하게 된다.

다행히도 판사는 2001년도 검찰 진술 조서를 통해서 삼성 구조본과 협의한 시점은 98년도가 아니라 96년도라는 사실을 반박하는 증거를 특검에게 요청하였다. 특검은 판사의 요청에 따라 반박 자료를 제시하였다. 2001년도 조서에 언급된 발언은 전체가 96년도 상황이라고 증명될 수 있는 임광호 증인 본인의 발언을 끄집어내었다. 특검은 자신이 가진 조서를 통해서 상대방의 논리를 반박할 줄도 몰랐던 것이다.

삼성이 특검의 실수를 노리고 둔 수를 통해 오히려 중앙일보 증인과 삼성 측 변호사들이 ‘입을 맞추고’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법 논리에서 밀리던 다급해진 삼성 측은 너무 공격적으로 재판을 몰아가다가 악수를 두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하는 수를 두는 것은 바둑을 두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바둑에서는 도저히 판세를 뒤집을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깨끗하게 승복하고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도리이다. 이는 국민이 삼성 측 피고인에게 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공판이 시작될 때 이건희 회장 및 다른 삼성 피고인 모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반성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발언을 하였다. 그런 발언과는 상관없이 법 논리에도 맞지 않는 변명을 남발하고 증인과 ‘입을 맞추고’ 거짓 증언을 시켰다.

특검은 임 증인에게 당시 홍석현을 중앙일보 사장에 임명한 것은 이건희 회장이었는지를 물었다. 임 증인은 모르겠다고 대답했으나 특검이 지난 2001년 검찰 조서상에는 임증인은 같은 질문에서 이건희 회장이 홍석현을 중앙일보 사장에 임명했다고 말했던 발언을 상기시켰다. 그제야 임 증인은 “예전에 그런 말을 했다면 그말이 맞을 수 있겠다.”라고 시인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모르지만 과거에 증언했다면 맞다는 말이 무슨 취지인지, 그런 부분은 시간이 몇 년 지났다고 기억이 희미해지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고 판사가 꼬집을 정도였다.

오늘은 중앙일보 외에도 당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실권한 법인 주주들의 증인심문이 이어졌다. 모두 삼성구조본의 지시가 아니라 각 계열사의 판단에 따라서 삼성에버랜드의 저가의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런데 당시 유일하게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한 법인 주주인 제일제당 담당자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에도 제일제당은 이미 삼성과의 계열사 관계를 완전히 정리한 상태였다. 또한, 당시 삼성과 제일제당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삼성의 계열사 관계도 정리했을 뿐만 아니라 삼성과 사이가 좋지도 않던 제일제당 입장에서는 시가보다 현저히 싸게 발행된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제일제당 관계자는 당시 전환사채 인수 청약서를 인편이 아니라 우편으로 받은 것 같다는 증언을 하였다. 지난 공판 때부터 에버랜드 관계자와 법인 주주 모두 청약서를 인편으로 보냈다고 주장하는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청약서를 우편으로 보냈다는 배달 증명을 할 수 없어서 보내지도 않은 청약서를 인편으로 보냈다고 거짓 증언하는 것이 아니냐는 특검의 지적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결국, 계열사도 아니고 더군다나 삼성과 사이가 좋지 않은 제일제당에만 우편으로 발송하고 나머지는 모두 인편으로 발송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편으로 청약서를 받은 모든 법인 주주는 저가의 전환사채를 실권하고 우편으로 청약서를 받은 제일제당만 실권하지 않고 인수하였다. 그 많은 법인 주주 및 개인 주주에게 우편으로 청약서를 돌리지 않고 인편으로 전달한 이유를 묻는 특검의 질문에 대해 삼성에버랜드 담당자는 전환사채를 인수하도록 직접 설득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런데 실제로 우편으로 받은 사람만 인수하고 ‘직접 만나서(?)’ 설득당한 모든 법인 주주 및 개인 주주는 실권한 것이다. 물론 특검은 이런 사실을 법정에서 따지지도 못했다. 이런 중요한 부분을 법정에서 지적하지 못하는 특검을 보는 것이 재판을 방청하면서 가장 답답한 부분이다.

법인 주주 증인심문이 끝나고 개인 주주 증인심문이 시작 되었다. 삼성에버랜드 개인주주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은 모두 삼성의 전 현직 임직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모두 삼성의 차명 주식을 위해 자신의 명의를 ‘공식적으로’ 대여해 준 사람이란 것이다. (개인 주주들의 말에 따르면 삼성 측이 자신의 명의를 차용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스스로 자신의 명의 사용을 허락해 주었다니 필자는 ‘공식적으로’ 대여해 줬다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모두 삼성의 다른 계열사 주식은 자신의 명의로 차명되어 관리 받았다고 하지만 본인 명의의 삼성에버랜드 주식만은 차명주식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주식이라는 것이다. 유독 삼성에버랜드 주식만 자신의 금고 안에서 증권 현물을 십수 년 전부터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가진 개인 주주 모두 96년도 당시에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은 이유는 삼성에버랜드 주식이 별로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그들 모두 10년이 넘은 아직까지도 아무도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있다.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 저가의 전환사채조차 인수하지 않은 사람이 10년이 넘도록 ‘투자가치 없는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오늘 재판 과정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양형 증인 신청 관련한 특검의 태도다. 오늘 공판 끝날 무렵에 판사는 특검에게 양형 증인을 신청할 것인지를 물었다. 머뭇거리던 특검에게 판사가 재차 물어도 특검은 양형증인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결국, 판사가 재판부 직권으로 김상조 교수와 곽노현 교수를 양형 증인으로 신청한다고 밝혔다. 김상조 교수는 참여연대(현 경제개혁 연대)에서 10년이 넘게 삼성의 불법 문제를 꾸준히 제기한 사람이다. 곽노현 교수는 법학교수 43인과 함께 삼성에버랜드 사건을 고발을 주도한 사람이다. 삼성에버랜드 문제에 대해서 올바른 해석을 듣기 위해서는 이 두 사람의 증언은 필수적이라고 할 것이다. 재판부가 직권으로 양형 증인으로 이 두 사람을 내세워서 다행이긴 하지만 특검이 왜 이들을 신청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바로 특검의 이러한 부분이 삼성의 변호사들이 상대방의 실수는 노리는 수를 두게 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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