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기업의 비자금 조성 근절대책

기업이 저지르는 3대 회계 부정은 분식회계와 비자금조성 그리고 탈세이다. 분식회계는 비자금조성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로 대형사고를 저지를 때 발생한다. 반면 비자금조성은 모든 기업에서 규모의 차이는 있으되 광범위하게 일어난다고 볼 수 있으며, 아슬아슬하게 세무당국과 탈세의 숨바꼭질을 벌인다. 범죄로 본다면 소매치기에 해당하는 이 기업비리는 기업 범죄자를 양성하는 일종의 기초과정이므로 지금까지의 관행처럼 적당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비자금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기업의 회계정보는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으므로 비자금 조성 수법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동안 언론에 흘러나온 것 중 언론사세무조사 때 발표된 자료가 그나마 그런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때 보도된 탈세 수법 중 수입누락과 경비 부풀리기가 비자금 조성의 주된 수법으로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비리는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나 만일 건축이나 대규모 프로젝트가 있을 경우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 질 수 있다. 본래 거래라는 것이 거래상대방이 있고 최종적으로는 금전으로 회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비자금 비리도 이 두 가지 속성을 거친다. 즉 거래상대방의 협조와 송금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부정을 저지른 당사자를 처벌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정에 협조하는 거래상대방에 대한 제제와 금융거래를 투명화하는 과제를 추가한다면 비자금거래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현행 세법에서는 탈세문제에만 집중하여 정규영수증을 의무적으로 수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서로 합의하에 영수증 부풀리기를 시도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 더욱이 부풀린 금액을 송금함에 있어서도 합의차명이 허용될 뿐더러 실명확인하지 아니한 금융기관의 처벌도 미미하므로 아무런 제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우선 기업이 거래과정에서 구비한 정규영수증에 추가하여 돈을 지급한 내역을 추가로 입증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기업이 정리하여 두었다가 세무조사시 제출할 수 있도록 하면 충분할 것으로 본다. 그런 다음 금융거래시스템을 보완하여 부풀린 돈이 세탁과정을 통하여 부정을 저지른 당사자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현재 정부도 금융거래를 투명화하는 과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금세탁방지를 위하여 금융기관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는 기준의 인하, 과세당국의 금융거래정보 접근권한 확대, 고액현금거래통보 등을 추진할 계획으로 있다. 그러나 합의차명에 대한 제재가 빠져있고 자금세탁방지행위에 탈세가 빠져 있어 기업의 비자금조성 차단 수단으로서는 한계를 갖는다. 결국 합의차명에 대한 현실적인 제재와 탈세를 목적으로 한 자금세탁행위도 근절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자금 조성에 협조한 거래 상대방에게 어떠한 벌칙을 줄 것인가 하는 약간 곤란한 문제가 남는다. 거래 상대방이 경제적 약자이므로 울며겨자식으로 부당한 요구에 응한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적발된 매출누락과 비용 부풀리기는 그 건으로 거래 상대방이 탈세를 하였다면 많지는 않으나 수정신고를 통하여 불이익을 받고 사후적으로 교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거래 상대방은 손해를 만회하기 위하여 자기의 거래상대방에게 또 다시 부당한 요구를 하게 되고 결국 사회 전체가 응당 그런 요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수준까지 돼 버렸다.

적당한 관용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이 비록 거래 상대방이 경제적 약자이기는 하나 제제를 피할 수 없는 이유이다. 따라서 세무조사기준에서 비자금 조성 협력자에 대한 조사가 추가되어야 하며 조세범 처벌범의 규정도 손질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 기업 비자금은 거의 모든 기업인을 범법자로 만드는 통로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지나친 온정주의는 절대 삼가야 할 사항이다.

최영태(회계사, 조세개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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