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나는 고발한다②

전 공자위 매각소위 위원이 밝히는 대한생명 특혜, 부실매각의 전말

 

2002년 대생을 한화에게 매각하면서,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실적에만 급급하여 인수자의 자격요건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아 과거 금융기관을 부실화시킨 전력이 있는 한화그룹에게 3조 55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여된 금융기관을 넘기고 말았다. 이러한 의외의 결과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시에도 한화그룹의 로비와 정부측 공자위위원들의 부실심사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검찰은 한화의 대생인수 로비와 관련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참여연대는 당시의 대생 매각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심사소위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주영 변호사의 기고문을 2회에 걸쳐 나누어 싣는다. 편집자 주

 

 

나는 고발한다① – 전 공자위 매각소위 위원이 밝히는 대한생명 특혜, 부실매각의 전말

 

2002년 4월 8일 드디어 심의에 착수

한화컨소시움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여부가 본격적인 논의대상이 된 것은 2002년 4월 8일경이다. 이 때도 정식 의안상정은 아니고 보고형식을 빌었지만 매각소위 위원들은 신속하게 이 안건의 심의에 착수했다. 의안상정은 늦출대로 늦춘 상태였지만 사무국에서는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상황이었다. 괘씸했지만 할 수 없지 않은가? 4월 8일 회의에서 위원들은 예보측으로부터 그간의 진행경과를 보고받은 한화측이 제시한 인수가격의 적정성과 한화컨소시움의 인수자로서의 적정성을 검토하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여부를 결정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

이러한 매각건을 심의함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심의해야 할 사항은 늘 별반 다르지 않다. 첫째, 매각대상물이 어떠한 상황이고 따라서 어느정도 가치가 있는지, 둘째 매수희망자가 어떤 업체이고 자금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셋째, 매수희망자가 제시한 조건은 적정한지이다. 의안이 상정된 후 매각소위에서는 매우 촘촘하게 심의일정을 짠 후 심의를 진행하였는데, 4월 8일의 제26차 회의, 4월 10일의 제27차 회의, 4월 23일의 제28차, 4월 29일의 제29차 회의에 이르기까지 약 4차례의 회의를 가지면서 대한생명의 상황, 한화컨소시움의 현황 및 그 적격성, 거래조건의 적정성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들여다 보면 볼수록 드러나는 문제점들

그런데 한화컨소시움에 대한 심사를 하면서 들여다 보면 들여다 볼수록 갖 가지 문제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한화그룹이 IMF를 겪으면서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재기에 성공한 모범적인 그룹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분식회계건도 회계처리방법에 대한 견해차이에서 비롯된 기술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구체적인 자료를 보자 나의 이러한 이해가 피상적이었음이 드러났다. 우선 우리는 한화컨소시움의 대생 인수 및 경영능력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 한화그룹의 재무상황에 관한 자료를 받아 보았는데, 한화그룹은 자료가 제출된 최근 10년간 (1992년부터 2001년까지) 단 한 차례도 순익을 내어 본 적이 없었으며 (금융사 제외, 금융사 포함해도 흑자는 2000년 단 한 차례), 가장 최근연도인 2001년도에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의 주체가 되는 회사들도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과연 충분한 출자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구조조정이 성공적이려면 이익을 내야 하는데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구조조정이 피상적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분식회계도 그렇다. 분식회계의 규모는 무려 8,078억원으로서 절대적인 규모 뿐만 아니라 관련사들이 이로 말미암아 적자를 면하고 흑자로 보여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분식이 틀림 없었다. 그리고 그 수법도 계열사의 지분을 주로 연말에 집중적으로 취득한 후 취득가액과 장부가액의 차이를 부의 영업권으로 일시 계상하는 수법이어서 다분이 의도적으로 보였다. 게다가 한화그룹이 대주주로 있던 한화종금 및 충청은행에 공적자금이 3조가량 투입한 것 역시 책임을 다했거나 대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금융감독위원회가 인정해 준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이 역시 납득할 수 없었다. 보험업법에는 소위 주요출자자요건이라는 것이 있다. 즉 보험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대주주가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 요건을 말한다. 매각소위에서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보험사를 인수하려는 자가 있을 경우 적어도 보험업법상 보험업 신규허가시 요구되는 주요출자자 요건정도는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화그룹의 경우 이 주요출자자요건의 여러 가지에 저촉되는 사실이 드러났다. 우선 부채비율 200%미만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투자자금이 차입금이 아니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는지 불명확했고, 분식회계는 증권관련법규위반이므로 이 역시 결격사유였다. 그리고 과거 부실금융기관의 대주주였다는 사정은 아무러 금감위가 그 책임을 면제하거나 부담한 것으로 간주한다 하더라도 이미 부실유발이라는 역사적 사실 자체는 없앨 수가 없었다. 한화나 주거래은행은 물론 금감위 조차 보험업법상 대주주요건은 신규설립시에나 요구되는 것이지 지분인수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보험업 신규허가도 받을 적격이 안 되는 자에게 공적자금이 투입된 보험사의 대주주자격을 허용한다는 것은 넌센스였으며 금감위나 한화측의 변명은 공허했다.

미리 각본을 다 짜 놓았나?

매각소위에서는 3월부터 4월에 걸쳐 대한생명 대표이사, 한화그룹의 구조본 관계자, 한화의 주거래은행인 한빛은행 부행장, 회계법인 관계자, 금감원 전문위원, 금감위 보험감독과장, 주간사 관계자 등 대한생명과 한화컨소시움과 관련한 사항을 참고진술할 참고인들을 불러 의견을 청취하였다. 그런데 사전에 각본을 짜 놓았는지 종종 우스꽝스런 장면이 연출되곤 했다. 예를 들자면 한화그룹의 자금여력을 판단하기 위해서 주거래은행 부행장을 불러 의견을 들었는데 부행장이 설명하고자 준비해 왔다고 하는 자료가 영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은행에서 객관적으로 작성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허술한 형식으로 되어 있어 어떻게 은행에서 이런 자료를 가지고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러자 부행장은 창피했는지 사실은 그 자료가 자신들이 준비한 자료가 아니라 한화측이 준비해 준 자료라고 변명했다.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황당해서 크게 분개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한화측에 불리할 수 있는 자료들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는데 예컨대 99년도에 한화그룹이 인수를 시도했으나 어떠한 이유로 입찰에서 탈락했는지, 그 때 제시한 조건은 어떠했는지에 관해서는 사무국에서 충분한 자료가 제 때에 제출되지 않았다.

반대기류가 뚜렷해지자 압박작전과 언론공세가 시작

약 4-5차례에 걸친 심리를 거치는 동안 위원들 사이에서 한화측의 인수능력이나 인수조건의 적정성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공적자금이 3조 5천 5백억원이나 투입되어 정상화된 보험사를 인수능력이나 자격이 의심되는 한화컨소시움에 서둘러 팔 수는 없다는 기류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한화측은 대한생명의 기업가치를 약 7천억원으로 평가했고, 매각주간사는 1조 2천억원으로 평가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가격도 매각소위 위원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불과 몇 달전에 1조 5천억원을 추가출자했으며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9천억원에 육박하는데 너무 헐값으로 보였다. 더구나 매각주간사가 적용한 15%의 할인율에도 많은 의문이 제기 되었다. 그러자 심사 개시 후 약 한 달쯤 지난 5월 중순경부터 언론을 동원한 압박작전이 시작되었다. 당시 재경부장관은 매각소위의 심사를 염두에 두었는지 “자격보다는 가격이 문제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되었으며 유력 경제지에서는 “매각소위가 입씨름만 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기사가 보도되었다. 심지어 이 신문은 사설로 대생매각이 미룰 일 아니다라는 노골적인 논조를 펴기도 했다. 매각소위의 심의과정은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었으나 언론은 심의과정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정부관계자를 인용하여 매각소위의 활동을 비판하고 있었다. 그래서 매각소위 위원들을 대표해서 내가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서 매각지연비판에 대한 반박을 하기도 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한 번은 내가 잘 아는 중앙일간지 기자가 청와대의 한 비서관이 매각소위 위원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써 달라고 부탁해 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여러가지 상황에 비추어 정부는 이미 한화에의 매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으며 한화의 인수자격을 따지면서 꼼꼼히 문제삼는 매각소위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하지만 언론을 통한 압박도 매각소위 위원들 대다수의 판단을 돌리는데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매각소위가 한화컨소시움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에 관한 결론을 낼 시점이 다가왔다. 5월말인가 6월 초인가 하는 시점에 소위 위원들이 한 데 모였다. 결국 그간의 심의한 내용을 기초로 의견을 형성할 시점이었다. 나를 포함한 3인의 위원이 한화컨소시움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반대하기로 하였고 나머지 한 위원은 다른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찬성입장을 표명했다. 이제 남은 것은 매각소위의 심의결과를 보고서에 담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본 회의에 회부하는 일 뿐이었다.

결론을 왜곡한 사무국의 심사보고서

매각소위가 다수결로 반대의견을 형성한 후 이러한 사실을 사무국에 알리고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예상외로 시일이 많이 소요되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본 회의가 2002년 6월 19일로 잡혔으며 그 바로 전 날인 6월 18일 매각소위의 일정이 잡혔다. 당연히 미리 보고서 초안이 마련되어 매각소위 위원들에게 배포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6월 18일 오전 7시 매각소위 위원들이 모인 현장에서 비로소 보고서 초안이 배포되었다. 그런데 매각소위 위원들은 사무국이 작성한 보고서내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무국의 보고서는 매각소위 위원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나열한 후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 국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공적자금의 조속한 회수 및 국가 신인도 제고, 매각지연시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발생 우려, 선진경영시스템 도입의 시급성 등을 고려하여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한화컨소시움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여부를 심의, 의결함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하는 중립적인 의견을 담고 있었다. 더군다나 매각소위에서는 한 번도 논의된 적도 없었던 각종 보완장치, 예를 들면, 인수후 일정기간의 자금지원 제한, 예보의 이사 임명권 보유, 인수후 일정시점까지 현행 법령상 보험자의 주요 출자자 요건 충족 등이 제시되었다. 반대의견을 형성한 마당에 이런 보완장치는 논의된 적도 없었으므로 사무국의 보고서는 완전히 사무국의 독자적인 작품에 불과했다.

심사는 위원들이 했지만 심사결과보고서 작성권한은 사무국에 있다?

시간은 촉박했다. 사무국이 일부러 공자위 본회의 하루 전에 매각소위 날짜를 잡은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다. 마침 그 날 6월 18일은 월드컵 본선 대 이태리전이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사무국의 황당한 보고서를 앞에 둔 매각소위 위원들 사이에 이대로는 제출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배했고 사무국장은 내일 어쨌든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밀어 붙였다. 다른 대안이 없었다. 논의 결과 내가 그간의 심의경과를 종합해서 보고서를 작성한 후 위원들의 회람을 거쳐 다음날 열리는 공자위 본회의에 제출하기로 결정되었다. 나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사무국이 못 마땅했으나 사무실에 돌아와 급히 사무국의 초안을 기초로 위원들의 합의내용을 그대로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내가 작성한 보고서는 한화컨소시움의 인수자로서의 자격과 제시한 가격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를 조목 조목 지적한 후 매각소위 위원 4인 중 3인이 한화컨소시움의 인수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다만 최종 판단권한은 공자위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끝내 그 다음 날 열리는 공자위 본회의에 전달되지 못했다. 그 대신 이 보고서와 사무국이 작성한 보고서를 “종합”한 새로운 보고서가 전달되었다. 나는 심사보고서의 작성권한이 어디까지나 위원들에게 있으므로 위원들이 작성한 보고서가 본회의에 전달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왜곡된 보고서가 제출되면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보아 간과하지 않겠다고까지 하였으나 사무국은 요지부동이었다. 지난 가을 국회의 국정감사장에서 나와 당시 공자위 사무국장이 이 문제에 관하여 다시 증언을 하는 기회가 있었다. 국장은 그 때도 여전히 보고서의 작성권한이 사무국에 있다고 우겼다. 심사는 위원이 하지만 심사보고서는 사무국이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경부의 국장이라는 사람이 위원회와 사무국과의 관계를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 아직도 의문이다.

그 후 공자위에서의 심의과정

애매모호한 결론을 담은 보고서는 정부쪽 위원들이 매각소위의 결정을 번복하자고 주장하는 핑계거리가 되었다. 결국 공자위 본회의에서도 한 바탕 난리와 홍역을 치룬 가운데 정부측 위원들의 밀어붙이기와 민간위원 1명의 가세로 한화컨소시움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건은 그대로 통과되었다. 금감위가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은 한화컨소시움의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함으로써 총대를 메었던 것도 한 요소가 되었다. 그 후 공자위 사무국은 왜곡된 보고서가 제출되었던 것을 껄끄럽게 생각했는지 공자위 본회의에서 안건이 통과된 이후에도 보고서를 수정해서 사인을 받으려 갖은 애를 썼다. 보고서를 통과한 후에 보고서를 수정하다니 참으로 코메디나 다름이 없었다.

결국 이렇게 되었다.

결국 한화컨소시움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정건은 매각소위의 분명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자위에서 번복된 유일한 사례가 되었다. 매각소위 위원들은 소신에 따라 반대를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나마 당초의 가격을 대폭 상향조정했다는데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한화는 우여곡절 끝에 꿈에 그리던 대생인수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정부는 다소간의 잡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대생매각과 관련한 씁쓸한 기억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만약 공자위 사무국이 재경부 산하가 아니라 다른 중립적 부처의 소관이었다면… 나를 비롯한 매각소위 위원들이 단지 위원회 내에서 반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외적으로 문제점을 폭로했다면…. 정형근 의원이 대생인수관련 한화의 로비의혹을 도청자료를 근거로 폭로했을 때 후속적인 조사가 있었다면… 과연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이제 2년 반이 흐른 이 시점에서 대검 중수부가 과거의 일을 들추면서 수사를 한다고 한다. 아마도 진실이 모두 밝혀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몇 명이 처벌되고마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고 한화는 여전히 대한생명의 대주주로 남을 것이다. 재경부는 여전히 공적자금의 투입과 회수에 있어서 거의 견제 받지 않는 권한을 행사할 것이다. 대한생명 매각건으로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주간사는 여전히 잘 굴러갈 것이고 대생의 매각과 관련한 문제점을 보고도 못 본채 하거나 적극적으로 도운 전문가들 문제를 알고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자들은 (나를 포함해서) 여전히 전문가로 대우를 받을 것이다. 결국 불쌍한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막대한 공적자금을 부담해야 하는 국민들 뿐이다.

재경부의 근친상간이 사태발생의 결정적 원인

내가 아는 한 금융인은 재경부출신들이 금융감독당국은 물론 각종 금융관련 단체들의 장을 독식하고 있는 현상을 “재경부의 근친상간”이라고 표현하곤 했다. 기능 분화를 넘어서서 상호 견제역할을 해야 할 재경부와 금융감독당국, 각종 산하단체 및 금융기관들의 요직을 재경부출신들이 독식하면서 상호 견제와 감시, 감독과 피감독의 관계가 무너져 버렸다는 것이다. 재경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하고자 나서면 카드사의 건전성확보를 위해서 금융감독당국이 나서서 말려야 한다. 그러나 재경부출신이 금융감독당국의 장을 맡은 이상 이런 견제작용이 잘 안된다는 것이다.

대한생명의 특혜, 부실매각이 있게 된 결정적 원인도 바로 재경부의 근친상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예금보험공사, 금융감독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재경부의 입김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이었다면 대생의 특혜, 부실매각은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예금보험공사의 사장도 금융감독위원회의 위원장도 모두 재정경제부출신의 소위 모피아 (재경부의 영문명칭인 MOFE와 마피아의 합성어) 였다. 금융감독위원회는 한화의 분식회계나 부실금융기관 대주주 전력이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는 의견을 결국 공자위 회의 직전에 제출하여 공자위 정부측 위원들이 매각소위의 반대를 뒤집을 수 있는 빌미를 마련해 주었다. 예금보험공사는 전체 매각절차를 진행하면서 왜곡된 보고서로 공적자금 1조 5천억원 투입의 근거를 마련해 주었다. 재경부를 견제하는 사명을 띠고 만들어진 공적자금관리위원회도 재경부의 영향력하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재경부가 일백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조성하고 투입한 후 회수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대표들로부터 충분한 감시를 받지 아니하면서 실적위주로 흐르거나 특혜나 비리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 국회에서 만든 특별법에 근거하여 설치된 기관이다. 그러나 이 공적자금관리위위원회도 직제상 재경부장관 산하에 설치되어 있으며 재경부장관이 공동위원장이며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실무작업을 담당하는 사무국이 재경부산하의 재경부관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공자위 사무국의 보고서 왜곡, 정부측 위원들의 밀어붙이기가 없었더라면 대생의 특혜, 부실매각은 없었다.

현 시스템 하에서는 진상규명도 요원

더 큰 문제는 모피아의 활약이 대생의 진상규명도 집요하게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감사원의 수장은 바로 대생의 매각당시 재정경제부의 장관을 지내면서 조속한 매각을 주장했던 분이다. 카드국감시나 공적자금특별감사시 재경부에게 면죄부를 주었던 현재의 감사원이 대생의 매각에 관해서도 (예를 들어 어떻게 해서 9천억원가까운 순익을 낼 회사에 1조 5천억원이나 공적자금을 추가투입할 수 있었는지에 관해) 철저히 감사를 할 것이라고는 기대되지 않는다. 국회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지난 국정감사장에서 대생의 부실매각과 관련한 증언을 했을 때 현 집권당의 재경위 위원들은 그토록 열심히 내 증언을 평가절하하려 노력했는데 이들도 재경부 장관출신을 비롯한 모피아들이었다. 현재 대생의 매각과 관련한 한화그룹의 로비설에 대해서 대검이 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자들이 입을 열지 않는 이상 로비의 전모는 밝혀지기 어려울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정말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사안의 전모를 가장 잘 알고 있을 전윤철 현 감사원장, 이근영 전 금감위장이 국민을 위해 사실의 전모를 밝혔으면 한다. 그리고 당시 이 사안에 관련했던 많은 지식인들과 전문가들도 진실을 밝혔으면 한다. 설령 대생을 한화에 매각하는 것이 옳다는 소신에 따라 행동했다 하더라도 법에 정해진 감시와 견제기능을 무시하고 미리 정해진 방침을 밀어붙였다면 이는 큰 잘못이다. 이런 독단적 시스템을 그대로 둔 다면 우리에게 또 다시 IMF위기, 카드위기와 같은 위기가 닥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김주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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