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김우중 재평가론의 허구

김우중이 돌아오려고 하고 있다. 나갈 때에도 자기 마음대로(?) 나가더니 돌아오는 것도 마음대로 하려나 보다.

이에 대해 혹자는 “프랑스인”의 출입국에 대해 대한민국 사람들이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우중은 보통 “프랑스인”이 아니다.

그는 엄연히 대한민국의 국법을 어긴 상태에서 국외로 도주하여 인터폴에 수배된 형사피의자이고, 수많은 민사소송의 피고이기도 하다. 따라서 김우중의 귀국은 “프랑스인”이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폴에 수배된 형사피의자를 검거하여 본국으로 압송하여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차원의 문제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은 사뭇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이제는 김우중을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라거나 “대우는 희생양일 뿐이고, 따라서 명예회복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새삼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사건에 대해서나 역사의 평가와 재평가가 있어야 하고 또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우가 기업의 경영상태가 매우 탄탄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역학관계에 의해 억울하게 해체의 길을 걸었다면 명예회복 정도가 아니라 진상규명과 피해보상 그리고 관련자 처벌이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사실과 매우 거리가 멀다. 우선 “김우중 재평가론”부터 생각해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김우중에 대한 “재평가”에 반대한다. 재평가가 불필요해서가 아니라 그에 대한 “평가”조차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우중은 아직도 범법사실에 대한 형사재판도, 이해관계자에 끼친 손해와 관련한 민사재판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이다. 즉 김우중에 대한 가장 초보적인 형태의 사법적 평가조차도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무슨 재평가를 운위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재평가를 운위하는 사람들은 마땅히 김우중이 제대로 된 사법적 심판부터 받으라고 종용해야 마땅하다.

다음으로 “대우 희생양론”에 대해 생각해 보자. 대우의 경영상황을 조금이라도 들여다 본 사람들이라면 대우가 경영이 탄탄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미움을 사서 억울하게 당했다는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금융기관도 아니면서 부채비율이 일천 퍼센트를 넘나들고, 직원들에게 냉장고와 TV로 봉급을 주던 회사가 탄탄한 경영상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무차별적으로 CP를 발행하여 단기자금을 싹쓸이하고도 모자라서, 자금의 융통과 관련하여 자매 대학교까지 도구로 사용했던 회사가 정상적인 회사란 말인가.

혹자는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우가 그동안 우리 경제의 발전에 큰 공을 세우지 않았는가라고 주장한다. 필자도 일정한 한도내에서 동의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논의가 대우가 우리 경제에 끼친 해악을 가리는 빌미로 사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반대한다. 우리는 대우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전체 공적자금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자금이 사용되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 공적자금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우리 후손들보고 갚으라고 하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대우 문제를 처리하면서 구조조정의 원칙이 훼손되고, 시장원리가 억압되고,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청산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김우중은 하루빨리 대한민국 땅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그 모습은 억울한 희생을 치렀지만 이제는 누명을 벗은 순교자의 모습이 아니라 국법을 어긴 혐의로 수배를 받던 형사피의자가 사법적 심판대에 서기 위한 모습이어야 한다. 김우중은 평가부터 받아야 한다. 평가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재평가란 말인가

* 이 글은 이코노믹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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