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증권집단소송제 도입지연 유감

증권집단소송제의 도입을 저지하려는 재계의 전략은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증권집단소송제의 도입이 논의되었을 때 재계는 증권집단소송제 도입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강조하는 등 적극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재계의 논리에 수 많은 허점이 있음이 밝혀지자 재계는 아예 증권집단소송제에 대한 논의를 잠재우고 논쟁을 피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였다. 국회는 증권집단소송제의 공론화를 늦추고 심의를 태만히 하는 등 재계의 전략에 충실히 순응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우리 증시는 작전세력과 단타 투기꾼들만 들끓는 투전판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상장기업들은 순자산가치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헐값에 평가되는 등 증시의 본래 기능은 마비된 상태이다. 정부는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 연기금의 투자를 확대한다느니 하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증시는 눈 뜬 채로 코 베이는 위험천만한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투자할 돈이 있어도 부동산이나 은행으로 가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너무 불안하다. 도대체 주가가 정상적으로 형성된 주가인지 아니면 조작된 주가인지, 회사가 발표하는 재무상황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니면 분식된 것인지 안심할 수가 없다. 한 번 데인 사람은 평생 다시는 주식을 쳐다보지 않겠다고 한다. 주식을 사고자 하는 수요자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될리 만무하다.

증권집단소송제는 증시불공정거래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제도이다. 공적인 감독만으로는 각종 불공정행위의 적발에도 한계가 있고 제재수단도 실효성이 약하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최소한 당했을 때, 배상을 청구하는 효율적 수단이 있어야만 믿고 투자할 수 있다. 이제 증권집단소송제의 도입을 더 이상 늦출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시급히 공론화과정을 재개해야 한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보호해야 할만한 투자자들이 모두 없어져버린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김주영 (변호사)

2438_f0.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