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사금고’ 역할 못 벗어난 동부화재

비상장 주식 거래로 김준기 회장의 아남반도체 지분 매입 지원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을 위반하여 지난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아남반도체 지분 4.68%를 처분하라는 명령을 받은 동부그룹이 김준기 회장의 아남반도체 주식 매입을 지원하기 위해 김 회장과 불필요한 주식거래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발표에 따르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2003년 11월 24일부터 12월 6일 사이에 아남반도체 주식 1.97%(2,446,410주)를 약 84억원에 장내에서 매입하였다. 그런데, 금감위의 명령에 따라 2003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아남반도체 주식 3,820,000주를 매각한 동부화재가 2003년 12월 3일 김 회장으로부터 비상장기업인 실트론 주식 330,000주를 약 161억원에 매입하였다. 김 회장은 동부화재에 실트론 주식을 팔아 얻은 161억원 중 절반을 이용하여 아남반도체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김 회장이 “그룹 금융계열사와의 비상장 주식 거래를 통해 동부아남반도체 주식 매입자금을 확보하여 추가자금 투입없이 동부아남반도체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한편 이러한 주식거래는 동부그룹이 금산법에 위반하여 아남반도체를 지배했기 때문에 금감위로부터 주식처분 명령을 받고서도 실질적으로는 주식을 처분하지 않은 것과 다름 없어 탈법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은 지난 2002년 7월 계열사인 동부건설이 아남반도체 지분 16.14%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아남반도체 지분 9.68%를 취득하였다. 하지만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은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타회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하면 미리 금감위 승인을 얻도록 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2003년 7월 금감위로부터 5%를 초과하는 지분 4.68%를 처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동부그룹은 금감위의 처분명령에 대해 매각지분 4.68%중 1.97%를 김 회장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즉 동부화재가 김 회장에게 자금을 제공하고 동부화재가 처분한 아남반도체 주식을 김 회장이 매입토록 하여 아남반도체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게끔 한 것이다.

이런 주식거래에 대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동부화재의 자금지원은 간접적인 주식취득으로서 직접 지분취득을 금지한 금산법의 규정을 탈법적으로 이용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동부화재는 취득 때보다 낮은 가격으로 아남반도체 지분을 처분하게 되어 손실을 입은데다가 김 회장과 객관적 필요성이 보이지 않는 주식거래를 함으로써 이중의 손실을 입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동부화재는 주당 5,000원에 매입한 아남반도체 주식을 820원 정도 낮은 주당 평균 4,279원에 매각하여 27억5천2백만원 정도의 손실을 입었다. 그리고나서 동부화재는 아남반도체 주식 매각대금 163억여 원중 161억원을 김 회장이 보유한 실트론 주식을 매입하는데 쓴 것이다.

이에 대해 좋은 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동부화재는 동부아남반도체 매각대금을 모두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에 지원했으며, 아직도 동부화재는 지배주주의 사금고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은 동부건설로부터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동부월드 주식 25만주를 주당 1원에 넘겨받아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동부그룹과 김 회장에 대한 사법당국 및 금융감독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박근용 경제개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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