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통계분석으로 본 외국인주주와 국내기업의 배당정책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점검한다④

최근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단체와 재벌 소속 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Korea Discount가 없다’거나, ‘재벌 기업이 영업수익이나 주가수익률 면에서 전문경영기업에 비해 월등하다’는 보고서들이 발표되고 있다.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과 소액주주 운동의 정당성과 근거에 대해 ‘전방위 공격’을 가하고 있는 보고서는 많은 경우 재계의 이익을 위해 논리적 일관성과 엄격성을 희생시키고 있다.

실제로 이들이 제시하는 사례나 통계 자료들을 보면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아전인수격 해석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이에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점검한다’ 시리즈에서 각계 전문가의 글을 통해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재계의 주장이 얼마나 근거있고 타당한지 점검하고 있다.

네번째 글은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의 ‘통계분석으로 본 외국인주주와 국내기업의 배당정책’이다. 이 시리즈는 인터넷참여연대 <경제프리즘>코너를 통해 연재되고 있다.

배당 등 현금지급(cash payout)정책의 의의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경제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늘고 있는 가운데 주요한 논점의 한 가지는 이들이 고배당과 유상감자, 자사주매입 등의 방법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해 가고 그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본 고에서는 과연 국내 기업에 있어 외국인주주의 존재가 국내기업의 배당 등 현금지급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통계적 분석을 통해 논의하고자 한다.

배당과 유상감자는 기업의 보유자산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제도로 주주의 입장에서는 투자액에 대한 궁극적 회수 수단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주주는 보유주식의 매도 등을 통해서도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이는 다른 주주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므로 주주 전체의 입장에서 기업에 대한 투자가 근본적으로 회수되는 것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기업경영의 주체인 주주 입장에서 배당 등 자본의 환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잉여자금을 기업내부에 유보하여 투자하는 것이 나은지 또는 환수를 통해 주주가 직접 투자하는 것이 나은지에 대한 판단이다.

만약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더 이상 수익성 있는 사업의 기회가 없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함으로써 이들이 다른 투자기회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배당과 유상감자는 기업의 내부자(경영자 또는 지배주주)와 외부자간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도 의의를 가진다.

흔히 기업의 경영진은 자신의 통제하에 있는 자산, 특히 여유현금흐름을 극대화하려는 유인을 가지고 있고, 이를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 또는 수익성이 없는 사업에 투자하려는 성향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배당과 유상감자를 통한 자본의 환수는 경영자와 주주간 이해상충문제를 해결하는 주요한 수단을 제공한다.

특히 배당과 유상감자는 사업의 수익성이 불투명할 경우 과도한 자기자본(over capitalization)을 조정하고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과도히 악화되기 이전에 자본을 회수하는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자본의 효율적인 활용을 촉진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순자산가치에 비해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을 경우 이는 자본의 조달을 통한 기업경영이 투하자본의 본래가치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으로 자본이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하는데 배당과 유상감자는 자본의 효율적 활용을 촉진하고 퇴출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설립을 촉진하는 긍정적 기능을 가지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국내기업의 경영에 대한 정보비대칭의 문제가 국내투자자의 경우보다 크며, 투자위험에 대한 인식 등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배당과 같은 투자자금회수정책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기업의 경우 과거 고성장경제와 자금조달시장의 비효율성으로 이익의 내부유보율이 높아 배당성향이나 배당수익률이 외국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인 바 있으나 최근 들어 성장률 저하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배당과 유상감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주주와 배당현황

국내 상장기업에 있어 1970년이후 1999년까지 30년간 국내 제조업체의 연평균 배당성향은 30.1%로 미국기업의 52.6%, 일본기업의 43.2%에 비해 낮은 수준을 나타낸 바 있다.

특히 90년대중 국내기업의 시가배당수익률은 1.4%로 미국기업의 2.4%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국내에서 주식 이외의 다른 금융자산에 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인 대체자산의 수익률 수준을 고려할 때 이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연평균 배당수익률은 국채수익률의 0.4배, 예금이자율의 0.45배 수준을 유지하였으며, 일본의 경우에도 배당수익률은 국채수익률의 0.22배, 예금이자율의 0.47배를 나타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배당수익률이 국채수익률의 0.13배 수준, 예금이자율의 0.17배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주식투자를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2000년도 이후 시가대비 배당수익률은 금리수준을 다소 하회하는 수준이었으나 2004년의 경우 배당수익률은 5.08%로 평균 국고채금리인 4.25%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편, 근래에 들어와 일부 기업의 경우 500%를 초과하는 배당성향을 기록함으로써 자기자본의 상당 부분을 주주가 회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SK(주)는 2004년의 경우 633.7%의 배당성향을 보인 바 있으며 메리츠 증권의 경우 2003년에 1,432.5%의 배당성향을 기록하였다. 다만 이들 고배당 기업의 경우도 배당가능이익 대비 배당액의 비율은 40% 내외로서 평균적으로는 여전히 배당가능이익의 상당 부분이 내부에 유보되어 있는 상황이다.

보다 중요한 점은 2003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전체 621개 분석대상기업 중 배당성향이 100% 이상인 고배당기업(총 21개 기업)들의 재무적 특성을 살펴보면, 여타 기업에 비해 부채비율이 낮고 (96.9% 대 156.2%), 자기자본이익률이 낮으며 (1.11% 대 2.22%), 성장률도 낮은 (6.74% 대 8.00%) 수준을 나타냄으로써 이들 기업의 주주입장에서는 투자회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수 있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즉, 부채비율이 낮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많은 자기자본이 기업내부에 축적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자기자본이익률이 낮다는 것은 주주의 투자자금이 더 이상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고, 성장률이 낮다는 것도 향후의 수익전망이 불투명함을 의미한다.

특히 이들 기업의 가치와 성장성 등을 반영하는 토빈 Q(기업부채 및 자기자본의 시가/기업부채 및 자기자본의 장부가)와 PBR(Price to Book Ratio)의 값이 각각 0.65와 0.41로서 여타 기업의 0.86 및 0.79에 비해 상당히 낮은 특성을 나타냄으로써 주식시장의 투자자들도 이들 기업의 향후 전망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PBR이 1보다 낮다는 것은 주주의 입장에서 차라리 기업을 청산하여 얻는 가치가 기업을 유지하여 얻는 가치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들 기업의 주주가 고배당이나 유상감자를 실시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임을 시사한다.

흔히 PBR이 1보다 작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유지하는 행위는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보다는 경영진이나 대주주경영자가 기업경영을 통해 추가적인 사적효용이나 혜택(private benefit of control)을 누리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기도 한다.

고배당으로 논란이 있었던 외국인 대주주 소유 증권사(3개사)의 경우도 여타 증권사에 비해 토빈 Q(0.70 대 0.78)와 PBR(0.38 대 0.50)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동종 산업 내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으로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반면에 재무적 건전성을 나타내는 영업용순자본비율에 있어 이들 기업은 평균 581.6%로 금융감독기관의 건전성 요건인 150%를 훨씬 상회하는 과잉자본(over capitalization)의 상태를 나타내고 있고, 부채비율도 여타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117.1% 대 212.7%) 상대적으로 배당을 통해 채권자 등 여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특히 총자산대비 현금흐름은 여타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반면 (6.47% 대 -2.55%) 3년간 성장률은 -11.8%를 기록하고 있어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이들 기업에 있어 배당을 통한 투자회수는 궁극적으로 자본투자의 효율성 제고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의사결정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증권산업은 제조업 뿐만 아니라 여타 금융업에 비해서도 수익성이 낮고 (ROE의 경우 -5.92% 대 2.18%) 성장률의 경우 지난 3년간 -17.4%를 기록하는 등 산업내 과도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사업규모의 축소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평균 토빈 Q와 PBR은 여타 업종대비 최하위권일 뿐만 아니라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은행업의 PBR은 1.01인 반면 증권업의 경우 0.48)을 나타냄으로써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업종으로 일부 증권사의 퇴출 등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배당공시 전후 120일간의 누적초과수익률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고배당기업들은 배당공시 이전 지속적으로 음(-)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하다가 고배당공시후 양(+)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함으로써 이러한 배당정책이 주주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임이 투자자들의 반응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의 배당수익률

한편 2003년의 경우 국내기업의 평균적 배당수익률은 2.78%인 반면 외국인 주주에 대한 배당률은 2.84%로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나나 그 차이값의 통계적 유의성은 작다.

또한 기업별 배당수익률과 외국인지분율간의 상관계수를 살펴보면 0.0191, 배당성향과 외국인지분율간에는 0.0691의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고, 후자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하여 외국인 지분율이 높을수록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이 다소 높아지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외국인주주가 배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일정 지분이상을 가진 경우로 한정될 것이므로 개별적으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의 지분율합계와 배당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이들 간에는 별다른 유의적 관계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외국인 대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에서 고배당의 경우가 관찰된다.

한편, 이러한 분석은 단순 상관관계를 분석한 것으로 외국인투자자가 가치중심의 투자행태를 보이고 특히 배당이 많은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투자자로 인해 배당이 많다는 주장을 할 수는 없다.

즉, 외국인투자자가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을 선호하여 투자하였을 경우 자연히 배당과 외국인지분율간 양의 상관관계가 관찰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관관계의 문제를 고려하여 판단하기 위해서는 연립방정식 모형을 통해 상호내생성의 문제를 통계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이 있는데, 분석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지분율은 배당성향과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으나 통계적 유의도는 없었다.

결론적으로 국내 상장기업의 배당행태에 대한 외국인의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나며 일부 증권사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과도배당의 현상은 예외적인 사항으로 판단된다.

몇몇 기업의 예외적 배당행태가 과연 문제가 있는 행위인가에 대한 판단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범위가 소수 기업으로 국한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외국인투자자가 주식투자를 통해 무리한 방법으로 투자수익을 회수해 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사실 외국인투자자의 입장에서 한국의 주식에 투자하는 행위는 포트폴리오 위험분산 차원에서는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회계나 경영투명성도 상대적으로 낮고 한국경제가 갖는 국지적 위험 등을 고려할 때 투자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입장에서 주로 고배당주식에 투자하고 또한 고배당을 요구하는 행위는 당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국 투자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수익에 대한 적정한 세금을 부과하거나 이것을 통해서도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투자를 제한하는 진입규제의 방안을 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가 갖는 순기능들을 고려할 때 이러한 극단적 방안의 선택은 타당치 않을 것이다.

<편집자주>

배당성향: 회사의 법인세를 공재한 당기순이익 가운데 배당금으로 지급되는 부분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

PBR : 주가순자산비율이라고 함.주가를 주가순자산가치(BPS)로 나눈 비율로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수치. 주가가 순자산(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의 합계)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

박경서(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