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펀드에 은행 팔아놓고 이젠 재벌 동원해 은행 지키겠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1문 1답

8일 기자간담회에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가 PEF활성화를 위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하 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의 의미와 이후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하자 참석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5월 11일 재정경제부가 개정안을 입법발의한 직후 참여연대는 줄곧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해 왔으나, 사회적 공론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법 개정안의 찬반을 떠나 최소한의 공론화와 사회적 검증을 위해 수차례 공청회도 제안했으나 금융당국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참여연대는 내주 중에 직접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원칙을 근본부터 뒤흔들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는 열릴 것인가. 기자간담회에서 자산운용업법에 관해 나눈 김상조 교수와의 1문 1답이다.

자산운용업법은 제일·외환은행 등 국내은행이 외국펀드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즉 외국자본에 대한 방어책 아닌가. 특히 대안연대 등 일각에서는 참여연대가 외국자본의 이익을 옹호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참여연대의 누가 국내은행을 외국펀드에 넘기라고 주장했단 말인가. 참여연대만이 아니다. 금융을 공부했다면, 국내은행을 외국펀드에 팔라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은행을 본업으로 하는 외국은행도 아니고 펀드에게 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당시에 제일 심각하게 문제제기 했던 사람 중 하나가 나였다.

이걸 판 사람은 이헌재 장관이다. 이 장관이 자기가 외국펀드에 국내은행을 팔고는 이제와서는 정반대로 산업자본을 이용해 우리나라 은행을 지키겠다고 한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탈,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등 외국투자펀드에 대해 감독당국은 출자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금감위와 공정위가 출자 내용을 보고 받고 대주주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금융감독기관은 그러한 규제를 갖고 있지 않다.

출자자가 누군지 알아야 그에 대한 경쟁제한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건전성과 공정성 검사를 못하는 우리나라 금융감독당국이 문제다. 그런데 그 문제해결을 왜 재벌에게 넘겨야한다는 식으로 푸나. 최근 논란이 되는 공적자금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을 장본인은 이헌재 장관이다.”

이토록 중요한 법안을 개정하는데 있어 공론화 과정이 전혀 없다는 것이 납득키 어렵다.

“이 법안의 목적이 뭔지, 개정으로 인한 상황을 체크하는 기회를 반드시 가져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없다. 얼마전 자산운용업법에 대한 작은 포럼이 있었다. 금감원 쪽 인사가 발표를 했다. 그에게 PEF가 지급보증 한 것을 SPC가 차입허용하는 것에 대해 질문했더니 ‘이 법을 무엇 때문에 만드는지 알지 않느냐’라고 답하더라.

자산운용업법은 이헌재 펀드를 제도화하기 위한 법이다. 하지만 일단 제정되고 나면, 이 법을 이용할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결국에는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권 방어라는 그 목적 하나만으로 합리화될 수 없는 법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위험성에 대해 참여연대 말고는 누구도 문제제기 하지 않는다.

재경부가 너무나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어 금감위와 공정위는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국회 뿐이다. 참여연대는 이 법의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6월에 총력집중할 것이다.”

우리금융을 민영화한다고 할 때, PEF를 이용해 들어갈 수 있는 그룹은 현실적으로 삼성 밖에 없지 않나. 만일 법이 개정된다면, 삼성생명이 우리금융 지배까지 시도하겠나.

“설마 우리금융을 어떻게 계열사로 만들겠나. 삼성생명도 우리금융을 계열사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안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대신 전략적 파트너 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 우선 삼성이 우리금융을 주거래 은행으로 삼으면서 지분관계를 통한 전략적 제휴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입장에서는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공격이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가장 우호적인 세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재벌과 은행권이 전략적 제휴를 한다면 현재로는 의결권 제한, 출자총액제한 등으로 규제할 수 있지만, 만일 자산운용업법이 재경부 안대로 개정되면 이러한 것들을 합법적으로 우회할 수단으로 PEF가 활용될 것이다. 그럼 재벌 관련 규제는 모두 무의미해진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현재는 의결권 제한을 받지만, PEF를 통해 사면 합법적이 된다는 것이다.”

공적자금 문제에 대해 이헌재 장관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감사결과로 드러난 도덕적 해이 행태는 불투명한 조직에서는 필연적인 개인비리다.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등 위기관리기구들의 내부지배구조를 보면 재벌의 지배구조는 탓할 것도 안 된다. 여기 사장은 CEO가 아니다. 예금보험공사는 재경부, 자산관리공사는 금감위에서 임명한다. 이렇게 되어 있는데 위기관리가 되겠나. 이들이 재경부의 정책실패, 금감위의 감독실패를 어떻게 지적하겠나. 이런 지배구조하에서 내부통제 규율을 어떻게 집행하겠나.

사실 이번에 예금보험공사 등 위기관리기구에 대한 대안을 좀더 상세히 언급하려다 말았다. 한국은행이 30년 독립운동을 했지만 아직 신뢰를 못 얻었는데,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는 독립운동을 할 능력도 안되는 것 같다. 내부 맨파워 문제가 심각하다. 지배구조부터 바꿔야한다. 지배구조의 개혁 없이 독립능력을 갖게되면 더 위험할 수 있다. 164조원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공적자금을 다룰 수 있다. 책임성과 투명성이 없는 조직에서 내부직원의 비리발생은 필연적 결과다.

공적자금은 결국 국민의 돈이고, 그런 점에서도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위기관리기구의 목적이다. 그 수단은 적기시정조치다.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를 자동발효시켜 엄청난 공적자금 투입을 조기에 막아야하는데. 우리의 경우는 적기시정조치가 감독당국에게 있다. 작년 카드사태를 봐라. 9개 카드사 대부분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었는데, 발효되지 않았다. 적기시정조치 발효 권한을 갖고 있는 금감위가 감독에 실패해서 드러난 문제였으니 안 하고 넘어간거다. 그래서 결국 10월에 2차 카드사태 터졌고.

정책실패가 감독실패로 이어지고 그것이 국민부담으로 가중되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정책실패와 감독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감독기구의 정부조직화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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