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삼성 특검법’ 즉시 수용해야

수사, 재판중 사건 핑계 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근거일 뿐

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각종 의혹 스스로 인정하는 것



23일 국회는 ‘삼성특검법’을 통과시켰다. 법안 내용은 어제 소위 합의안과 비교하여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와 관련한 4건의 고소, 고발사건으로 수사대상을 제한하고, 파견공무원과 특별수사관의 수를 줄였으며, 소위 합의안대로 수사기간과 특검추천권자를 수용한 것이다.

일단 법사위가 합의를 통해 조속히 ‘삼성특검법’을 통과시킨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수사기간이 지나치게 짧은데다가 파견공무원과 특별수사관의 수까지 더 줄여서 실질적인 수사권한이 훨씬 약화되었고, 특검 추천권을 이미 삼성그룹과 동일한 입장임을 밝힌 바 있는 대한변협 회장에게 부여하여 공정한 수사를 할 특검을 추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는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여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청와대는 특검법안 중 사기업의 지배권 승계문제와 수사, 재판 중인 사건, 대선자금 등을 수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거부권 행사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검찰의 수사와 마찬가지로 특검의 수사대상에는 아무런 제한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사기업의 지배권 승계 문제라도 현행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라면 당연히 특검의 수사대상이 되어야 한다. 삼성특검법이 이건희 총수일가의 불법적 전횡을 단죄하여 삼성그룹을 건강하게 재건하는데 있다는 법 목적에 비춰서도 청와대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가 범죄행위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건희 회장과 삼성 구조본의 이학수, 김인수에게 미치지 못했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인정한다면, 청와대는 더 이상 특검의 수사대상을 시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재판중이거나 검찰 수사 중이라는 이유는 더욱 궁색하다. 김용철 전 법무팀장은 이 사건의 수사,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지휘 하에 모든 증거가 조작되었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은 진범이 아니라고까지 증언하였다. 그의 증언은 삼성 법무팀장으로 재직당시 직접 수행한 일을 밝힌 것이며, 진술 내용은 내부자만이 알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높다.

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은 모두 파기하고 다시 재판을 진행해야 하며, 확정되었다면 재심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이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아 특검이 수사하는 것은 현행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조작된 증거를 가지고 잘못 진행되는 재판을 바로 잡는 것은 합헌적이고, 적법한 것이다.

오늘 정성진 법무부 장관이 국회의 특검법이 수사대상을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고 수사, 재판중인 사항을 포함하고 있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며, 수사대상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 10년간 삼성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적, 법률적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진 사건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간과한 발언이며, 수사 재판이 이루어진 사건조차 치밀한 증인, 증언 조작하에 이루어졌다는 진술을 외면하는 형식논리에 불과하다.

같은 맥락에서 특검의 수사대상이 수사, 재판 중인 사건을 포함하고 있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청와대의 반응 또한 법리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거부권을 검토한다면 대선자금 문제가 포함된 것에 대한 직접적인 거부감 때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스스로 떳떳하다면 특검 수사대상에 이 내용이 포함된다 한들 두려워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청와대는 법리적,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거부권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는 지금까지 터져 나온 각종 의혹이 사실이거나 사실에 가깝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청와대는 어떤 전제조건이나 이의제기 없이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제정된 특검법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시민경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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