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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정보원
  • 200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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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한겨레공동기획> 국정원 이렇게 바꾸자 ①



참여연대와 한겨레신문은 노무현정부의 국정원 개혁방안에 대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국가 정보기관의 개혁이 과제로 제기된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도 국가정보원의 도청 의혹이 쟁점이 됐다. 이는 안기부의 불법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던 김영삼 정부나,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꾼 김대중 정부의 개혁이 미흡했음을 뜻한다. 오는 22일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정원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야 하는지 △정치 관여 논란 △수사권 폐지 △국정원 견제 장치 △전문가 좌담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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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무관한 국내정보 수집 몰두

끝없는 정치개입·비리연루 오명


“이것이 국정원의 도청자료입니다.”

대통령 선거 투표일을 20여일 앞둔 지난해 11월28일, 김영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25쪽짜리 문서를 폭로했다. 문서에는 정치인과 언론인, 기업인들의 통화 내용이 요약돼 있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이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다시 불거진 것이다.

해가 바뀌었지만 국정원 도청 논란의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그 문서가 국정원이 직접 작성한 자료가 아니라는 사실만 김 총장에 의해 확인됐을 뿐, 실제 국정원이 당사자들을 도청했는지, 그리고 국정원 내부 인사가 한나라당에 이를 전달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 불신 자초한 국정원=유신시대의 중앙정보부가 5공의 국가안전기획부로, 지난 1999년 1월에는 다시 국가정보원이라는 새 간판을 달았지만, 정치개입 논란에서는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국정원은 이름을 바꾸기 직전인 지난 98년 연말에도 이른바 ‘국회 529호실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한나라당은 김영삼 정부 시절 만들어진 안기부의 국회 파견관실인 529호실이 ‘정치사찰 분실’이라고 폭로했다.

그 뒤에도 야당은 각종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여권의 권력실세와 국정원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사실로 드러났다. 김대중 정부 후반기 잇따라 터졌던 ‘벤처 게이트’들이 대표적이다. 정현준씨에서 시작해 진승현, 이용호, 윤태식 등으로 이어지는 추문마다 예외없이 권력실세와 국정원 간부들이 등장했다. 이들 사건으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총책임자였던 김은성 2차장을 비롯해 김형윤 경제단장, 정성홍 경제과장 등 고위 간부들과 권력실세였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김방림 의원 등 정치인과 고위관료들이 수천만∼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벤처기업가와 권력 핵심부의 관계, 그 중간에서 연결고리 노릇을 했던 일부 국정원 간부들의 행태가 완전히 드러나지는 않았다. 권 전 고문이 김 전 차장으로부터 정기적인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여전하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대선 국면에서 쟁점이 된 도청의혹 사건은 권력교체기를 앞둔 국정원 간부들의 ‘줄서기’에서 불거졌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한나라당 고위관계자들은 “비리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신빙성 있는 고급정보의 출처로는 당연히 국정원이 지목됐다.

이런 사건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국정원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과거 ‘독재정권의 도구’라는 이미지에 겹쳐 또다른 불신을 좌초한 셈이다.

◇ 왜 개입하나=국정원이 정치에 관여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국정원쪽의 해명은 간단하다. 정치권이 극한 대립을 일삼으면서 중립지대인 정보기관을 끊임없이 흔들었고, 입신영달을 바라는 몇몇 간부들이 수집된 정보를 이용해 정치권과 ‘거래’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거의 어두운 이미지와 겹쳐지면서 국정원 전체가 매도당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그러나 국정원 내부를 들여다보면, 언제든 정치 관여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다.

국정원에서 국내 정보를 다루는 2차장 밑에는 대공정책실이 있다. 대공정책실은 정치·경제·사회·기관·지역·언론·안보단으로 나눠져, 각각 정당·국회, 금융기관과 대기업, 종교·시민·노동 단체와 학원,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왔다. 대공정책실에서 직접 기관과 단체를 출입하며 정보를 얻는 정보요원의 수는 3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단에서 여의도 정가를 출입하는 요원만도 30명 안팎이라고 한다. 길게는 십수년 간 해당 분야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해온 이들 요원과 조직이 존속하는 한 ‘정치 정보’가 계속 생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런 정보수집 활동이 “보안과는 무관한 개인의 성향이나 사생활, 비위사실, 경영관련 결정 사항 등 광범위한 정보를 이용해 국회나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정치적 줄서기를 하도록 함으로써 정치 관여 시비를 일으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공정책실의 폐쇄나 기능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현 정부에서도 이전에 발생했던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안은 무엇인가=시민사회단체쪽은 정치사찰 논란이 일고 있는 대공정책실을 아예 폐지하고, 정보수집의 범위도 대공·대테러 등 범죄에 관한 보안 정보로 국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장유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국정원법에는 국내외 보안정보와 관련해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만 수집할 수 있도록 한정했지만, 하위 규정에는 ‘국내 보안정보란 간첩, 기타 반국가활동세력과 그 추종분자의 국가에 대한 위해행위로부터 국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취급되는 정보’라고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정보 수집대상 범위를 광범위하게 넓혔다”고 비판했다. 장 처장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면 끊임없이 정치관여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며 “국내보안정보 수집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규정의 해석을 명확히 하고 국정원 직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와 이에 어긋나는 상사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탈냉전기 국제질서의 변화로 한반도 안보환경도 변했으며, 안보의 개념도 군사안보로부터 정치·경제·자원·환경 등 비군사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다양한 정보수집 활동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 정권의 집권기반이 과거 정권에 견줘 취약하기 때문에 통치권 보좌 차원에서 다양한 정보수집 활동은 불가피하다”며 “내부 감찰을 강화하면 정치개입은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성욱 교수(고려대 북한학)도 “정보의 범위를 특정 범위로 국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법과 제도의 정비 보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조국 교수(서울대 법학)는 “국정운영에 필요한 정보라면 정부 부처를 통해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보정치는 마약과 같아서 한 번 길들여지면 헤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권력 핵심부의 ‘선한’ 의지에 맡겨둘 것인지, 아니면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정치관여 논란의 싹을 잘라서 없앨 것인지의 문제인 셈이다. (한겨레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3000000/2003/04/0030000002003041718537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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