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국가정보원 2003-04-22   1410

[논평] 크게 미흡한 고 후보의 국정원 개편안

국내보안범죄 수사권 검경 이관은 진일보한 정책.정보수집방법 ‘손질’만으로 국정원의 정치관여 근절될지 의문 . 국회 예산통제 강화 등 외부감시방안 제시 못한 한계 드러나

1. 헌정사상 처음 실시된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고영구 후보자의 국정원 개편방안은 과거 국정원에 붙어있던 ‘인권침해·정치관여’ 등의 꼬리표를 떼어내는데 심히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고 후보자는 그동안 인권침해의 소지를 불러일으켰던 국정원의 수사권 문제와 관하여서만 진일보한 정책을 제시했을 뿐, 국내 정치관여 논란을 일으켰던 국내보안정보 수집 등에 대한 개선방안이나 국회의 통제강화 방안 등의 대안제시에 있어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 국외와 연관성이 없는 국내 보안범죄에 관한 수사권은 검찰과 경찰에 이관하겠다는 고 후보자의 대안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입맛에 따라 이상비대(異常肥大)화된 국정원을 ‘전문정보기관’으로 ‘중심이동’시키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고 후보의 견해는 정보기관이 수사권을 보유할 경우 발생하는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면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

3. 고 후보자는 정치관여 시비를 불러온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과 관련하여 최근 국가안보 개념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외 정보를 동시 분석하는 것이 요구됨으로써 정치정보를 비롯한 국내정보 수집권한은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다만 정당이나 정부부처, 언론사를 출입하면서 정보를 수집해오던 관행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문제는 정보수집 방법을 규제하는 것만으로 정보기관을 ‘사유(私有)화하고자하는 정권의 유혹’을 견디어 낼 수 있는가 라는 점이다. 대통령 개인의 선의(善意)에 따른 개혁은 대통령의 의지가 변하거나 정권이 바뀌는 등 정치환경이 변화하는 경우 무력하다. 더구나 비밀주의가 지배하는 정보기관의 활동 특성상 단지 정보수집방법만을 규제하겠다는 안은 그 실효성이 없다.

따라서 대공정책실 폐지와 같은 내부 조직의 개편이나 정보수집범위를 대북, 해외로 한정하는 등의 제도개선 없이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근절될지 고 후보의 개혁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4. 고 후보는 국정원 예산과 관련하여서도 ‘현행 법제가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현상유지의 원론적 답변을 보내왔다. 국정원 예산은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결산에 이르기까지 각종 특례 조항으로 보호되어 있고 그 결과 정권의 불법정치자금으로 유용된 경우에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이러한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고 후보자가 국정원 예산의 투명성과 관련하여 사실상 개혁을 거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정원에 대한 외부통제의 기본이 의회에 의한 예산 통제라는 점에서 고 후보의 견해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5. 이외에도 고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 등에 있어 과거 그가 보여주었던 소신 및 행적과는 달라진 견해를 피력했다. 고 후보자는 그 이유를 법률가로서의 지위와 공직자로서의 지위의 차이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의 후보 임명이 과거 경력 등에 기초한 강한 개혁성이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말바꾸기는 공직자로서의 신중한 자세라는 긍정적 면보다 벌써부터 국정원의 보호논리에 매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우려를 먼저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그동안 고 후보자가 정보기관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혁성으로 보완하고자 했던 기대마저도 무너뜨리는 것이다. 현재 국정원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서 탈바꿈하기 위한 강한 개혁이었기 때문이다.

6. 결국 고 후보자의 국정원 개혁에 대한 견해 및 의지는 국내보안범죄에 대해 검·경에 수사권을 이양하겠다는 정책을 제외하고는 국정원의 권한 조정 없이 현행 틀을 유지한 채 이를 적절한 운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부분적 개선안에 불과하다 고 후보자가 취임도 하기 전부터 국정원 개혁에 반대하는 보수세력과 내부반발세력을 의식하여 개혁의 고삐를 푼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제 국정원을 인권침해와 정치관여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만들 개혁안을 제시하는 몫이 국회로 넘어갔다.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는 국정원 개혁을 위한 첫 관문에 불과하다.

국회는 고 후보자가 제시한 개혁안에 대해 바람직한 부분의 입법화는 서두르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론의 장을 거쳐 추가적인 개선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끝

최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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