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일반(ts) 2011-03-03   2324

이명박 정부3년 평가 민심택시 ‘이것이 진짜 민심이다’

 

 

 

안녕하십니까? 이명박 대통령님.

저는 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일하는 신미지 간사입니다.

지난 2월 25일을 기점으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만 3년이 지났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주어진 5년의 시간 중 절반 이상이 지난 시점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반대로 아직도 2년이 시간이 더 남아있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참여연대는 2009년 2월과 2010년 2월 각각 1, 2년을 맞아 정부운영에 대한 평가 사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참여연대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문제점이나 개선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참여연대가 정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과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시민들의 평가를 직접 듣고 이를 정부에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한 <민심택시>를 운행했습니다. 시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민생의 문제, 삶의 질 문제,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의견 등을 있는 그대로 청취하고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지난 2월 24일 총 5대의 <민심택시>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전역을 돌며 시민들을 태우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이신 박원순 변호사, 풀뿌리무상급식연대의 배옥병 대표, 삼순이 아버지 배우 맹봉학씨,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의 인기 진행자 망치부인, 그리고 박원석, 안진걸 등 참여연대의 활동가들이 40여명의 시민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시민들은 예상했던 대로 치솟는 물가와 경기침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그 외에도 청년실업, 등록금, 무상급식 등에 대한 의견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님, 시민들은 삶의 절절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자리에서조차 이름이나 얼굴이 밝혀지는 것을 극히 두려워했습니다. 이것은 현재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당수 시민들은 동영상의 모자이크 처리와 익명을 요구했으며 말도 글도 자유롭지 못한 현재 상황을 한탄하면서도 차에서 내린 후에도 휴대폰 문자 등을 통해 비공개를 재차 요구했습니다.

 

 

 

 

■ “MB 3년, 너무 외고집이다”

‘이명박 정부 3년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시민들은 대통령이 여전히 ‘소통’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취임 초기부터 나왔던 소통의 문제는 3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주변에 고언을 하는 사람이 없고 칭찬하는 사람만 좋아하는 것 같다”, “대통령 편에 있는 사람만 자주 만나는 것 같다. 그들은 가지신 분들이라 없는 서민들의 입장을 모른다”는 발언들을 해주셨습니다.

이처럼 시민들의 평가는 냉랭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을 지지했던 시민들조차 잘 한 것에 대한 평가는 인색했습니다. 온 가족이 ‘경제대통령’을 지지했던 것을 후회하는 시민도 있었고, 여전히 지지는 하지만 잘 한 것은 찾기 힘들다, 심지어 “순 엉터리다”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물론 잘했다는 것이 한두 가지 있긴 했습니다. 무상급식을 실시한 것과 북한에 퍼주기를 안한 것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너무나 잘 알고계시듯 무상급식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아닙니다.

그 외에도 “굉장히 잘못 선택해서, 그 데미지.. 제가 사는 몇 년은 감수하겠는데, 애들이 살 미래를 생각하면…굉장히 안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남, 40대)

“이명박 정부 긍정적인게, 뾰족하게 잘한 게 없다. (나도) 보수적인 사람인데, 조금 나눠줄 줄 알아야 한다. 나중에 불만세력이 폭동이 일어난다”(남, 50대)

“정치는 잘 모르지만, 그냥 뭔가 느낌이 서민들을 위한 정치라기보다 좀 잘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경제성장만을 강조한다 그런 생각이 좀 들고…”(여, 30대) 등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 “한 마디로 살수가 없다. 만물이 다 비싸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 한 분은 물가와 관련한 물음에 “만물이 다 비싸다”라고 답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다 오르는데 소득은 오르지 않으니 서민들은 이래저래 죽을 맛인 것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시민들은 ‘경제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컸습니다. 한 시민은 “세계경제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렇게 큰 줄 알았다면, 우리가 굳이 경제대통령을 뽑을 필요가 있었나”라고 하셨고, 젊은 주부들은 5만원어치 장을 봐도 풀어놓고 보면 별거 없다며 한탄했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를 비롯해 아이들의 보육비와 사교육비, 등록금 등은 계속 오르는데,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며 한숨짓는 어머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경제대통령’을 믿고 한 표 던졌던 한 대학생은 4대강 사업은 “정말 수지가 나지 않는 사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대학생들은 등록금 때문에 쩔쩔매는데 4대강 사업에 그 많은 돈을 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잘사는 동네와 못사는 동네 아이들에게 레슨을 하고 있는 한 시민은 못 사는 집은 경기를 타는데, 잘 사는 집은 경기를 타지 않아 가난이 대물림 되고 고착화 되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또한 정부가 저렴하게 지은 임대주택에 저소득층이 입주하지 못하고 “부자들이 명의를 속이고 버젓이 들어가 살고 있다”며 서민 주거정책이 진짜 서민을 위한 정책이 되도록 운영을 잘해주길 바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 “희망 자체를 갖지 않는다”

 

이번 <민심택시>에는 대학생들도 여러 명 탑승했습니다. 대학생들은 등록금과 취업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대통령님, 요즘 대학생들에게 ‘희망’이란 단어는 조금 낯설어 보입니다. 한 학기에 5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취업을 위한 학점을 따느라 젊음을 즐긴다는 것은 사치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르바이트로도 모자란 돈은 대출을 받습니다. 대출받은 돈을 갚아야 하는데 취업은 되지 않아 다시 휴학을 결정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이란 것이 가능할까요? <민심택시>를 타고 인터뷰를 진행하셨던 박원순 변호사는 이 시대 젊은이들이 구름 같은 불안함에 눌려있는 것은 당신들 세대의 잘못이라며 정말 미안해 했습니다.

그 외에도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해결하려고 고생하는데 4대강에 예산을 퍼붓는 것을 보면 열받는다”(남, 20대 대학생)

“조그만 회사라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88만원 세대라고 하는데, 그 돈이면 생활할 수 없다. 취직이 제일 문제인 것 같다”(여, 20대, 대학생)등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 “서민들이 잘 사는 복지사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이번 <민심택시>는 그 숫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복지의 사각지대에 계신 노인들을 만나 뵐 수 있었고 절박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매일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신다는 한 할머니는 제대로 벌이를 하지 못하는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영세민이 되지 못해 생활고를 겪고 계셨습니다. 정부가 보여주는 행정이 아닌, 서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펴주길 요청했습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시민혁명이라도 필요한 게 아니냐며 현재의 비참한 상황이 변하길 바라시는 절박함을 표현하셨습니다.

그 밖에도 ‘정부에 바라는 점’에 대한 질문에 시민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티나게 치적 내세우려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시장가서 오뎅드시지 마시고, 등록금 문제 등을 제도적으로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여, 20대, 대학생)

“물가를 잡아야 한다. 언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헌도 지금은 아니다”(남, 45세, 회사원)

“지금 정부가 정직하지 않고 앞뒤가 맞지 않다. 사회가 메마르고 각박해지는 것이 슬프다. 경제논리로만 가지 말고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여, 30대, 교사)

“젊은 친구들 바로 직장 가질 수 있는 취업문이 넓게 열렸으면 좋겠고, 정치하는 양반들 싸움없이 당리당략 따지지 말고 국민들 위해 소신껏 정치 잘 해줬으면 좋겠고, 택시하시는 분들 사업하시는 분들 건강하게 자기일 떳떳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남, 50대, 택시기사)

“(선거때) 좋은 사람을 잘 뽑아야 하는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었으면 좋겠다”(여, 30대, 주부)

대통령님, 이번 참여연대 <민심택시>가 만난 시민들은 무상급식, 복지사각지대 해소, 보육료 지원 등 전반적으로 한국사회의 복지수준이 나아지길 바랐습니다. 또한 치솟는 집값과 물가를 안정시켜 주길 바랐습니다.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4대강 사업에 예산과 행정력을 쏟아 부을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등록금과 취업문제 해결에 집중해주길 원했습니다. 무엇보다 소신껏 일하는 것도 좋지만 국민들의 말을 들어 정책을 고려해주길 바랐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셨던 박원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음 민심택시 기획에는 그 지역 시장, 군수들을 태웠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다면 대통령도 좀 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이 자꾸 ‘내가 옛날에 해봤는데’라고 하시지만, 그건 정말 옛날일입니다.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국민들의 삶에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민심택시>가 시민들 모두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민심택시>에 탑승한 사람들은 한국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들이었고, 그들의 목소리는 살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절절했습니다. 이런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시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민심택시>를 운전하신 한 기사님이 ‘살기 좋은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으로 인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10년 계획을 세우고, 꿈을 꾸는 것들을 향해 달려가면 실현되는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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