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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감시센터    공직사회 부패와 권력남용을 감시합니다

  • 기록개혁
  • 2005.01.12
  • 1169
  • 첨부 1

기밀지정, 해제, 공개 등에 관한 제도적 개선방안 없는 비밀보호강화조치는 행정편의적 발상



1. 정부가 지난 12월 군사 외교 대북관계의 국가기밀 사항에 대해 국회에 자료 제출은 물론 대면(對面)설명까지 거부할 수 있도록 "국회 및 당정 협조 업무처리 지침(협조지침)"을 개정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의 이번 지침은 일견 국회에서의증언및감정등에관한법률을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최근 국회의원의 국가기밀누설과 관련한 여러 논란이 있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가기밀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대응책으로 비춰진다.

2. 하지만 이는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그동안 행정부는 비밀과 비공개를 지정함에 있어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해왔다. 실제 비밀로 분류된 기록이나 정보 중에서 일반에 공개된 내용의 상당수는 사실상 비밀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들도 찾아 볼 수 있다. 일례로 40조원대의 국민세금이 소요되는 한국형다목적헬기사업(KMH)의 감사보고서에 대해 참여연대가 목차, 표지, 감사개요 등을 나눠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일체가 국가에 중대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를 불허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의 ‘표지’와 ‘목차’까지도 국가기밀로 묶어 놓는 것이 현 국가기밀제도인 것이다.

기밀지정만 하더라도 지정의 범위가 지나차게 광범위하게 규정되고 있고, 또 지정권자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접근을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무원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외부기관의 감시나 견제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비밀이나 비공개 지정을 과도하고, 자의적으로 행해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일단 비밀 혹은 비공개로 지정되면 그 비밀지정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검토는 물론 해제 및 공개절차에 대한 규정도 불분명하다. 즉 비밀보호의 법익 한편에 존재하는 국민의 알권리 실현을 위한 비밀지정, 해제, 공개 등의 문제점과 관련한 어떠한 제도의 정비, 개선책도 없이 비밀보호 강화조치만을 취한 것을 행정편의적인 발상일 뿐이다.

3. 무엇보다 이번 조치의 문제점은 국가기밀을 이유로 정부가 국회통제를 회피하려는 태도이다. 기밀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유일한 수단은 국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의 지침은 국회에 자료제출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다분히 국회의 감시기능을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또한 현행법이 이미 국가기밀 누설을 막기 위한 각종 장치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지침은 설득력이 없다. 민주적 통제를 위한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가능한 적극적인 열람권을 보장하는 것이 행정부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이에 역행하는 것이며,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도 부적절 하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박진 의원의 ‘서울 함락 논란’의 경우 국방연구원이 검토한 수많은 경우의 수 중 현실성이 극히 떨어지는 일부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공개한 것이다. 남북군사력 비교 등의 군사관련 자료가 과도하게 규제됨에 따라 이에 대한 국민들의 정보 접근은 근원적으로 차단된 채, 국회의원들이 독점한 정보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악용한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따라서 기밀의 엄격한 통제는 이와 같은 사건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4. 한편 국회의원이 정략적 이유로 국가기밀을 공개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다. 국회의원에게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수많은 정보와 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국가의 비밀기록, 비밀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이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 때만은 정당과 정파를 초월해 국민의 대표자라는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과거 일부 의원은 정치적, 정략적 이익을 위해 비밀을 공개하곤 했다. 따라서 국회는 국회의원의 비밀 유지의무를 분명히 하고 이를 어길 경우 형사 처벌 및 최소한 국회윤리위윈회 차원에서 징계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행정부에서 제출되는 비밀기록들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적극적 통제 장치를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5. 아울러 앞서 언급했듯이 차제에 우리나라의 비밀 및 비공개 기록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밀 공개 문제는 비밀 지정 및 해제에 대한 시스템부재에서 기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비밀기록은 지정 및 해제절차가 대단히 불투명함으로 인해 비밀로써 가치가 없는 기록조차 비밀로 지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국회는 비밀 지정, 유지, 보존, 해제 등에 관한 합리적인 절차를 근본적으로 재검토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맑은사회만들기본부


TSE200501120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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