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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감시센터    공직사회 부패와 권력남용을 감시합니다

  • 기록개혁
  • 2004.06.01
  • 1105

전진한 참여연대 간사 동행기



‘충격과 공포’.

##photo-1-right>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면서 내세웠던 작전명이다. 하지만 필자는 세계일보 취재팀과 함께 우리나라 행정기관의 기록물관리실태를 직접 확인하며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

가장 먼저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의 교육인적자원부를 방문했다. 우리가 문서고를 찾아가자 담당자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문서고가 몇 평인가요?” “아 그게… 아주 열악해요. 10평쯤 됩니다.”

필자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1년에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교육부의 문서고가 단 10평이라니…. 더구나 문서고는 일반 서적이 전시된 자료실(일종의 도서관) 한귀퉁이에 위치했다. 기록물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보관상태도 매우 열악했다. 보존기간별로 묶은 것도 아니고 온갖 기록물들이 별다른 분류기준 없이 방치돼 있었다. 문서고에서는 필요한 기록물을 언제라도, 즉시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능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웠다.

##photo-2-left>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기록물관리와 정보공개를 총괄하는 행정자치부. 지하 1층에 있는 문서고에 들어섰다. 주위에는 각종 창고와 기계실이 몰려 있어 불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런 불결한 환경에 문서고가 있다는 게 충격이었다.

문서고를 보고는 아연실색했다. 창문과 환풍기 하나 없는 공간, 만지면 으스러질 것 같이 파손된 기록물들, 곳곳에 핀 곰팡이, 축축한 느낌, 어지럽게 널브러진 각종 자재들. 분노와 함께 서글픔이 밀려왔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기록물을 살펴봤다. ‘보존기간 영구 및 준영구’라고 버젓이 찍힌 기록물의 표지는 걸레가 된 채 찢겨져 있었다. 책 내용물은 곰팡이가 덕지덕지 붙은 채 나뒹굴고 있었다. 영구 및 준영구 기록은 기관 내에서 9년 보관하고 국가기록원에 넘겨야 한다. 하지만 30년이 지나고도 여전히 기관에 방치된 기록들이 수없이 많았다. 우리나라 정부 행정이 기록된 소중한 자료들은 폐지공장에서나 볼 수 있는 상태로 썩어가고 있었다.

노동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다른 기관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록물은 모빌렉 하나 없이 철제 앵글에 방치되고 항온·항습시설이 없어 습기에 그대로 노출됐다. 기관의 규모에 비해 문서고는 너무나 협소했다.

기관들의 항변은 하나같았다. 기록관리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 기록관리 업무를 맡기 싫어하고 혹시 맡더라도 빨리 떠나고 싶어한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그들에게 체계적인 기록물 관리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환경부는 나름대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서무계장의 노력으로 지하 문서고에 방치된 문서를 정리하고, 자투리 예산으로 모빌렉을 설치했다. 계장 한 명의 노력으로도 이런 시설을 갖춘 만큼 장·차관들이 관심을 가지면 더 체계적으로 기록물을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실태조사를 하면서 그동안 기록물 개혁운동을 해온 활동가로서 심한 모멸감이 밀려왔다.

모 부처 직원의 항변이 아직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런 기사 나가면 우리만 대책문건 만드느라 죽어납니다. 근본적 대책없이 담당자들만 혼나죠.” 이 말 한마디가 기록물 관리가 안 되는 이유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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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맑은사회만들기본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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