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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감시센터    공직사회 부패와 권력남용을 감시합니다

  • 기록개혁
  • 2004.06.02
  • 932
국가기록관리가 총체적 부실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국가기관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멋대로 문서를 버리는가 하면 기록작성·보관원칙을 지키는 곳도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기록 전반에 걸쳐 법과 현실이 따로 놀고 있는 난맥상이 고스란히 포착된 셈이다.

심각한 것은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기록관리정책과 탁상행정으로 일관하며 청사진만 남발, 국가기록의 부실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기록생산·보존·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 정부의 기록의식마저 마비된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photo-1-right>◆마구 버리고, 기록은 인색=가장 주목할 대목은 폐기대상문서 100권 가운데 97권이 폐기되고 3권가량만 보존판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폐기심의회가 형식적으로 열리고 과거처럼 보존기한만 채우면 무조건 버리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반증이다. 실제 심의회에 앞서 법에 명시된 전문요원의 사전심의는 한번도 열리지 않았고 8곳은 심의회를 열지 않거나 아예 구성하지도 않았다. 또 응답기관 중 31곳은 폐기기준이 없다고 밝혔고 그 이유로 각 처리과의 의견을 수용(13곳)하거나 필요없다(3곳)고 응답했다.

반면 기록에는 극히 인색하다. 영구보존 기록물은 한 곳당 ▲2000년 570권 ▲2001년 494권 ▲2002년 745권 등으로 연평균 603권에 머물렀다. 이는 영구보존기록물의 분류잣대에 비춰볼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현재 기록물관리법에는 영구보존문서기준이 ▲법령제개정 혹은 중요한 정책이 결정·변경된 사안 ▲주요 조약 협약협정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사업·공사 ▲국회 또는 국무회의 심의 사항 ▲다수 국민이 관심을 갖는 주요 사건 또는 사고 ▲토지 등 장기존속물건 또는 재산관련사안 ▲역사자료가치 등 무려 31가지에 달하고 대상도 문서와 회의록, 사진 등이 모두 망라돼 있다.

특히 중앙부처의 영구보존기록물은 524권으로 지자체 738권을 크게 밑돌았다. 오히려 국가정책결정의 핵심인 중앙부처의 기록자산이 지자체에 비해 빈곤하다는 얘기다.

◆‘기록맨’이 없다=인력난은 기록부실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문서관리인력은 한 곳당 4.6명에 불과했고 5∼7급 공무원 혼자 전담하는 곳도 14곳에 달했다. 특히 중앙은 3.2명으로 지방 6.5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문요원배치를 둘러싼 혼선은 정부의 부실한 문서관리정책과 탁상행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문요원제도란 행정기관마다 체계적인 문서관리능력과 기록물관리학 석사학위 등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를 한 명 이상 배치하는 것으로 시행시기가 당초 2000년에서 우여곡절 끝에 2004년 말(지방은 2006년 말)로 늦춰졌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올 연말까지 전문인력을 배치한다는 응답은 11곳에 불과했다.

전문인력배치의 애로사항으로는 인사제도미비가 21곳(이하 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았고 ▲전문인력 수급부족(14곳) ▲예산부족(3곳) ▲행자부와 국가기록원의 비협조(2곳) ▲기관장 등 기관내 이해부족(1곳)의 순이었다. 정부가 인사제도나 전문인력 확보 등 준비작업도 없이 ‘공수표’만 남발하며 기록부실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장밋빛’ 기록물관리법=문서보존시설도 사정이 비슷하다. ‘신종 서고’인 자료관을 갖춘 기관은 극히 드물었고 제습기·보안·소독 등 관련시설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실제 올 연말까지 자료관을 설치한다는 응답은 17곳에 달했지만 이 중 실제 예산이 반영된 곳은 재경부·외교통상부 등 8곳에 불과했다. 또 ▲2005년 중(7곳) 혹은 ▲2006년 이후(2곳)에 설치하거나 ▲아직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4곳)는 응답도 14곳에 이르렀고 11곳은 설치여부조차 불투명했다. 당초 2004년 말로 정해진 자료관설치작업도 지지부진한 셈이다. 또한 조사대상기관 중 20곳은 항온항습기와 제습기를 설치하지 않아 사실상 ‘창고’나 다름없었다. 보안장치가 없는 곳도 16곳에 달했다.

결국 중앙부처와 지자체 가릴 것 없이 기록물의 생산·보존·관리·폐기 등 전반에 걸쳐 위법·편법이 만연, 국가기록의 부실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는 ‘기록물관리법’과 기록물관리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앙부처의 한 기록물담당자는 “(기록물관리법의 경우) 마치 중학생보고 대학입학시험을 치르게 하는 격으로 현실성을 상실한 장밋빛 법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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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어떻게 했나>

53개 행정기관 대상…한달간 46개항 조사

세계일보와 참여연대가 공동기획, 53개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방대한 작업이었다. 지난 4월 29일 최초 설문조사 준비모임을 가진 뒤 설문조사지 배포, 회신, 답변 분석에 이르는 전 과정이 약 한 달 만인 5월 24일에야 끝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각급 행정기관별로 ▲기록물 관리 실태 ▲자료관 구축 현황 ▲기록물 업무담당자 인력 현황 ▲기록물 보존 및 폐기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객관식과 단답형 등 모두 46개 문항에 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설문조사지를 5월 11∼12일 행정기관 기록물관리 담당 공무원에게 전자메일로 보냈고, 19일 청와대를 끝으로 설문지 회신이 완료돼 취재팀과 참여연대, 기록물관리 전문가들이 모여 답변 분석작업을 벌였다. 조사 대상기관도 ▲중앙행정기관 29곳 ▲광역 시도, 지방자치단체 16곳 ▲국회·법원행정처 등 특수기록물관리기관 8곳 등 53곳에 이르렀는데, 이 중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등 8곳이 답변을 거부했다.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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