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13-04-12   4422

[칼럼] 범죄지도 공개, 범죄율 감소할지 의문

 

[지금 논쟁 중] 범죄지도 공개

 

[편집자 주] 안전행정부가 올해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범죄·사고 다발 지역을 표기한 ‘국민생활안전지도’(안전지도)를 제작해 국민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범죄·사고 다발 지역을 국민들이 손쉽게 파악해 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역별 격차가 고스란히 드러나 위화감 조성, 부동산가격 하락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안전행정부 여운광 국립 재난안전연구원장과 참여연대 장정욱 시민감시2팀장이 이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경향신문] 2013. 4. 12. 오피니언란에 실린 칼럼입니다. )

 

■ 특정지역 ‘치안 불안’ 낙인 우려… 범죄율 감소할지 의문

장정욱 참여연대 시민감시2팀장

 

정부가 국민이 정보공개를 청구하기에 앞서 국민생활과 관련한 내용을 미리 공개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안전행정부에서 말한 것처럼 국민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부처별로 있으니 모아서 한꺼번에 공개하면 효과적인 정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정책에 대해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까지 폐쇄적인 정보공개로 비판받던 정부가 국민에게 더 많은 정보를 스스로 공개하겠다는데 왜 반대할까.

 

반대하는 사람들은 범죄정보를 지도로 보여줬을 때 특정지역에 대한 낙인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당 지역이 슬럼화될 가능성도 있다. 또 범죄지도를 만드는 방식에 따라 피해자의 정보가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치안불안지역에서는 지역 간 갈등, 학교의 학생 유치가 어려워지는 문제와 집값 하락의 가능성도 반대 이유로 뽑고 있다. 물론 찬성 의견도 있다. 정책에 찬반 여론이 있고 주장이 합리적이라면 정책의 실효성보다 부작용이 더 크지는 않은지 잘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범죄지도 제작의 성공적인 외국 사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소개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과거 8년간 범죄가 발생했던 지역과 유형을 분석해 범죄 가능성을 예보하는 범죄지도를 제작해 테스트한 결과, 범죄 예보 정확도가 71%에 달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범죄지도를 만드는 이유는 범죄를 막기 위한 것이다. 예상되는 범죄를 막았어야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예상되는 범죄가 71%나 일어난 것이 왜 성과인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범죄를 연구하는 학자나 경찰 당국에는 성과일 수 있겠으나 국민들에게는 의미 있는 성과로 보기 어렵다. 또 정부는 예상되는 범죄율 감소치도 발표하지 않았다. 심리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섣불리 범죄 감소를 예상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물론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샌프란시스코의 범죄율이 낮아졌다는 통계도 금방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의 범죄는 줄어들었다. 미국의 도시정보를 제공하는 www.Cityrating.com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2006년 이후 재산범죄와 폭력범죄율 두 가지가 모두 감소했다. 그럼 이것이 범죄지도에 의한 것일까.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앞선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범죄율이 감소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속한 캘리포니아주의 범죄율도 물론 감소하고 있다. 감소하고 있기는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범죄율 자체는 미국 평균이나 캘리포니아 평균에 비해서 높다. 정부에서 뽑은 성공사례인 샌프란시스코의 범죄지도가 성공적이라고 하기에는 근거가 빈약하다.

 

다음으로 범죄지도에 대한 우려를 살펴보자. 우선 범죄가 많은 곳으로 뽑힌 지역의 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학교폭력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 학교 출신에 대한 선입견도 있을 수 있다.

 

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나 사업장이 있는 지역이 범죄율이 높은 지역으로 확인된 경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부자들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이사를 가거나 사업장의 장소를 옮기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쉽게 이사나 직장을 옮기기 어려울 것이다. 소극적인 대처로 문단속을 강화하거나 귀가시간을 조절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별로 없다. 위험지역으로 뽑힌 곳은 치안공백 상태로 이해되어 오히려 더 많은 범죄를 불러올 수도 있다. 결국 이사 갈 수 있는 사람은 이사를 가면 되겠지만 남아야 되는 사람이 있고, 다른 사회적 조건들로 인해 그곳으로 유입되는 인구도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은 사회적 약자가 위험한 지역에 살도록 강제당할 가능성이 높다. 범죄지도의 작성과 공개로 범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만약 효과가 있더라도 부작용이 심각하다면 도입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새로운 정책이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피해가 커지는 방향으로 정해져서는 안될 것이다.

 

안전행정부는 안전에 대한 지역 주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자연스러운 지역 간 비교로 안전 확보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것은 동시에 불안감이 커지고, 지역 간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가 일부러 위험을 강조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통해 경찰권을 비롯한 공권력의 확대를 꾀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범죄지도 도입 논의가 시작된 지는 벌써 상당 기간 되었지만 아직 충분히 검토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앞서 말한 샌프란시스코 사례도 찬성을 위해 검토를 하다보니 실제와 맞지 않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는 효과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반대 주장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활을 책임지는 정부라면 반대 주장에 대해서 “범죄율 낮추기에 협조해야지 집값이 내려갈까 걱정해서 되겠느냐”는 식으로 대처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는 생활안전지도 도입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부작용을 어떻게 극복하고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 충분히 분석하고 시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충분한 검토 끝에 시행하더라도 교통사고지도와 같은 사고예방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나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료가 무엇인지 선별하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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