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10-07-05   2883

[통인동窓] 경찰의 타락을 가져 온 성과만능주의

경찰의 타락을 가져 온 성과만능주의

최근 강북경찰서장이 양천서 고문의혹사건에 대한 원인으로 서울경찰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성과주의를 지적하면서 경찰의 성과주의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1980년을 전후해서 성과주의가 하나의 유효한 관리전략으로 간주되면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막론하고 성과주의가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청의 성과주의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경찰청이 설정하고 있는 성과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고문 등을 동원하여 시민들의 기본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고문과 같은 양천서의 인권침해 사례가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처럼 성과만능주의가 경찰의 인권침해라는 끔직한 결과를 가져온 원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성과에 대한 오해
          
이번 양천서의 인권침해 사례와 관련하여 무엇보다도 깊이 있게 성찰해야 할 점은 경찰의 존립근거와 경찰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가 성과지표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경찰의 목적, 특히 궁극적인 목적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인권을 구현하는 데 있다면 경찰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성과 역시 이를 구체화하고 있어야 하지만 현재 경찰청이 운영하고 있는 실적경쟁 시스템에 경찰의 존립근거가 얼마나 잘 반영되고 있는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강력범죄의 단속 건수 위주로 설정되어져 있는 현재의 실적경쟁 시스템에서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인권을 구현하는 궁극적인 목표보다는 점수로 환산되는 단속실적이 궁극적인 목적으로 전환되고 조직 간 직원 간 그래프로 나타나는 단속실적은 직원들로 하여금 경찰청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성과로 오해하게 만드는 착시현상을 가져왔다.  

획일적 목표설정의 폐해
       
          
이처럼 경찰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적경쟁 시스템을 살펴보면, 경찰청은 범죄별로 기본점수를 부여하고 서울의 경찰서를 4개 그룹으로 분류하여 경찰서 간 경쟁을 기본구도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경찰서가 가지고 있는 치안환경과 치안수요가 제각각인데 반해 경찰청이 설정하고 있는 실적경쟁 시스템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기보다는 획일적인 목표를 부여하여 궁극적으로 실적시스템과 지역의 치안환경과 치안수요가 괴리되는 폐해를 가져왔다.

이러한 획일적 목표설정은 해당지역의 치안수요나 치안환경에 대한 대응보다는 관리자의 통제력을 강화시키는데 주안점이 두어져 있다는 점에서 시민생명과 재산보호, 인권구현보다는 관리자의 관리만족도 충족여부를 우선시하는 폐해를 가져왔다.                

평가는 감사와 구별돼야   
          
경찰청이 실적경쟁 시스템을 경찰청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간주하는 착시현상을 심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감사식 평가를 꼽을 수 있다. 평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에는 성과평가를 감사로 착각하고 실적 추진과 관련하여 범법행위를 밝혀내려는 감사식 접근방식을 도입하는 우를 범하는데 이러한 오류가 종국적으로 경찰청이 목표구현을 독려하는 수단으로 도입하고 있는 평가의 순기능적인 측면을 질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강조   
          
경찰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적경쟁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시민생명과 재산보호, 인권구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책임감 못지않게 성과를 구현하기 위한 권한과 자율성이 주어져야 하지만 명령지휘체계가 생명인 경찰조직의 특성이나 권위적인 업무수행방식에 비추어 볼 때 성과달성을 위한 권한부여나 자율성 제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과책임만이 강조되는 변형된 관리방식은 오히려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근무의욕을 없애고 목표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업무태도를 배양하고 있다.    

치안만족도 제고와 조직 활력을 높일 수 있는 성과평가를 기대하며

무엇보다도, 성과평가의 순기능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경찰청의 업무에 적합한 성과개념을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성과개념의 정립은 무엇보다도 시민생명과 재산보호, 인권구현의 달성을 구현할 수 있는 내용으로 세분화하되, 이러한 궁극적인 목적이 성과지표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 지, 지속적인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

두 번째로는 관리적인 측면에서 획일적으로 주어진 목표달성 여부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단순경쟁보다는 각 지역의 치안환경과 치안수요에 부합되는 목표달성 여부위주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평가의 실용화가 요구된다.

세 번째는 평가에 대해 정책결정자들의 정확한 이해가 요구된다. 평가는 목표달성 여부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감사와는 구별되어야 하며,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가단 운영에서 객관성을 담보하는 법적,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네 번째로는 경찰청 운영방식에 대한 변화가 요구된다. 특히, 성과에 대한 책임성이 높아지는 만큼 성과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권한과 자율성이 동시에 높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과평가의 순기능을 기대하기 위해서 성과목표 설정에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절차를 정비하되 성과목표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제고와 성과목표를 공유하기 위한 기회가 충분히 마련되어져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경찰이 시민생명과 재산보호, 인권구현의 보루로서 환골탈퇴하기를 기대해본다.

송석휘 /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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