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참여연대 공식일정+ 더보기

행정감시센터    공직사회 부패와 권력남용을 감시합니다

  • 칼럼
  • 2017.08.07
  • 717

[사유와 성찰] 소탐대실할 김영란법 완화 

2017.08.04. 경향신문 오피니언에 실린 참여연대 공동대표 법인 스님의 칼럼입니다. 

 

목사와 신부와 승려에게 청탁이 들어올까? 낯선 질문과 연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성직이라는 종교계에도 의도가 아름답지 못한 청탁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는 종교인에게는 세간 사람들의 청탁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신자가 모이는 교회와 사찰의 유력한 인물에게 줄을 대려는 시도가 있다. 한 예로 오래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종립 대학에서 대형 종합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었다. 그즈음 종단에 어떤 직책도 없는, 이른바 실세가 아닌 나는 평소 그리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내용인즉 스님께서 그 대학의 이사장 스님의 제자와 친하다 하니 제가 아는 사람을 원무과에 취직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 이사장의 제자 스님은 많은 청탁에 시달려 잠적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종교인에게 청탁의 대가는 헌금과 시주금이라는 명목으로 포장된다. 대부분의 종교인들이 이를 정중하게 거절하지만 마음이 편할 수는 없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에도 나름 주고받는 부담스러운 관계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경전에는 바람직한 공양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주는 자와 받는 자, 그리고 주고받는 물건이 청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양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도와 동기가 순수하고, 공양받는 이가 도덕적으로 신뢰와 존경을 받고, 주고받는 공양물이 분수에 맞아야 참다운 공양이라고 한다. 만약 이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면 불량한 관계가 맺어지고 화합의 공동체가 무너진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렇듯 건강한 사회가 가꾸어지는 조건 중에 하나는 청정성과 공정성이다. 그래서 권한을 가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처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청렴과 공정성은 각자의 자발적인 도덕에 의하여 유지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욕망과 더불어 족쇄처럼 얽혀 있는 사회구조는 한 개인의 도덕성과 소신 하나만으로 법과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부패의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을 위하여 마련된 것이 이른바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간단히 말해 법으로 청탁을 금지하자는 취지이다. 악을 근절하자는 취지의 법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가 세계 37위에서 52위로 악화되었다고 한다. 또한 공공영역에서 부패가 일상화된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고 한다. 국가의 품격을 생각한다면 크게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작년 9월에 시행된 청탁금지법은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성, 결과의 정의를 이룰 수 있는 근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이 시행된 지 1년도 못되어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으로 청탁금지법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취약한 처지에 있는 분들의 경제적 환경 개선은 중요하다. 정부의 태도에 대해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문제는 경제·산업 정책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 반부패 정책을 완화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청탁금지법에 대한 정부의 완화 검토 소식을 듣고 해당 법률을 다시 살펴보았다. 청탁금지 대상자들을 보니 입법, 사법, 행정, 교육,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이를 보면서 아주 상식적인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안정된 직업에 속한다. 그러니 부정한 돈이나 물품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장애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법과 양심에 의하여 해당 업무를 집행하면 되는 권한을 가진 자리에 있다. 그러니 법과 양심에 따라 ‘집행하지 않을’ 권한도 가진 사람들이다. 이치가 이러하니 부처님의 청정한 공양의 조건과 같이 부정한 의도로 청탁해서도 안되고, 부정한 의도를 알면서 청탁을 받아서도 안되는 것이 아닌가. 혹자는 난마처럼 얽혀 있는 사회에 살지 않는 출가수행자의 한가한 소리라고 힐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법은, 상식이 일상이 되고 문화가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닌가. 

 

장기적 안목으로 보자면 공정한 문화가 이루어지면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이익을 받을 것이다.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청탁금지법을 거론하는 것은 참여연대가 지적한 것처럼 분명한 ‘범주 오류’에 해당한다. 무엇보다도 청탁금지법은 우리가 부끄럽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고마운 법이다. 소탐대실하지 말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참여와 행동에 동참해주세요
참여연대 회원가입·후원하기
목록
제목 날짜
[카드뉴스] 부패방지법에서 김영란법까지, 참여연대 반부패운동의 역사 2015.03.10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를 소개합니다 2019.02.23
[칼럼] 윤리감사관의 독립성과 법원조직법 개정의 의의
  • 칼럼
  • 2020,03,18
  • 349 Read

※해당 칼럼은 오마이뉴스 2020.03.18. 에 게재되었습니다. [링크]   윤리감사관의 독립성과 법원조직법 개정의 의의 ▲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칼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 칼럼
  • 2020,02,03
  • 771 Read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권력기관 권한 분산만으로는 개혁 기대할 수 없어... 독립적 감사기구 설치해야   본 기고문은 ...

[칼럼] 소탐대실할 김영란법 완화
  • 칼럼
  • 2017,08,07
  • 717 Read

[사유와 성찰] 소탐대실할 김영란법 완화  2017.08.04. 경향신문 오피니언에 실린 참여연대 공동대표 법인 스님의 칼럼입니다.    목사와 신부와 승려...

[기고] 아직도 김영란법이라고 부르는가?
  • 칼럼
  • 2016,07,18
  • 715 Read

[기고] 아직도 김영란법이라고 부르는가?     윤태범ㅣ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지금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 ...

[기고] 사면초가의 김영란법
  • 칼럼
  • 2016,06,23
  • 4488 Read

사면초가의 김영란법   경건ㅣ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9월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

[칼럼] 테러방지법, 그 무한폭력의 위험성
  • 칼럼
  • 2016,05,02
  • 739 Read

테러방지법, 그 무한폭력의 위험성   한상희 |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박근혜 정부의 실정(失政)은 부지기...

[기고] "테러방지법, 국정원에 '날개' 달아줄 것"
  • 칼럼
  • 2015,12,09
  • 993 Read

"테러방지법, 국정원에 '날개' 달아줄 것" 현행법으로 테러 대비 불충분, 정부가 입증해야   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소장   테러방지법 제정 압...

[기고] 인사혁신처는 청개구리인가
  • 칼럼
  • 2015,12,01
  • 828 Read

인사혁신처는 청개구리인가   인사혁신처가 신설된 지 꼭 1년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단행된 정부조직법 개편에 의해 신설된 인사혁신처는 공직사...

[칼럼] [세월호 참사 두 달, 릴레이 기고 - 이것만은 바꾸자] 공직윤리 총괄할 컨트롤 ...
  • 칼럼
  • 2014,06,26
  • 1253 Read

[세월호 참사 두 달, 릴레이 기고 - 이것만은 바꾸자] 공직윤리 총괄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윤태범 | 방송대 교수·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

[칼럼] 안대희 총리 후보 낙마 이후
  • 칼럼
  • 2014,05,30
  • 1525 Read

[칼럼] 안대희 총리 후보 낙마 이후   김성진 변호사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세월호 참사 이후 그 수습책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검사’ 안대희 전 ...

[칼럼] 범죄지도 공개, 범죄율 감소할지 의문
  • 칼럼
  • 2013,04,12
  • 3520 Read

  [지금 논쟁 중] 범죄지도 공개   [편집자 주] 안전행정부가 올해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범죄·사고 다발 지역을 표기한 ‘국민생활안전지도’(안전지도)...

[칼럼] 고위 공직자 취업 심사 강화해야
  • 칼럼
  • 2013,03,01
  • 3241 Read

장정욱 | 참여연대 시민감시2팀장 최근 ‘고위 공직자로 일하다 나온 전관이 보통 사람의 연봉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았더라’는 말이 회...

[토론회 방청후기] 공무원 4대 경비, 먼저 이름을 바로 잡아야
  • 칼럼
  • 2013,02,14
  • 4321 Read

공무원 4대 경비, 먼저 이름을 바로 잡아야 <특정업무경비 등 어떻게 쓰였나, 어떻게 쓸 것인가> 후기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2월 13일 국회 의원회...

[칼럼] 공직윤리 없이 성공한 정부는 없다
  • 칼럼
  • 2012,11,07
  • 6037 Read

[칼럼] 공익윤리 없이 성공한 정부는 없다 라영재(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1. 모든 공직자가 천사는 아니다 미국 ...

[칼럼] ‘내곡동 무혐의’ 이해 못할 검찰(김남근 변호사)
  • 칼럼
  • 2012,06,13
  • 2982 Read

‘내곡동 무혐의’ 이해 못할 검찰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관련 고발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세간의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청와...

공직자들의 퇴직후취업제한제도 더 강화 개선되어야 한다
  • 칼럼
  • 2011,10,01
  • 3454 Read

지난 9월 19일 참여연대는 ‘퇴직후취업제한제도 운영 실태 보고서 2011’를 발행했다. 참여연대는 2006년부터 매년 퇴직공직자가 업무연관성이나 부처업...

공직윤리 기준 후퇴해서는 안 돼
  • 칼럼
  • 2011,07,25
  • 3540 Read

공직윤리 기준 후퇴해서는 안 돼 우리 사회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되고 도덕성 문제로 고위공직 후보자가 낙마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때마...

"윤증현 장관, 퇴직하면 또 김앤장 가나?"
  • 칼럼
  • 2011,05,27
  • 3951 Read

"윤증현 장관, 퇴직하면 또 김앤장 가나?" 김앤장 오고 간 주요공직자들은 누굴 위해 일하나 윤증현 장관에게 다시 질문을 해야 할 때가 됐다. "퇴직하...

[통인동창] 위키리크스를 위한 변론
  • 칼럼
  • 2010,12,10
  • 2773 Read

위키리크스, 절차적 불법성과 내용상의 진실성의 고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한반도가 전쟁위기의 혼...

[통인동窓] 오세훈 시장, 시민들이 우습나? 두렵나?
  • 칼럼
  • 2010,09,27
  • 3038 Read

의회도 무시한 서울광장 조례개정안 공포 거부, 민심은 거기에 없다 "민심이 무섭다." 이 말은 오세훈 시장이 6.2 지방선거에서 패색이 짙어지고 있을...

© k2s0o1d4e0s2i1g5n. Some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