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11-10-01   4483

공직자들의 퇴직후취업제한제도 더 강화 개선되어야 한다

지난 9월 19일 참여연대는 ‘퇴직후취업제한제도 운영 실태 보고서 2011’를 발행했다.

참여연대는 2006년부터 매년 퇴직공직자가 업무연관성이나 부처업무연관성이 높은 영리사기업체로 얼마나 취업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를 대상으로 퇴직후취업제한제도 운영 실태를 모니터해왔다.

 

이번 조사는 2010년 6월 1일부터 2011년 5월 31일까지(1년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밀접한 업무연관성이 없어 취업이 가능하다고 통보한 147명 중 125명(감사원, 대검찰청과 국가정보원 퇴직자 22명 제외)의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취업한 업체와의 업무연관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59.2%인 74명이 ‘부처관련 업체 및 협회’로 취업했고, 그 중 최소 29명(23.2%)은 ‘퇴직전 업무와 밀접하게 연관된 취업제한 업체 및 협회’에 취업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로는 강원도 전 지사의 강원도·강원정보화마을과 업무계약(MOU)을 맺고 식재료를 거래하고 있는 GS리테일(주) 자문역 취업, 대한무역진흥공사 전략사업본부장의 국제기구조달기업 육성 프로젝트 100대 기업으로 선정된 도화엔지니어링의 해외부문 사장으로의 취업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발표한 전자책 사업을 하는 아이리버의 비상근고문으로, 한국무역보험공사 투자사업본부장은 한-우즈벡 가스프로젝트 사업에 한국 컨소시엄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는 STX에너지(주)의 계열사 STX의 자문위원으로, 한국철도시설공단 호남지역본부장은 호남고속철도 3-2공구 건설공사를 하고 있는 대림아이앤에스의 부사장으로, 행정안전부 제1차관은 정부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선정 경쟁에 뛰어든 KT네트웍스의 비상근고문으로 취업하는 등 퇴직전 업무 및 부처업무연관성이 분명한 기업으로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방부 퇴직자 중 최소 19명(82.6%)이 업무연관성이 높은 방위산업체 및 군시설건설 업체로 취업한 사실이 확인되었는데, 국방부 공군 전력기획 참모부 차장은 방위산업체인 삼성탈레스의 고문으로, 국방부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단 협상팀장은 주한미군기지이전시설사업을 수주한 삼성물산의 고문으로, 국방부 육군본부 육군시설단 이전사업관리과 육군소령은 육군 포천·운천·연천 관사 및 간부숙소 BTL사업을 수주한 삼환기업의 부장으로, 해군 정보화기획실 기반체계처장은 정부가 1조 3천억원을 투입할 예정인 전투무선체계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LIG넥스원의 상근고문으로 취업한 것 등으로 나타났다.

 

군 출신 퇴직자들은 업무연관성이 명백한 방위산업체 및 군시설업체로 취업하는데 거리낌이 없었고, 국방부를 비롯한 방위사업청 퇴직자들이 이들 취업제한 업체로 취업하려다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결정을 받은 건수(12건)도 예년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군 출신 퇴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었다. 또한 경찰 출신 퇴직자가 감독 대상인 에스원 등 경비업체로 취업하거나 국세청·금감원 출신들의 관행처럼 되어버린 금융관련회사로의 취업은 여전한 반면, 예년에 비해 대통령실 퇴직자들의 다수가 ‘낙하산’ 형태로 취업한 경향도 두드러졌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의 조사결과를 비교해보면 5년간 ‘부처관련 업체 및 협회 취업자’와 ‘직무관련 취업제한 업체 및 협회 취업자’ 모두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2010년 급격히 증가했었는데 다행히 올해는 약간 줄어들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부처관련 업체 및 협회 취업’ 비율은 2010년(62%)보다 2011년(59%)에 약간 줄어들었고, “직무관련 취업제한업체 및 협회로의 취업” 비율도 2010년(34%)에 비해 2011년(23%)에는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많은 퇴직공직자들이 자신이 속한 부처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영리사기업체와 자신이 수행한 직무와 업무연관성이 높은 영리사기업체로 취업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퇴직후취업제한제도가 여전히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해충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온정적이고 형식적인 심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신(新) 전관예우는 퇴직공직자들이 퇴직전 업무 및 부처업무 연관성이 큰 기업체로 취직해 인맥 등을 이용한 불법로비나 청탁을 통한 감사무마, 주요 정보 유출 등 심각한 이해충돌 행위를 하는 것을 가리킨다. 퇴직후취업제한제도가 앞서 강화·개선되었다면 이렇게 심각한 사태로까지는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사태가 터지고 여론이 악화되자 서둘러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다.

 

10월 30일부터 시행되는 퇴직후취업제한제도 개정안의 주 내용은 ▲업무관련성 적용기간을 퇴직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 ▲취업제한 업체에 일정규모 이상의 법무법인·회계법인·세무법인 포함 ▲재산공개대상자인 1급 이상 고위공무원의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기관의 업무를 퇴직후 1년간 취급 금지 ▲국방 분야와 금융감독원 취업제한대상자 확대 등이다.

 

그러나 이번에 바뀐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이번 참여연대가 업무연관성이 있는 업체로 취업했다고 판단된 사례들은 제한받기 어려울 것이다. 시행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취업제한 대상 기관의 규모인 자본금 및 연간 외형거래액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는데, 현행보다 축소(자본금 10억원 이상 또는 지난 3년간 연간 평균 외형거래액 30억원 이상인 기업 및 영리사기업체)되어야 하며, 업무연관성이나 부처연관성이 명확한 기업으로의 취업은 그 규모에 상관없이 규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금융감독원 출신 퇴직자의 취업제한 대상을 확대한 것은 환영할만하나 조사·감사권이 있는 금융관련기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금융감독위원회 등) 기관에 대해서는 과태료나 과징금 부과 업무까지 포함시켜 업무연관성을 보다 엄격하게 규정해야 한다. 또한 퇴직후취업제한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온정적 판단에 따른 취업승인 남발인데 취업승인은 공직자가 영리사기업체 등에 취업함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취업으로 인해 야기되는 이해충돌로 침해되는 공익을 비교하여 그 이익이 현저히 클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고위공직자의 경우 부서 업무연관성을 넘어서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부처 업무연관성을 더 폭넓게 제한하고 취업과는 별도로 행위제한제도가 실효성 있도록 지금보다 더 강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았듯이 공직자들의 부패·비리행위의 직접적 피해자는 결국 힘과 돈이 없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는 공직자들의 퇴직후취업제한제도를 더 강하게 규제하고 높은 도덕성을 요구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크기변환_신미지.jpg       신미지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

 

* 이 글은 국회보10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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