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06-02-08   1107

<안국동窓> 인사청문회 유감(有感)

몇몇 장관 후보자를 대상으로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작년 7월 개정된 국회법으로 모든 국무위원으로 인사청문의 대상이 확대되었으며, 이에 따라서 인사청문회가 실시중이다. 그 동안 인사청문의 적용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이 그 범위를 대폭 넓힌 것은 매우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인사청문을 통하여 국민과 국가에 정말로 도움이 될만한 사람인지를 꼼꼼하게 따진다는 점에서 인사청문회가 갖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대통령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어 폐쇄적, 자의적으로 이루어졌던 장관에 대한 임명과정이 투명화되고, 또 객관화될 수 있게 되었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작금 이루어지고 있는 인사청문회를 보면, 과거 청문회에서 적잖이 볼 수 있었던 꼴불견들이 상당히 줄어들었음을 느끼게 된다. 인사청문이 아닌 인신공격에 가깝게 운영되었던 풍경은 상당부분 줄어들고, 대신 그 자리를 정책적 논쟁과 도덕성 시비가 자리를 하고 있다. 여간 다행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부정적인 모습들을 노출하고 있어서 개선해야 할 여지들이 있다.

아직도 후보자의 정책적 입장, 도덕성, 전문성, 리더십, 비전 등에 대한 청문보다는 의원의 개인적인 선호도, 당파적 이익, 정치적 배경 등이 청문회장을 주도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때문에 질문은 계속 헛돌고, 답변은 궁색해진다. 중요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여전히 겉돌고 있다.

청문과정에서 의원들은 자신들의 당파적 이익만을 선보일 뿐이며, 후보자는 책임있는 답변보다는 소나기나 피하고 보자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어떤 후보자는 그 동안 당당했던 소신과 행동을 젊은 날의 치기라고 머리 숙여 반성하고 매우 얌전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혹 대통령은 이 후보자의 소신과 당당함 때문에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답답한 형국이다. 답답하기는 청문회장에 있는 후보자나 의원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후보자는 지엽적인 질문,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에 답답하고, 의원들은 의원대로 답 없을 질문 하느라 답답하고, 국민들은 이들 간의 공허한 선문답 듣느라고 답답하다. 속 시원해 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청문회 운영의 경험이 아직도 일천하니,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래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왜 이렇게 귀중한 시간을 내어서 청문회를 여는지, 청문회에서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청문회에서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장관 후보자만 청문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의원들을 먼저 청문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든다.

물론 운영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제도적으로 아직도 미비한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국회법이나 인사청문회법 어디에도 청문을 왜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없다. 무엇을 청문해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도 없다. 그저 절차만 규정하고 있다. 내용은 없고 절차만 있는 이상한 상황이다. 그리고 일부 자리를 제외하고는 인준이 따르지 않는 청문이다. 당연히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일각에서는 비록 인준이 따르지 않는다 해도 정치적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자위하지만, 실효성이 너무도 적음은 분명하다.

인사청문회제도를 도입하고 이렇게 적용범위를 확대한 것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운영상의 개선도 필요하고 미비한 제도도 대폭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왜 청문을 하는지를 관련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을 청문할 것인지도 구체화시켜야 한다. 모든 것을 청문할 수는 없으니, 최소한의 것이라도 명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청문의 실효성이 확보되고, 충실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절차적 요식행위로서의 청문이 아니라 인준 청문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의 확대적용으로 여러 부처들의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지적들도 있다. 퇴임하는 장관은 일을 새로 벌리기도 인사를 하기도 어렵고, 또 후보자도 어쨌든 현 장관이 있고, 또 임명 여부도 아직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나서서 대놓고 일을 챙길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국정의 공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국정 공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을 하는 것은 인사청문의 과정과 결과가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잘 된 인사청문회는 나중에라도 국정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그저 형식적으로, 개인적 행태 중심으로, 추상적이고 모호한 답변으로 이어지는 인사청문회라면, 이와 같은 국정공백은 공백으로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회는 국회가 공직 후보자를 호통 치는 자리가 아니다. 흠집 내는 자리도 아니다.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자리도 아니다. 개인의 선호도를 드러내는 자리도 아니다. 그저 국정을 책임질 사람의 됨됨이를 꼼꼼하게 따지는 자리이다. 때문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다른 때는 몰라도 인사청문회에서만은 모든 의원들이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였으면 한다. 국민들은 지금도 의원들을 꼼꼼하게 청문하고 있음을 제발 깨달았으면 한다.

윤태범 (방송대 교수,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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