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08-12-09   1243

[칼럼] ‘권력 사수대’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경찰

‘권력 사수대’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경찰
80년대 공안경찰로 회귀, 부끄럽지 않나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계명희

 올해 경찰당국은 어느 때보다 바쁜 한해를 보냈다. 검역주권을 지키고자 국민적 열기로 뜨거웠던 촛불집회를 폭력으로 진압해 수천 명의 부상자가 생겨났다. 이후의 표적수사, 인권탄압, 민간인 사찰 등 끊임없이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네티즌 소환조사도 줄을 잇고 있다. 이미 경찰은 더 이상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의 신뢰는 안중에도 없음을 알 수 있다. 최고 권력자의 사수대로 전락한 경찰의 모습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촛불집회가 지난 5월 시작된 이후 불과 두세 달 동안 폭력진압의 피해자만 2천 여 명이 넘었다. 그럼에도 책임을 진 사람은 없었다. 경찰수뇌부는 오히려 진압공로자 385명에게 포상을 했다. 특히 어청수 청장은 동생의 성매매영업 비호의혹, 폭력진압 지시, 유모차 부모에게 ‘아동학대죄’ 적용 운운, ‘80년 식 강경진압을 해보고 싶다’는 발언, 종교편향 행보 등 수많은 논란을 가져왔고 그때마다 책임론이 제기되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자리를 지켜줬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지휘하는 경찰은 항상 권력의 편에 섰고 국민들은 직권남용과 인권탄압에 시달려야만 했다. 어청수 청장은 최근에 한국일보의 ‘존경받는 대한민국CEO 대상’을 받아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연이어 사실상 홍보비를 건네주고 받는 상으로 밝혀져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정당성 없는 공권력 남용과 경찰청장으로서의 위상을 세워보려는 섣부른 시도는 이미 추락한 신뢰를 더욱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2008년 경찰이 보여준 행보는 이렇듯 권력친화와 과잉충성으로 설명될 수 있다. 경찰의 과잉충성은 권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위 경찰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국내외 인권단체와 국민적 비난 여론에도 거침없는 행보(참조 <표1. 논란이 되었던 경찰>)를 보여왔다. 급기야는 한나라당까지 나서 ‘과잉충성’을 자제하라는 논평을 내보낼 만큼 정권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에 맺은 인연이 고속 승진의 발판이었다고 한다. 2008년 12월 현재 치안감 이상의 직위를 가진 33명의 고위간부 중 대통령비서실에 파견근무를 하거나 인수위에 참여한 간부는 12명, 정보관리부장이나 보안부․국장을 지낸 소위 정보통이라 할 수 있는 간부는 13명에 이른다. (참조 <그림1>) 권력 가까운 곳에 있었거나 권력이 필요로 하는 정보업무와 관련된 인사가 고위 경찰의 상당수를 구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경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벗어난 모습을 보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경찰은 변화와 개혁을 약속하며 2005년, 인권보호 종합추진계획인 'Project 1004'를 시행하였다. 경찰의 정치개입과 인권탄압의 상징인 경찰청 보안국 보안3과 남영동 보안분실을 '경찰 인권기념관'(가칭)으로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경찰청에 ‘인권보호센터’와 ‘인권수호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과거 인권탄압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경찰은 안으로는 인권경찰을 논하면서 집회현장에서는 폭력진압으로 시위도중 사망자가 발생하기까지 하였다. 올 해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경찰이 촛불진압과정에서 인권을 탄압했다는 국제엠네스티의 결론에도 반성은커녕 오히려 표적수사와 표현의 자유를 더욱 억압하기만 할 뿐이다. 네티즌의 개인블로그 글을 일일이 뒤져가며 단어 한두개로 사상이 의심스럽다며 보안과 출두 명령까지 내리고 있다. 80년대 인권탄압의 역사를 반복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견제와 균형의 논리를 내세우며 검찰과 긴 논쟁을 벌여왔던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경찰의 오래된 숙원사업이다. 어청수 청장은 내년 수사권 독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만약 올해 경찰 수뇌부가 보여준 권력친화적 모습이 수사권 독립을 염두에 둔 검찰과의 충성경쟁이었다면 경찰과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어청수 청장의 말대로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수사권 독립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권력이 아닌 “국민을 섬기는 경찰로 거듭나” 민생치안이라는 경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때 가능하다. 경찰 수뇌부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내년에도 경찰이 올해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수사권 독립의 꿈은 더욱 멀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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