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반부패 1997-03-07   156

신임 강경식 부총리 3월 5일 취임 후 발언에 대한 반박 성명

신임 강부총리, 금융실명제 완화 발언은 상식밖
-한보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궤변!



1. 지난 3월 5일 입각한 강경식 신임부총리의 취임 제일성(第一聲)이 금융실명제 완화라는 점에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한보 비자금 사건으로 온 나라가 쑥밭이 된 상황에 금융실명제 완화를 불쑥 들고 나온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강 부총리는 금융실명제가 ‘경제살리기’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2. 강 부총리는 지금도 매년 수조원씩 조성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각종 비자금들이 순전히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조성되었다가 지나친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묶인 돈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강 부총리의 말대로 실명제 도입배경과 그 시행과정이 “비리적결에 우선순위를 둔 까닭에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되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수천억에 달하는 한보 비자금 조성이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강 부총리의 논리대로라면 한보 비자금 등도 “과거의 비자금에 면죄부를 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숨겨질 수밖에 없었단” 그런 성격의 돈이란 말인가? 그러나 강 부총리의 궤변과는 달리 오히려 한보비자금은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93년 이후, 의도적으로 금융실명제의 규제망을 피해 조성되므로써 사실상 금융실명제의 허점을 노출시킨 대표적인 사건이요 그런 류의 수많은 탈법행위 가운데 하나일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3. 참여연대는 그동안 현행 금융실명제의 한계에 대해 일관되게 지적해 왔다. 현행 금융실명제의 문제점은 지나친 규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제도의 도입취지와는 달리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점에 있다.
 우선 현행 금융실명제는 금융거래에 대한 비밀보장을 더욱 엄격하게 하고 합의차명계좌를 사실상 허용함으로써 음성자금 조성이나 돈세탁 행위를 막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도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돈세탁을 한 후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경우 은행비밀법(1970)시행과 함께 10,000달러 이상의 현금거래는 모두 당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1986년부터는 돈세탁규제법을 제정하여 돈세탁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돈세탁의 의심이 있는 거래에 대해서는 함정수사까지도 가능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선진제국도 미국과 비슷한 돈세탁규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강부총리의 말대로 금융실명제의 실시가 기업의 경제활동의 위축시켰다면 미국등지의 선진국에서는 기업활동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4. 무엇보다도 강 부총리 발언은 한보사태로 인해 재벌집단에 대한 사회전반의 비판이 가장 첨예하게 터져나오는 시점에 발표된 것으로, 마치 모든 문제가 지나친 규제에 있었고 재벌의 비생산적이고 부도덕한 경영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재벌전체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다.
 강 부총리는 “경제 살리기, 금융개혁”이라는 막연한 당위를 내세워 재벌에 대한 금융․세제상의 지원을 정당화하고 있으나 이 역시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한보사태로 드러나 재벌기업들의 방만하고 투기적인 경영행태와 부도덕하고 탈법적인 치부행위를 문제삼지 않고, ‘경제활동의욕증진’만을 내세워 각종 금융․세제상의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면 강 부총리가 역설하는 바 ‘시장경제기능이 희생되기’는 커녕 더 악화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투기는 더욱 조장되고 독과점과 불공정거래는 도리어 심화될 것이다.


 5. 덧붙여 우리는 현행 금융실명제의 개정방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현행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명령』과 그 시행령에서는 “위법행위와 관련된 재산의 합법화, 즉 돈세탁 행위” 자체는 범죄로 규정하지 않아 이에 대해 은행감독원의 행정처분 이상의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돈세탁 행위를 통한 불법비자금의 합법화를 통제하려면 돈세탁 자체를 불법화하고 위법행위와 관련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해야 한다.
 둘째, 현행 금융실명제는 합의차명계좌를 허용하고 차명계좌에 대한 정보의 금융기관 외부로의 발설을 엄격히 금지시키고 있어 사실상 금융비리를 통제할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차명계좌개설을 전면 금지시키고 금융기관은 2,000만원 이상의 금융거래에 대해서는 거래발생 후 일정기한(한달)내에 의무적으로 국세청에 신고토록 해야 한다.
 셋째, 현행 금융실명제는『대통령긴급재정명령』에 지나지 않아 범죄에 대한 구속력이나 처벌․ 양형에 제약이 심하다. 금융실명제 자체로는 금융기관 종사자에 한해 과태료와 행정처분 등을 부과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갈수록 지능화되는 금융비리의 척결을 위해서는 돈세탁방지규정이 보강된 대체입법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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