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반부패 2002-12-27   2168

[논평]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면죄부 주기’

길형보씨의 취업제한규정위반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결정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원회)는 지난 12월 23일 길형보 전육군참모총장의 한국항공우주산업(주) 대표이사 취업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논란이 되었던 ‘업무연관성’과 관련해 위원회는 ‘직접적이고 밀접한 관련이 없기’때문에 공직자윤리법 17조 1항(퇴직공직자의 유관사기업체 등에의 취업제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결정은 윤리위원회가 공직자윤리법의 취업제한 규정을 지나치게 협소하고 소극적으로 해석하고 있어 법제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육군참모총장의 업무사이에 업무연관성이 없다는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8월 길형보씨의 한국항공우주산업(주) 대표이사 취업은 전직인 육군참모총장의 직무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으므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마땅하고 이런 절차 없이 곧바로 취업한 사실을 밝히고 그를 검찰에 고발한 바있다.

참여연대의 문제제기에 대해 당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실무자는 국방부장관에게 ‘법 위반에 따른 해임 및 고발조치를 강구하라’는 취지의 답변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난 이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특별한 사정변경 없이 상반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참여연대가 주장한 근거는 크게 두가지였다.

먼저 업무연관성에 대한 참여연대의 판단이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는 퇴직전 소속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리사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으며, 취업할 경우 사전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얻도록 한”조항이다.

아울러 시행령에는 밀접한 관련성의 범위를 ‘인가, 허가, 면허, 승인, 물품구입의 계약과 관련 있는 업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공군전투기 관련 사업뿐만 아니라 육군이 사용하는 KLH(육군의 경정찰 헬기), SB(민수용 쌍방헬기), KMH(다목적 헬기) 등을 제작·납품하는 업체이다.

그리고 길형보씨는 육군참모총장 재직당시 육군의 핵심전투력 강화사업으로 추진중인 KMH(다목적 헬기)사업, UAV(무인항공기)사업을 총괄했던 장본인이다. 즉 육군참모총장은 육군의 공사 또는 물품 구입 계약 등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위로 재직시에 KMH사업 등을 총괄했으며 이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요사업내용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밀접한 업무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윤리위원회는 업무연관성이 없다며 그의 취업에 아무런 문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과연 누가 이런 판단에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는 국방부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길형보씨의 취업승인신청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위원회가 “이미 취업한 자이므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조치하라”는 통보를 하자 국방부는 태도를 바꿔 업무연관성이 없다고 다시 결론을 내렸다.

누차 지적했지만 국방부장관이 업무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위원회에 취업승인신청서를 제출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처럼 태도를 변경한 것은 길형보씨의 취업에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사후에라도 취업승인을 얻고자 했으나 위원회가 절차상의 이유-공직자윤리법은 취업승인은 사전에 받도록 하고 있다-를 들어 이를 거부하자 업무연관성에 대한 판단 권한을 갖고 있는 국방부장관이 결정을 번복해 면죄부를 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이같은 제식구챙기기 관행을 감독하고 견제해야 할 기관이 이를 합리화시켜 준 것에 다름아니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현재까지 참여연대의 이같은 주장을 반박하거나 위원회 결정의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위원회의 결정 내용 외에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고만 주장하고 있다. 위원회는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참석한 위원들 누가 어떤 근거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 없다.

각종 위원회의 주요 결정과정을 비공개하고 기록하지 않은 이유는 결정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결정은 이같은 관행의 문제점이 드러난 하나의 실례이다.

위원회의 문제뿐만 아니라 취업승인에 대한 공직자윤리법상의 헛점 역시 문제이다. 업무연관성을 퇴직공직자의 소속기관장이 전적으로 판단하도록 한 부분이다. 소속기관장의 제식구 챙기기에 대한 견제장치가 미비한 것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규정을 위반 한 경우 취업해제조치를 강구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발견해 내기란 쉽지 않다. 최근 5년동안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취업해제조치를 내린 것이 단 3건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

더구나 이번 경우처럼 소극적인 해석으로 면죄부만 주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제 이 사건은 검찰의 판단만을 남겨두고 있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판단을 주목할 것이다.

전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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