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사정기관 2012-04-06   2879

[기고] 어느 날 들이닥친 공권력, 내 삶을 짓밟아 버렸다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님의 피맺힌 절규와 고통의 기록

지난 3일 시민사회단체 대표자와 학계, 법조계 등 각계 인사들이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미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와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씨가 불법사찰 과정에서 당한 억울한 사연과 
당국에 대해 강력한 요구사항 등을 정리한 글을 직접 읽어 내려갔습니다. 인터엣 언론 <진실의길>과 함께 필자인 김종익 씨의 양해를 얻어 그 글의 전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저는 세상에서 속칭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이라고 불리는 사건의 당사자인 김종익입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저에게 들이닥친 국가공권력이 제 일상생활을 짓밟기 전까지 저는 우리 사회가 조금이나마 진보를 이루는 데 관심을 가진 평범한 일상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역사문제연구소나 민족문제연구, 정신대 할머니들에게 후원금을 내는 것으로 사회 발전에 참여한다고 생각하는 소심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었습니다. 이런 저에게 어느 날,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권력의 어두운 손길이 다가왔습니다.

처음 국무총리실로부터 회사의 대표이사직 사임과 지분 이전을 요구받았을 때, 저는 국무총리실에서 뭔가 정보에 오류가 있어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의 요구는 너무나 강력했고, 심지어 거래 기관인 국민은행을 통해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였기 때문에 저는 국무총리실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국무총리실의 오해가 해소되면 원상회복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동작경찰서의 소환을 받았을 때, 오히려 사실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저의 기대처럼 대통령 명예훼손과 회사 공금 횡령에 관한 동작경찰서의 조사는 ‘혐의 없음’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심지어 조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조차 “선생님은 참 특이하십니다. 이런 식으로 털면 안 걸리는 사람이 없는데”라고 하였고, 조사를 마친 후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다, 빨리 상실한 것을 회복하시라”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저는 원상회복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동작경찰서에 ‘정보 공개 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의 기대와는 달리 동작경찰서는 담당 경찰관을 교체하고, 결국은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사건을 검찰로 넘겼습니다. 저는 이때에도 검찰이 국무총리실의 불법 행위를 밝히고 제가 상실한 것을 회복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검찰 소환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국무총리실의 불법행위에 대한 부분은 거론조차 하지 않고, 제가 이른바 ‘쥐코 동영상’을 제 블로그에 링크한 것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기소유예 조치를 내렸습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강제에 의한 대표이사직 사임 및 지분 이전이라는 국무총리실의 불법행위가 조사 자료에 그대로 드러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는 검찰의 처사를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검찰의 기소유예 조치에 불복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언제 이루어질지 기약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을 한 지 2년 반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와 김성훈 전 장관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각계 인사 시국선언’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국무총리실의 불법행위로 삶을 파괴당한 국민의 삶을 원상태로 회복시켜 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검찰과 헌법재판소에 실망한 저는, 결국 PD수첩을 통해 국무총리실의 불법사찰과 사유재산 강탈을 세상에 고발하였습니다. 저는 저의 고발로 국무총리실에서 불법사찰에 대한 사과와 원상회복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기대와는 달리, 국무총리실의 사건 은폐 및 증거 인멸, 검찰의 축소 수사와 같은 국가공권력의 불법행위는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법원의 국무총리실 불법사찰 판결 후에도 이명박 정부는 피해자인 저에게 사과나 원상회복을 약속하기는커녕 끊임없는 이념 공세로 마치 제가 불온한 사상을 가진 자로 매도하거나 제가 참여정부의 비자금 창구였다는 당치도 않는 이유로 검찰 수사를 자행하면서 저를 괴롭혔습니다.

참여정부와 연결 고리를 찾지 못하자 정부 여당은 저를 회사 공금을 횡령한 파렴치범으로 매도하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시나리오를 만들어,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검찰이 저를 기소하였지만 1심 재판부에 의해 공소기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치 검찰은 기세등등하게 항소하여, 여전히 표독스러운 언사로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제가 겪었던 국가기관은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부도덕한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합법을 가장하여 오히려 국민의 삶을 파괴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범죄 집단이거나 범죄를 방조하는 집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최근 장진수 전 주무관의 양심선언으로 이명박 정부가 감추고 싶었던 진실은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드러난 진실을 앞에 두고도 여전히 후안무치라고밖에 할 수 없는 궤변으로 변명과 책임 회피를 일삼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저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위장 범죄 집단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최소한 범죄자를 감싸며 위로금을 주거나 불법사찰을 희석하기 위해 참여정부를 끌어들이는 파렴치한 짓을 할 것이 아니라, 국가공권력에 의해 삶을 파괴당한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피해 보상과 원상회복이라는 너무나 상식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끈질기게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어떻게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권력이 국민을 상대로 이토록 파렴치한 짓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이명박 정부는 저를 국민으로 대접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저와 제 가족은 군부 독재 시절처럼 민주주의가 모욕당하는 힘든 세월을 견디었습니다. 제 아이들은 ‘이런 나라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저 또한 야만적인 권력이 멀쩡한 시민의 삶을 파괴하는 이런 사회를 아이들에게 만나게 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아마 길거리에서 또는 지하철에서 만나는 생면부지의 시민들이 보내주신 관심과 격려가 아니었다면 저와 제 가족은 견딜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최소한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을 자행하고 그것이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큰소리치는 세상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또한 생면부지의 시민들이 저에게 보여주신 정의에 대한 열망에 보답하기 위해서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께 다음과 같은 내용을 요구합니다.

첫째,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철저한 진상 규명

둘째, 불법사찰의 피해자에 대한 원상회복과 피해보상을 통한 명예회복 조치

셋째, 공작 정치에 의한 공소권 남용이 분명한 저에 대한 검찰의 공소 취소 조치

넷째, 불법사찰의 또 다른 피해자인 국무총리실의 사찰 행위자들처럼 공무원들이 부도덕한 정치권력의 하수인이 되지 않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진정한 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합니다.

저는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하여 민주주의를 능멸하는 권력자로부터 민주주의의 참된 가치를 되찾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는지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공권력이 민간인을 사찰하고 사유재산을 강탈하는 사회가 얼마나 민주주의에서 멀어진 사회이며, 이런 야만적인 사회를 절대로 우리의 자녀들에게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시는 저와 같은 국가공권력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명박 대통령께서 용기 있는 결단을 해 주실 것을 거듭 요구합니다. 감사합니다.

2012.04.03.

김 종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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