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공직윤리 2001-06-13   1189

서울시청 출입기자는 공무원?

국민혈세로 기자들 해외 공짜취재 지원

서울시가 그동안 공무원을 대신해 해외공무를 수행하는 민간인에게 지급하는 ‘민간인 해외여비’를 출입기자들에게 편법으로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서울시는 올 한해에만 언론매체 등을 통한 시정광고, 출입 기자실 환경개선 비용과 기자실 운영비 지원, 언론인과의 간담회 등 언론 관련 예산을 13여억원이나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마이뉴스 특집판> 언론개혁, 이제는 실천이다

참여연대가 최근 2달여동안 서울시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999년과 2000년 총 5차례에 걸쳐 28명의 출입기자들에게 ‘민간인 해외여비’ 명목으로 6300여만원의 해외 취재비용을 대신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시는 올해 ‘민간인 해외여비’ 예산을 지난 해에 비해 두배나 많은 8000만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편법으로 ‘공짜 해외 취재’ 지원

서울시가 출입기자들의 ‘해외공짜취재’ 경비로 지출한 ‘민간인 해외여비’는 현행 행자부 예산편성 지침상 지방자치단체 사업을 민간인에게 위촉해 수행하는 경우 해외출장시의 여비로 민간인에게 지급되는 비용이다. 결국 서울시는 출입기자의 ‘해외취재’와 ‘공적업무’를 혼동한 셈이다.

서울시에 출입하는 기자들은 현재 총 26개사에서 나온 97명의 기자들이다. 출입기자들을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기자실 공간은 70-80여평 남짓. 휴게실과 카메라 기자실을 합한 규모이다. 물론 기자실에는 두명의 정식 공무원인 여직원이 출입기자들의 취재편의를 돕고 있다. 서울시는 출입기자들에 대한 이같은 ‘배려’와 함께 출입기자들의 해외취재 비용도 별도로 지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99년에 서울시가 민간인 해외여비 명목으로 출입기자단의 해외여비를 대신 지불한 액수는 총 2296만원. 3월에는 ’99 Metropolis 총회’ 유치 관련 대표단 동행취재 명목으로 출입기자 2명이 9박10일동안 암스테르담과 파리, 바로셀로나 등을 경유해 취재한 비용 1285만원을 전액 서울시가 지원했다. 이들 2명의 출입기자들의 항공료와 체재비는 각각 810만원과 475만원이었다.

같은 해 10월에도 서울시는 ‘제9차 국제반부패회의’ 관련 고건 시장과 동행한 기자 2명에게 9박10일간 남아공 더반에 체류하면서 취재한 기자들의 항공료(739만원)와 체재비(272만원)로 총 1011만원 전액을 대신 지불했다.

서울시는 또 지난해 2월 ‘세계 주변도시 선진분야 취재’를 명목으로 출입기자 18명에게 5박6일동안 싱가폴 등 동남아 지역의 ‘공짜 취재’ 여비 총 2500여만원을 제공하는 등 3차례에 걸쳐 24명의 출입기자에게 총 4095만원의 취재 여비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출입기자들이 해외취재를 다녀온 뒤 쓴 기사는 몇 개의 기획기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단짜리 단신 동정보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 “시정홍보 광고료로 지불했을 때 몇십배 돈 들여야”

이와 관련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기자들의 여행을 위해서 ‘민간인 해외여비를 지원했다면 편법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시정을 적극 홍보하기 위한 일이기 때문에 ‘공무’로 볼 수 있다”면서 “광고료로 지불했을 경우를 따져보니까 이보다 몇십배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몇년전에 정부 각 부처의 관행을 알아보니까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동행해 해외에 나갈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정부 각 부처에서도 우리와 비슷하게 출입기자들에게 지출하고 있었다”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슷한 실정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참여연대 납세자운동본부 하승수 실행위원장(변호사)은 “민간인 해외여비로 출입기자단 해외 취재비용을 지원해준 것은 행자부 예산편성 지침상 어긋나는 것으로 마땅히 근절돼야 한다”면서 “해외취재를 다녀와서 쓴 기사를 보면 단순 동정 보도 이상의 것이 아닌데 국민들의 혈세를 그렇게 사용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참여연대도 오늘(6월 13일) 성명을 내고 “서울시가 민간인 해외여비를 통해 시정홍보효과를 높였다고 하지만 기자 해외 보도 경비는 당연히 언론사의 몫이지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해서는 안된다”면서 “이는 예산편성지침에도 어긋나는 일로서 서울시는 부당지급 관행을 즉각 시정하고, 올 한해 예산에 편성된 민간인 해외여비를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출입기자단 지원은 여기에 그친 게 아니다. 서울시의 2001년 예산 내역서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는 기자실 환경개선 등 언론 관련 예산으로 약 13여억원 정도의 예산을 책정해놓고 있었다. 이중 기자실 운영 등의 예산만도 3000여만원에 이른다.

서울시, 취재편의제공 등 13여억원 예산 책정

서울시 공보관실의 올해 예산 93억6700만원 중 언론 관련 부분만을 간추려본 결과, 서울시는 그간 출입기자들의 해외 취재 비용으로 지불했던 ‘민간인 해외여비’를 지난해보다 2배 많은 8000만원을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1000여만원은 지난 5월 고건 시장이 디지털 미디어 시설 투자유치차 미국에 방문할 때 수행취재했던 4명의 기자들에게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또 홍보관리 예산 중 8억3696만원을 ‘언론매체 등을 통한 시정광고’비용으로 책정하고 있었고, 주요시책 보도업무 추진비로 1억여원의 예산을 사용할 예정이다.

순수하게 기자실에 사용될 예정인 기자실 운영비와 환경개선 예산은 2762만원으로, ‘출입기자 명단 작성 및 배포’ 비용(300만원), ‘전입기자단용 시정안내책자’ 발행 비용(330만원), 시정홍보유공자 기념품 구입(330만원) 등이었으며, 기자실의 ‘침구류 구입’과 ‘세탁비용’으로도 각각 90만원, 150만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기자실에는 두명의 정식 직원이 출입기자들의 취재편의를 돕고있고, 팩스와 전화 요금 등은 총무부에서 통합 관리하고 있어 서울시가 기자실 운영비에만 사용하는 비용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8억여원의 시정광고는 공고와 모집 광고 등이 포함되는 돈이어서 기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비용은 아니다”라면서 “일간신문과 주간지 구독, 연합뉴스 수수료 역시 기자들을 위한 예산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 의회도 올 한해 의정활동 홍보 활성화 예산으로 5억8천여만원을 책정했으며,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민간인 해외여비’란 명목으로 2000만원을 출입기자들의 의회 홍보 해외보도출장비로 지원할 예정이다.

전국언론노조연맹 최문순 위원장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시설에는 당연히 유지 비용이 책정돼야 하지만 외국의 공개적인 브리핑룸이 아닌 현재와 같은 폐쇄적인 기자실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기자실은 빨리 공개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위원장은 또 “기자들의 해외취재 비용을 서울시가 대신 지불한 것은 결국 기자들이 놀러가는 비용을 대준 것”이라면서 “국민의 세금이 함부로 쓰여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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