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인사 2008-12-29   1580

[칼럼]고위공무원 일괄사표 제출과 부메랑 효과


송석휘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 조교수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경제, 사회적 어려움과 국가 간 무한경쟁은 공직사회 및 공직자에 대해 새로운 역할과 기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공직사회에 대한 쇄신 노력은 공직사회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인 할 수는 없지만, 공직사회에 대한 즉흥적이고 무원칙한 인사방식의 도입은 오히려 공직사회가 안고 있는 부작용의 깊이와 외연을 더욱 확장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국정운영의 혼란과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치밀하고 체계적이며 종합적인 접근방식이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중앙부처를 포함하여 공기업, 지방정부 등 공직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고위공무원 일괄사표 제출이라는 인사 쓰나미 현상은 즉흥적이고 무원칙한 공직사회 쇄신의 대표적 사례로서 효율적 국정운영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오히려 다음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전면적으로 재고되어야 합니다.   
 
공직인사에 있어 무원칙한 인사 관행의 확산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는 법이나 규정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사원칙의 준수는 공무원들이 정권의 교체와 관계없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공직수행이 특정인이나 특정계층에 편중되기보다는 전체 국민들의 편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무원 인사원칙의 근간으로 간주되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고위공무원에 대한 일괄사표제출이나 명예퇴직 권고는 공무원 인사 관련법이나 규정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공직사회에 무원칙한 인사 관행을 가져 올 수 있습니다.
 
혹자는 공직사회의 혁신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고 공무원 신분보장보다는 공무원들의 일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법치국가의 근간인 법이나 규정에 기반을 두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는 이번 조치는 그 필요성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공직인사에 있어서 법치주의의 근간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무원칙한 인사를 공직사회의 전방위로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사권자나 정권에 대한 충성경쟁의 초래 및 정책혼란의 심화


혹자는 현재의 인사쇄신을 두고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인사제도가 전문성과 중립성을 근간으로 하는 기존의 직업공무원제에서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공직을 하나의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엽관제로 후퇴하는 게 아닌가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고위공무원에 대한 일괄사표제출이나 명예퇴직 권고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직인사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엽관제의 악몽이 중앙부처를 포함해서 전 공직사회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직부문의 인사제도가 과거로 회귀하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엽관제의 확산이 가져오는 폐해는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법이나 규정보다는 인사권자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인사기준이 되므로 공직자들은 공익이나 국민들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인사권자나 정권을 향한 끝없는 충성경쟁을 강요하게 됩니다.
 
두 번째로는 공직부문에서의 충성심 경쟁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인사권자나 정권에 대한 관계성 강화에 모든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행정서비스의 질과 행정부문의 경쟁력을 현저하게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무엇보다도 공직사회의 안정감을 급속히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국가운영의 근간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이나 인사권자의 의중을 좇게 되고 이러한 부작용이 인사권자에 대한 선거가 이루어지는 4년이나 5년을 주기로 반복되어 공직사회 전체가 조직의 안정감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무원칙한 인사는 업무수행능력이나 국정운영 철학이 일천하여 끊임없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몇몇 장관들의 정책혼란을 한층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무사 안일한 업무태도의 조장


현재의 인사쇄신이 표면적으로는 공직사회의 일하는 분위기 조성과 함께 국정 주요과제의 원활한 수행이라는데 목적을 두고 추진되고 있습니다만, 일괄사표 제출과 명예퇴직 권고라는 충격요법은 공무원들에 대한 동기부여 방식 중 “下手 중의 下手”방식의 전형으로서 공무원들에게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자발적인 국정운영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공직사회의 일하는 분위기 조성과 함께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공직사회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데 일괄사표 제출방식이라는 구태의연하고 강압적인 현재의 동기부여 방식은 下手 중의 下手의 동기부여방식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공무원 인재관리 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금의 일괄사표 제출방식이나 명예퇴직 권고가 공직사회의 긴장감 조성을 통해 현 정권이 추진하는 여러 가지 정책들에 대해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크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무원들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능동적이고 자발적이며 창의적인 업무수행태도를 갖기보다는 현재의 강압적인 분위기를 모면하고 당연히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 대한 책임성을 회피하기 위하여 보다 소극적이며 수동적이며 시키는 일만 하는 무사 안일한 업무태도로 회귀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됩니다.

물론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강요된 성과평가시스템을 도입하고 평가결과에 따른 인사원칙의 도입을 천명하고 있습니다만, 강요된 성과평가시스템의 확산은 오히려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무사 안일한 업무태도를 고착화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 대신에 평가규정이나 평가결과 및 평가자에 대한 책임성만을 강요하는 업무수행태도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공직자에 대한 신뢰의 상실과 책임 떠 넘기식 인사의 전형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제, 사회적 혼란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책실패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되 정책전문가들에 대해 인사권자의 무한신뢰가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고위공무원에 대한 일괄 사표제출방식은 정책실무진들에 대한 인사권자의 불신과 함께 정책실패의 책임을 정책결정자보다는 실무진에게 묻는 책임 떠넘기기식 인사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책임떠넘기기식 인사는 공직자들로 하여금 자발적이고 능동적이며 진취적인 업무수행보다는 소극적이며 수동적이며 시키는 일만 하는 무사 안일한 업무수행태도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정책실패에 따른 정책결정자의 용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아쉬운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최고인사권자가 몇몇 정무직에 보여주고 있는 무한신뢰와 대조적으로 현 정책실패의 책임을 고위공무원에게 묻는 이중적이고 책임 떠 넘기기식 인사의 전형이라는 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위기극복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사로부터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특히, 공공부문 및 민간부문을 막론하고 인사에 있어서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인사원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인사의 절차와 내용에 따라 태산을 옮기는 일과 같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일수록 좀 더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인사원칙이 강조되는 이유는 인사의 절차와 내용이 위기극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무원칙하고 즉흥적이며 책임전가식 인사보다는 국민들의 마음과 공무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공평무사하며 혜안을 가진 공직인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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