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인사 2008-03-06   1719

고위공직자 인선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이 글은 참여연대가 주최한 ‘이명박정부 고위공직자 인사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강원택 교수(숭실대 정치외교학,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가 발제한 내용입니다.

1. 들어가는 말


내각의 장관 등 고위 공직자의 인선에 대한 원칙은 통치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내각제에서는 정당이라는 집단의 지배이므로 통치는 수상 직을 맡게 되는 정당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정당이 집단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수상의 역할을 두고 ‘여러 동등한 각료 중 선임자 (first among equals)’, ‘여러 다른 각료보다 우위에 놓인 선임자 (first above equals)’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내각제의 수상을 부르는 것은 내각제가 집단의 지배임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비해 대통령제에서 통치에 대한 위임은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내각 구성이나 참모진은 모두 대통령의 통치를 돕기 위한 보조적인 의미를 갖게 되며 그 구성의 권한 역시 대통령에게 모두 위임된다. 따라서 장관들은 대통령이 선거에서 국민들에게 행한 공약과  통치 원칙을 정책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 결정과 집행의 역할을 대통령으로부터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내각이나 참모는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해야 하고 대통령의 의중을 잘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즉 대통령 개인의 내각인 셈이다. 대통령의 내각이나 참모 인선은 이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코드 인사’나 선거 공신에 대한 ‘전리품 배분’의 속성을 원천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이와 같은 개인적인 공직 임명의 권한은 대체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제약을 받고 있다. 첫째는 대통령의 직의 특성이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head of government)이라는 특성과 함께 국가 원수(head of state)라는 두 가지 직책이 동시에 주어진다. 행정부의 수장이라는 측면에서는 국가 정책의 방향을 권력을 차지한 세력이 책임을 지고 결정할 수 있다. 대통령의 뜻과 생각을 공유하는 ‘코드 인사’가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가 원수로서의 대통령은 국가 통합의 상징이다. 계층이나 지역, 학벌 등 사회 내 여러 갈등 요소 가운데 어느 한 쪽만을 일방적으로 대표하거나 그 사람들로서만 권력을 채워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두 번째는 아무리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측근이라고 해도 역량이 되지 않거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공직에 앉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공직자의 자질을 검증하려는 원칙이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와 같은 말은 동양에서 공직을 맡는 이의 자질에 대한 하나의 전범이 되어 온 것이다.  미국에서는 과거 엽관제(spoils system) 하에서 노골적인 매관매직과 같은 부패현상도 나타났고 공직 취임 이후에도 사적 이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한 편파적 결정 등이 나타나면서 이를 해결하는 위한 노력이 이뤄졌다. 그 하나는 능력에 의한 임용(merit system)의 강화와 함께 정무적으로 공직을 맡을 이들의 자질을 사전에 검증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처럼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직자의 자질에 대한 공적인 검증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항상 고위 공직자 인선이 이뤄질 때마다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증 절차도 조금씩 발전되어 왔다.


그러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이뤄진 내각이나 참모진 등 고위 공직 인선은 여러 가지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노정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고위 공직 인선에 대한 제도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문제점과 원인에 대해 살펴보고 그 개선책에 대해서 논의하기로 한다.


2. 이명박 정부 첫 인선의 문제점


민주화 20년 이후 변화된 상황 속에서 국가를 이끌게 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매우 높았다. 실용과 경제로 요약되는 이명박 정부의 화두는 권위주의 체제의 유산 정리와 정치개혁이 강조되었던 이전 여러 정부와 뚜렷이 구분되었고 경제적 어려움이나 실생활과 관련된 고충이 해결될 것으로 보았다. 이 때문에 2007년 12월 26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84.1%, 2007년 12월 31일 미디어 리서치 조사에서는 84.7%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8년 3월 3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49.1% (경향신문-현대리서치), 49.4% (한겨레-리서치플러스)로 지지율이 급감했다. 이러한 지지율은 비슷한 시기에 조사된 이전 대통령의 취임 초기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비율이다.


이렇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내각 인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표 1>은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이명박 정부 내각 인선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다. 긍정적인 평가는 경향신문 조사에서 35.6%, 한겨레신문 조사는 32.7%로 나타났으며, 부정적인 평가는 경향신문 조사에서 49.8%, 한겨레신문 조사에서 51%로 나타났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두 조사에서는 매우 유사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즉 전체 국민의 절반 정도는 이번 인선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전체 국민의 1/3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내각 인선은 사실 사전 검증만 제대로 했더라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미리 막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만큼 이번 인선 파문은 이명박 정부가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을 활용하지 못했거나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순히 검증 시스템의 문제를 넘어 이번 내각 인선 파문은 국민과 정치를 바라보는 이명박 정부의 인식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단순히 기존 검증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잘못이라는 수준을 넘어 근본적인 가치와 시각의 오류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내각 및 청와대 참모 인선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하나씩 짚어가며 살펴보기로 한다.



(1) 관행의 무시와 도덕성 문제


취임 초기부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이렇게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된 것은 첫 내각을 담당할 장관 후보자들이 도덕성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화 20년을 거치면서 장관 등 고위 공직자의 인선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이 이뤄지면서, 부동산 투기, 자녀 이중국적, 세금 포탈, 논문 표절, 음주 운전, 기타 도덕성 훼손 등은 그러한 고위 공직을 맡기에는 부적격의 기준이라는 관행이 사실상 확립되었다. 물론 당시에는 정치적 공세의 측면에서 야당이 적극적으로 제기한 문제점이지만 이는 고위 공직자가 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국민적 공감을 받았다.  


그래서 그동안 적지 않은 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이 이러한 요건에 걸려 낙마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박희태 (법무장관, 자녀 이중국적), 박양실 (보건사회부 장관, 부동산 투기), 허재영 (건설부 장관, 재산형성과정), 김상철 (서울시장, 그린벨트 훼손) 등이 지명 후 곧바로 물러나야 했고, 김대중 정부 때도 주양자 (보건복지부 장관, 부동산 투기), 오장섭 (건설교통부, 부동산 변칙거래), 송자 (교육부총리, 자녀 이중국적), 장상 (국무총리, 부동산 투기), 장대환 (위장전입), 이헌재 (재경부 장관, 부동산 투기) 등으로 물러났다. 노무현 정부에 와서는 강동석 (건교부 장관, 부동산 투기), 최영도 (국가인원위원회 위원장, 부동산 투기), 이기준 (교육부총리, 자녀 이중국적), 김병준 (교육부총리, 논문 표절) 등이 물러났다. 


이처럼 여러 총리나 장관 지명자들이 낙마하게 한 요건들은, 법적 강제는 없다고 해도, 관행상 이제 국민들에게 고위 공직자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도덕적 조건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와 같이 지난 20년 간 축적되어 온 정치적 관행을 무시했고, 그 결과 여러 가지 면에서 국민들의 정서나 기대와 상당히 떨어져 있는 인물들로 새 내각을 채웠다. 언론의 간단한 검증만으로도 새 내각의 적지 않은 인물들이 부동산 투기에 간여한 의혹이 짙고, 자녀 이중국적의 의혹, 논문 표절의 의혹 등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도덕적 결함에 때문에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 그리고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 등이 낙마했고, 또한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등은 표절 등 이유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이라는 측면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하면서 여론의 비난을 받고 낙마하게 된 것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커다란 실망감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도덕성 불만이 인사파동의 원인이라는 응답이 <표 2>에서 보듯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자기희생과 도덕적 엄격함은 규범적으로 당연히 강조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이제 부동산 투기 등 그동안 장관 낙마의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관행으로 축적되어 간다는 점이다. 즉 국민의 눈에 보편적인 판단의 잣대로 계속해서 활용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이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과거 야당 시절 고위 공직자 임명에 있어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고 강요했던 한나라당이 집권하자마자 그러한 원칙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그러한 원칙은 국민들에게는 하나의 관행으로 이미 자리 잡은 것이어서 어느 정당이 권력을 잡는다고 해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과거 한나라당이 장관 인선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낙마까지 시킬 때 국민들이 거기에 동조했던 것은 정파적인 차원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했기 때문이 아니라 높은 도덕적 기준을 제시한 한나라당의 행동이 보편적으로 수용할 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권하자마자 한나라당이 과거와는 다른 이중적 잣대를 보이는 것은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는 또한 정당 정치의 책임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비판받을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제한된 인재풀과 정치적 소외


앞서 지적한 대로, 대통령제에서는 기본적으로 ‘코드 인사’가 불가피하다. 대통령의 뜻을 받아 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대통령의 뜻을 이해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인사가 내각과 참모진에 합류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뜻을 같이 한다는 것과 인재 등용의 풀(pool)을 제한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고ㆍ소ㆍ영 S-라인’이라는 말로 규정되고 있다. 고려대 출신, 소망교회 출신, 영남 출신, 서울시청 출신 등을 의미하는 이 용어는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적 연고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고위 공직이 구성된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과의 개인적 연고를 중심으로 한 매우 편협한 인재풀에 기반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 선거 때 자신을 도운 이들에 대한 논공행상의 성격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편협한 인사의 등용은 거기에서 벗어나 있는 사회적인 여러 계층들을 정치적으로 소외시키고 있다. 고려대 인맥이 강조되면 다른 대학 출신들은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고, 소망교회가 강조되면 될수록 불교 등 다른 종교에서는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영남 출신이 강조되면 호남, 충청 등 다른 지역 출신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즉 학연, 종교, 지역이라는 범주에서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고위 공직 인선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소외시키고 있다.


더욱이 처음 임명한 장관들의 재산이 평균 39억 원이 넘고 집도 두 채 이상인 최상류층만으로 내각이 구성되었다. 이들이 설사 역량이 매우 뛰어난 인물들이었다고 해도 이는 정치적으로 매우 부적절한 선택이었다. 부동산 투기 등 도덕성 문제가 제기되기 전부터 이들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1%’ 내각이라는 비아냥 섞인 표현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1%’라는 표현 속에서는 상대적 소외감이나 불만을 갖는 99%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부자들이 과연 일반 서민들의 생활이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치적으로 본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내각 인선을 통해 학연, 지역, 종교에 이어 사회 계층적으로도 소외감을 갖게 한 것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대통령은 국가 통합의 상징이다. 더욱이 지역주의 분열이 정치적으로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고, 사회 양극화가 많은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한 쪽으로 경도된 인사는 많은 이들을 정치적으로 소외시킬 수밖에 없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정치적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났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처럼 편향된 인사를 ‘과감하게’ 행할 수 있는 것은 오만하다고 할 만큼 지나친 자신감에 기초한 것 같다. 즉 판단의 실수나 잘못 때문이라기보다 이명박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의 잘못된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가 워낙 인기가 없었고 정책에 대한 실망감도 컸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은 사실 2007년 이전부터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대선에서도 지지율에서 계속 선두를 유지했고 결국 커다란 차이로 압승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과 측근들은 노무현 정부는 무능하고 무지하고 잘못으로 가득한 반면, 이명박 정부는 유능하고 우월하고 무엇이든 다 옳다는 식의 사고에 빠져 드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그러나 과거 김영삼이나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미리 언론에 후보자들의 명단을 흘려 여론의 분위기를 살피기도 했다. 그만큼 내각 인사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중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지나친 자신감 때문인지 이와 같은 정치적 고려가 부족했다. 편향된 인사뿐만 아니라 여론의 반응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 오만이 인사 정책의 실패를 불러온 것이다.


(3) 철학, 가치관 고려의 결여


대통령제에서 장관은 대통령의 통치 철학을 받들어 맡은 행정부서의 정책 집행을 관장하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정책의 방향이나 정책의 우선순위는 장관 개인의 선호나 가치관에 따라 커다란 차이를 낳을 수 있다. 누가 해당 부서 장관이 되느냐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초미의 관심이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장관 후보자가 어떤 정책적 선호도와 가치를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을 장관 지명 이전에 국민이 알고 있어야 향후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점은 경제 관련 부서나 외교, 통일 관련 부서에도 중요하지만 이 분야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큰 틀이 제시되므로 대략적인 정책의 방향은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장관의 소신이나 가치가 보다 중요한 것은 오히려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를 보호하거나 정책적인 배려를 위한 부서의 장관들이다. 예컨대, 여성부, 노동부, 보건복지가족부, 환경부 등이 여기에 해당되는 부서일 것이다. 이들 부서는 여성이나 노동자, 혹은 사회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약자들을 정책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기능을 갖는다. 무분별한 개발 속에 보존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환경 문제 역시 이러한 범주에 포함될 것이다. 이와 같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부서를 책임지는 장관은 과연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고 추구하는 세계관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장관 지명자의 가치관이나 철학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이들 부서의 책임자를 임명하기 전에 최소한 이들의 생각과 가치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첫 인선은 여성부 (이춘호), 환경부 (박은경), 보건복지가족부 (김성이), 노동부 (이영희)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담당해야 할 부서의 책임자들이 모두 검증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다시 말해 이명박 대통령의 인선이 너무도 기능적이고 행정적인 측면에서만 장관 인선을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인선 파문이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긴 이유도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이 특히 사회적 지원과 정책적 배려를 수행해야 할 부서의 책임자로 임명되었다는 사실과 커다란 관련을 갖는다. 더욱이 시장, 성장, 효율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들 부서는 상대적으로 대통령의 관심이나 정책적 배려가 소홀해 질 수 있는 노동, 복지, 환경, 여성 분야를 담당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대통령의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사회 집단의 상대적 소외감을 최소화하고 이 분야와 관련된 국민들을 달랠 수 있는 인물의 선정이 중요했지만, 그러한 진지한 고려가 따르지 못했다.


(4) 정치인의 임용 부재


이번 인선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내각에 정치인의 임용이 적다는 점이다. 그 이전까지는 국회의원이 현직을 유지하면서 내각에 참여한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에서 정치인의 내각 임용이 줄어든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을 도운 정당 쪽 주요 인사들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내각과 참모직을 고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여의도식 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인 충원 자체를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집권당의 의원이 내각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검증의 문제이다. 국회의원들은 우선 선거라는 기본적인 검증의 절차를 밟아 공직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소속 정당의 공천과정에서부터, 본 선거에서는 중앙선관위, 언론, 경쟁 후보, 시민단체가 국회의원 후보자의 경력이나 도덕성에 대한 검증을 행하게 된다. 완전하지 않다고 해도 상당한 검증의 절차를 이미 거쳤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도덕성 검증뿐만 아니라 정치력이나 업무 파악, 처리 역량에 대해서도 검증을 거친 이들이다. 이들의 활동은 의정 활동을 통해 동료 의원이나 당 지도부 혹은 언론이나 관료 집단에 의해 일정하게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력이 있는지, 조직 장악력을 갖췄는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있는지 여러 분야에 대한 평가가 당내에서나, 정치권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둘째, 전문성과 관료 장악에도 오히려 유리한 점이 많다. 아무리 그 분야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외부 인사는 정책적으로 문제가 되는 현안에 대해 상세히 알 수는 없다. 이번 인사 청문회에서도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현안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데서 알 수 있듯이 아무래도 현안을 직접 다루지 않은 외부 인사가 처음부터 그 사안의 핵심을 꿰뚫고 있기는 쉽지 않다. 물론 관련 분야 전문가인 만큼 얼마 지나지 않아 정책 현안에 익숙해지기는 하겠지만 우리나라 장관의 임기는 그다지 길지 않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점이다. 1년 가량, 길어야 2년 정도 장관으로 재직한다는 것은 부서 현황을 파악할 만하면 퇴임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재임 기간의 대부분을 해당 부서 관료 집단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관료 조직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비해 국회의원은 상임위원회 활동을 통해 해당 부서의 업무를 상당히 파악할 수 있다. 2년마다 해당 상임위를 교체하기는 하지만 만약 재선의 한 의원이 한 상임위에서 8년을 활동했다면 그 부서의 활동이나 내부 조직의 현황에 대해서 그 의원만큼 제대로 알고 있는 인물도 없을 것이다. 정책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조직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부처 내 인맥이나 세세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그런 만큼 해당 부서 장관으로 가면 빠른 시일 내 조직 장악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 출신 장관이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3. 결론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첫 인선에 대한 문제점을 네 가지로 나눠 살펴보았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당청 간의 협조의 부족도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대통령과는 달리 정당은 여론의 향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으며 더욱이 지금은 곧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내각 인선 과정에 당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었다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각 선정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정치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도덕적으로 국민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을 내각에 앉히는 일은 정책의 추진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정부의 권위도 실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증 과정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은 지금이라도 과감히 교체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 출범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향후 고위 공직 인선 과정에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고르기 위한 보다 진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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