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기록개혁 2004-06-02   1396

[기록이 없는 나라 ③-2] 통일부 “국감하겠다는 거냐” 거부

이번 설문조사 대상에 오른 각 행정기관은 “도대체 왜 하는 것이냐”며 설문조사 이유를 거듭 물어왔다. 기관별로 기록물의 생산→보존→폐기에 이르는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도, 상당수 기관의 공무원들은 “꼭 해야만 하느냐”, “기사는 어떤 방향으로 쓰려고 그러느냐”며 내키지 않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최초 설문 대상 53개 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답변 불가’라는 회신을 보내온 곳은 국가정보원이었다. 지난달 12일 이메일을 통해 보낸 설문조사를 받아본 다음날 국정원 공보과는 취재팀에게 전화를 걸어와 “보안문제와 관련된 사항이 많아 설문에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법원행정처와 육·해·공군 등 나머지 6개 특수기록물관리기관도 “기록관리 시스템 자체가 일반 행정기관과 달라 조사내용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 등으로 답변에 응하지 않았다.

18개 장관급 부처 가운데 유일하게 통일부가 답변을 거부했다. 통일부 측은 “국정감사를 하겠다는 거냐”며 반문한 뒤 “설문내용이 지나치게 세밀하고 너무 많은 걸 요구해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역 시·도 등 지방 자치단체가 답변지를 비교적 일찍, 그리고 성실하게 작성해 보내온 데 반해 청와대와 법무부 등 ‘힘 있는’ 기관들은 답변을 늦게 보내왔다.

설문 문항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정확한 답변을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답변지가 회신된 뒤에도 제2, 제3의 추가 통화를 거듭한 뒤에야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기록물관리 담당 직원이 대부분 1∼2년 만에 자리이동하는 탓에 전문성이 떨어진 데다 서무 등 다른 업무를 겸직하고 있어 자신이 속한 기관의 기록물 업무 자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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