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기록개혁 2004-06-03   1814

[기록이 없는 나라 ④] ‘부끄러운 기록’ 없애버려

94∼03년 국가주요기록 100건 조사

<참여연대-세계일보 공동기획>2003년 8월 대법관 제청 파문으로 촉발된 사법파동과 관련, 소장 법관들의 집단 건의서를 대법원이 불과 며칠 만에 없애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태정 검찰총장의 사임을 요구했던 소장 검사들의 ‘연판장’ 파동(1999년) 문서와 ‘이용호게이트’와 관련된 법무부의 대국민사과문(2001년)도 사라졌다.

[기록이 없는 나라④-3]”기록 사유화는 권력의 사유화”

[기록이 없는 나라④-2]’자료 빈국’ 오명…최대 피해자는 국민

[기록이 없는 나라④-1] 행정정보공개청구 해보니

이와 함께 씨랜드 화재참사(99년), 52개 부실기업 퇴출결정(2000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95년) 등 최근 10년간 발생한 주요 사건·사고에 대한 국가기록이 상당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가 국가기록원을 상대로 1950년부터 93년까지 150건의 기록 보존실태를 조사한 데 이어 94년부터 2003년까지 주요 국가기록 100건에 대해 지난달 42개 국가기관을 상대로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24건의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0년도 지나지 않은 기록 10건 중 2건이 사라진 것이다.

또 29건은 기록공개를 거부(22건)했으며, 공개기간 연장(5건)을 요구하거나, 확인이 안 된다(2건)고 답했다. 세계일보가 공개를 요청한 기록들은 대부분 과거 부처나 기관에서 공식 발표, 특별히 공개를 꺼릴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들 기록이 없거나 남아있더라도 기록 활용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대법원과 검찰의 기록 관리인식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사법파동 직후 소장판사들의 집단건의서를 폐기했고, 검찰은 지난해 보존기간(3년) 만료로 연판장 파동 관련 문서를 폐기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적용된 공공기록물관리법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건과 사고는 영구문서로 보존토록 규정하고 있다”며 “당시로 보면 위법은 아니지만 역사적 가치가 큰 문서를 함부로 폐기한 것은 수준 이하의 기록관리 의식을 드러낸 셈”이라고 말했다.

삼풍백화점 붕괴(행정자치부)와 씨랜드 화재참사(경기도) 기록은 우리 정부의 안전 불감증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자료가 없었다.

또 정부가 1개 시·도에 국한해 카지노 영업허가를 제한없이 허용한다는 기록(94년)은 경찰청, 교통부, 문광부 등 여러 부처를 떠돌다 사라졌고, 이순신 장군 묘지 등에서 발견된 쇠말뚝 사건(99년)은 당시 문화재청에 구두로만 보고돼 기록 자체가 없었다. 공업용 기름을 식용으로 둔갑시킨 사건(96년·식약청) 기록도 폐기됐고, 신종 에이즈 바이러스 발견(2001·보건복지부) 기록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대부분 기관들이 기록 보존보다는 행정의 효율성에 우선해 기록물을 관리하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삼풍사고’나 ‘씨랜드 참사’와 같이 반드시 보존해 후세에 교훈으로 삼아야 할 기록들을 3년 이내에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사 어떻게 했나>

세계일보는 주요 사건 연감(年鑑)과 일지를 포함해 매년 언론사가 보도하는 10대 뉴스를 대조, 1994∼2003년의 주요 정부정책과 대형 사건·사고 기록 100건을 선정, 지난달 12∼13일 국가기관 42곳에 행정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주요 기록이 아직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은 10년간을 기준으로 했다. 취재팀은 국가기관에서 보내온 정보공개 결정통지문을 바탕으로 확인작업을 벌였다. 해당 업무 담당자에게 기록의 보존 유무도 재차 확인했다.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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