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경찰감시 2011-09-21   4441

경찰의 마구잡이 채증, 그 위법성을 따진다

 지난 9월 3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채증사진을 잘 찍은 경찰관을 뽑아 포상을 하고, 채증사진 전시회까지 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이 집회·시위 현장 채증 사진을 찍은 경찰관 중 6개월에 한 번씩 사기 진작 차원에서 ‘베스트 포토그래퍼’를 선정해 포상하고 있고, 지난 7월에는 서울지방경찰청 내부에서 채증사진 전시회까지 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채증사진과 동영상은 기소시 증거자료로 제출하여 혐의를 입증한다는 본래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채증자료를 외부의 사진전문가에게 유출시켜 콘테스트의 대상으로 전락시켰습니다. 게다가 비록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고 하나 일반인도 드나들 수 있는 서울청 내부에 공개하여 전시회까지 열었습니다. 이처럼 수사상 기밀인 채증자료를 외부인에게 누설하는 행위는 피의자의 명예를 부당하게 훼손하며 수사기관의 범죄수사 기능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형법의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범한 것입니다. 또한 개인정보의 처리를 행하는 공공기관의 직원 등이 직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는 등 부당한 목적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행위이기도 합니다.

 

 한편, 반값등록금 집회와 관련하여 지난 6월 10일 체포되었던 김준한 씨(서강대 총학생회장, 한대련 산하 서대련 의장)의 경우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경찰 측에서 보관하고 있는 본인의 사진만 시디(CD) 한장 분량이고, 이 중에는 청계광장을 걷고 있는 사진, 광화문역 앞에 서 있는 사진 등 집회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진과 동영상도 상당수 있었음을 확인한바 있습니다.

 

 범죄수사시 증거 수집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진 등의 촬영은 상대방의 프라이버시권과 인격권, 초상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합니다. 다만, 대법원은 그 예외로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현재 범행이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이고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에 의하여 촬영을 한 경우는 영장이 없더라도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9.9.3. 선고 99도2317 판결).

 

 이러한 대법원의 기준에서 보더라도 김 씨의 채증 자료 중 집회가 시작되기 이전이나 하나의 집회를 마친 이후 다른 집회 현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찍은 것은 명백히 위법한 행위입니다. 명백히 범죄가 아닌 김 씨의 행위를 본인의 동의를 얻지 않고 촬영한 것은 형법의 직권남용죄를 범한 것입니다. 게다가 현행 집시법이 미신고집회나 금지통고된 집회의 주최자가 아닌 단순참가자에 대해서는 처벌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회 주최자가 아닌 김 씨와 같은 단순참가자에 대한 경찰의 채증은 범죄가 아닌 행위를 촬영하는 것으로써 명백히 직권남용죄를 범한 것입니다.

 

 위 사례들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무분별한 채증으로 인권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경찰이 이런 비판을 전혀 개의치 않고 있음은 물론, 오히려 적극 독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에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안기구감시네트워크(공감넷)와 김준한 씨는 21일 서울지방경찰청 이성규 청장과 정보1과장을 직권남용, 비밀누설죄 및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처벌할 것을 요구하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같은 날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마구잡이 채증은 시민 감시이며 사찰이고 인권 침해”라며 “경찰의 도가 넘은 채증에 대하여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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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채증전시회 및 불법채증에 대한 고소고발 기자회견



◇ 일시 : 2011년 9월 21일(수), 오전 11시
◇ 장소 : 서울지방경찰청 앞 (서울 종로구 사직로)
◇ 주최 : 공안기구감시네트워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포럼 “진실과 정의”, 한국진보연대]

◇ 순서
 ● 사회 및 경과보고 :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 채증 피해 사례 보고 :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 한대련 산하 서대련 의장)
 ● 고소고발 내용 개요 : 이광철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 규탄 발언 : 장정욱 (참여연대 간사)
 ● 기자회견문 낭독 :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기자회견문>

경찰의 마구잡이 채증, 그 위법성을 따진다

 

도를 넘어섰다. 지난 9월 3일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경찰이 채증사진을 잘 찍은 경찰관을 뽑아 포상을 하고, 채증사진 전시회까지 연 것으로 드러났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무분별한 채증으로 인권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경찰이 이런 비판을 전혀 개의치 않고 있음은 물론, 오히려 적극 독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오늘날 경찰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각종 첨단 카메라로 무장하고 당연한 듯이 채증하고 있다. 이들은 떳떳이 이름과 직책을 밝히지 않는다. 때로는 제복도 착용하지 않은 채 시위대나 취재진 틈에 숨어 은밀히 채증하기도 한다. 경찰은 사법 처리의 대상이 아닌 허가된 집회 시위나 단순 참가자마저도 그 대상으로 삼아 광범위한 채증을 해 왔다.

 

오늘 소송에 이르게 된 고소인의 경우에는 반값등록금 집회 참가 과정에서 채증된 본인의 사진만 시디(CD) 한장 분량이었고, 이 중에는 청계광장을 걷고 있는 사진, 광화문역 앞에 서 있는 사진 등 집회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진과 동영상도 상당수 있었다. 이 정도에 이르면 채증은 범죄 수사를 위한 증거 수집이라는 경찰의 직분을 넘어선다. 마구잡이 채증은 시민 감시이며 사찰이고 인권 침해이다.

 

범죄 수사를 위한 증거 수집 차원에서 채증하는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 때문에 대법원은 “현재 범행이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이고,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에 의하여 촬영을 한 경우”에 한하여 영장 없는 촬영을 인정하였다. 그런데 현재 경찰의 무분별한 채증은 이러한 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더구나 경찰이 범죄 수사를 위하여 채증한 것이라면 그 사진 및 동영상을 수사자료로써만 제한하여 사용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포상을 한다는 명목으로 외부인에게 공개하고 전시회까지 개최하다니, 이것은 몰상식을 넘어선 명백한 위법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이에 오늘의 고소고발은 경찰의 마구잡이 채증과 포상 및 사진전의 위법성을 따지고자 한다. 우리는 경찰의 도가 넘은 채증에 대하여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 또한 채증에 대한 법적 통제가 올바르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경찰은 지금이라도 마구잡이 채증을 즉각 중단하라!

2011년 9월 21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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