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05-12-06   1450

<안국동窓> 백지신탁제도가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든다?

참여연대가 지난 1일, 백지신탁제도 시행과 관련해 그 대상자를 파악해 발표한 것과 관련해, 문화일보는 2일자 사설을 통해, 이 제도가 자칫 반자본주의의 악법으로 빗나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참여연대가 3,000만원을 초과하는 주식에 한해서만 백지신탁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이해충돌을 규제하고자 하는 법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며, 액수를 하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법시행 열흘 만에 재개정 논란을 제기하는 의도로 판단한다며, 이럴 경우 공직자들에게 공직과 재산의 택일을 강요함으로써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참여연대는 문화일보의 이같은 주장이 백지신탁제도에 대한 몰이해에서 기인하며, 나아가 백지신탁제도가 몇몇 특정 정치인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이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에 방어막을 치기 위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도 동의했듯이 백지신탁제도는 ‘이해충돌의 개연성을 최소화 하자’는 취지로, 주식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공직자가 그 직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백지신탁제도 시행에 있어 그 핵심이랄 수 있는 직무관련성에 대한 해석에 있어 신탁심사위원회가 자의적 법해석을 할 수 있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 역시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화일보는 이 제도를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이 아닌, 대상이 되는 공직자의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우선 문화일보는 백지신탁제도를 공직과 재산의 택일을 강요함으로써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지나친 단순화이거나 아니면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백지신탁제도는 직무와 관련이 있는 주식을 갖지 말거나, 설령 갖게 되더라도 당사자가 이를 알지 못하게 함으로써 영향력 행사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것이다.

수없이 반복하지만, 이는 직위를 이용한 부당한 부의 축적을 막고자 하는 것이지만, 그 근원에는 이해충돌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공직자가 공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공직자를 신뢰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공직을 맡길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제거해 궁극적으로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다른 아무런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무조건 ‘공직’과 ‘재산’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즉 재산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 헌법이 공익적 요구에 의해 기본권의 일부를 제한할 수 있음을 명시한 것에서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문화일보가 특정 기업의 주식을 다른 기업의 주식이나, 부동산, 혹은 현금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재산 포기라고 주장하고 이를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과장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참고로 주식백지신탁제도 시행으로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이 흔들렸다는 이야기는 과문하여 들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백지신탁제도는 자본주의 제도를 운영하는 정부공직자들에게 공정한 업무 수행을 요구하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제도이기도 하다.

한편 참여연대는 백지신탁제도 도입이 논의되던 초기부터 직무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함에도 금액기준에 미달해 백지신탁대상이 되지 않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상주식의 금액을 1천만원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조사결과 현행법을 적용할 경우 직무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한 공직자 다수가 신탁이나 매각대상에서 제외됨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기존 입장대로 이해충돌 방지라는 백지신탁제도의 목적 달성을 위해 백지신탁대상금액을 하향조정할 것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문화일보의 주장처럼 ‘신탁수위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려는 의도’를 가진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이전부터 해오던 일관된 주장이다. 이해충돌 방지와 백지신탁제도를 최초로 도입하여 공직윤리의 기본 전제로 삼고 있는 미국의 경우 백지신탁하한액이 1,000달러(약 100만원)이다.

덧붙여 문화일보의 사설은 보유한 모든 주식이 직무와 무관할 수 없는 국회의원을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 사설은 백지신탁제도 직무관련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고 외치며 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자의적 해석을 경계하고 합리적 해석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합리적 해석이란 최대한 좁은 의미의 해석일 것이다. 이러한 문화일보의 주장이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이재근 (투명사회국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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