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09-04-13   2504

[통인동窓] 권력 눈치보기에 유야무야되는 장자연리스트 수사

행정감시팀장 이재근

도를 넘은 경찰의 눈치보기 수사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눈치보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소위 ‘장자연리스트’는 언론사 대표가 리스트에 들어있다는 소문이 이종걸 의원의 국회 대정부질문으로 확인되었지만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경찰은 장자연씨가 남긴 문건에 명단이 들어있거나 장자연씨 유족 등에 의해 고소되어 수사선상에 오른 9명 중 6명만 조사를 하고 언론사 대표로 알려진 3명에 대해서는 소환조사조차는 커녕 1차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장자연씨는 신인 연예인으로 소속 기획사 대표가 주도한 접대 자리에 불려가 술접대와 성접대를 강요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이다. 이 억울한 죽음은 접대를 강요한 소속기획사 김모 대표와 그 접대자리에서 술접대와 성접대를 받은 소위 ‘고위층’들에게 공동의 책임이 있다.
 
성접대를 주도한 장씨의 소속사 대표 김모씨의 신병 확보가 중요함에도 일본에 있는 김씨를 언제 소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김씨 소환에 3개월이 걸릴 것 같다는 경찰의 브리핑을 미루어 짐작컨데 소환이 어렵다는 핑계로 수사를 유야무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장씨의 죽음을 영원히 억울한 죽음으로 만드는 것이며, 남은 가족들의 가슴을 다시 피멍들게 하는 일이다. 김씨를 하루빨리 소환하고 장씨가 쓴 문건에서 거론한 인물들을 소환 조사를 통해 불법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할 것이다.

언론사 임원이 성역일수는 없어

한편 이번 사건에서 조선일보가 보여주는 태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장자연리스트’에 들어가 있다는 신문사 임원의 2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조선일보는 이종걸 의원에게 항의하고 자기회사의 임원은 이 사건과 관계가 없다며 이를 인용할 경우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보도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한다.

며칠 지나서 조선일보는 실명을 거론한 이종걸 의원과 이정희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존중되어야하지만 전직 대통령의 부인도 범죄 혐의가 있다면 검찰의 수사를 받는 때이다. 언론사 임원이라고 성역일 순 없다. 책임 있는 신문사의 임원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거론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을 할 것이 아니라 떳떳하게 입장을 밝히고 스스로 경찰에 출두에 조사를 받는 것이 명예를 지키는 일일 것이다.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사건도 은폐 축소 급급

경찰이 권력 앞에서 맥을 못 추는 경우가 이번 사건 뿐만은 아니다. 경찰은 얼마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성접대와 인수합병 로비 사건을 잠복수사를 통해 밝혀내고도 청와대 행정관이 걸려들자 이를 축소하고 은폐하기에 급급하였다. 이 과정에서 언론에 거짓으로 브리핑하고 경찰이 밝힌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

결국 경찰은 향응은 있었지만 인수합병과 관련된 로비는 없었다는 황당한 수사결론을 내 놓았다. 청와대와 같은 권력기관에 대한 수사를 감당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심지어 강희락 경찰청장은 자신도 성접대를 한 적이 있다면 ‘재수없어 걸렸다’는 식의 인식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검찰의 박연차 세무조사 무마로비 수사도 마찬가지

검찰도 마찬가지다. 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와 세무조사 무마 청탁에 대한 수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을 소환하여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기개를 보여주고 있지만 현 정권의 실세로 알려진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의원과 정두언 의원,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에 대해서는 아예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이 2억을 받고 전화 몇 통하고 거절하자 아무일도 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믿는 것인지 아니면 이상득 의원과 정두언 의원의 무관하다는 해명을 믿는 것인지 몰라도 노전대통령에 대한 수사와는 너무도 비교되는 편파수사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세무조사 청탁은 없었다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발언까지 나왔으니 현 정부 실세에 대한 수사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죽은 권력 물어뜯고 산 권력에는 모르쇠

죽은 권력에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 뜯고 살아 있는 권력에는 모르쇠로 외면하는 하이에나 같은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장자연리스트 사건과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사건은 우리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또한 박연차 사건은 전현정부 최고위 권력자들이 관련있는 권력형 부패 사건이다.

이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이렇게 유야무야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다.  힘있고 권력이 있으면 성매매와 성접대를 해도, 청탁을 하고 뇌물을 주고받아도 걸릴 일이 없을 것이고 ‘재수 없는’ 사람만 걸리는 사회가 될 것이다. 신인 여배우의 성을 뇌물로 상납하는 파렴치한 일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이런 일이 수사대상이 될 일도 없어질 것이다.
 
결국 알면서도 외면하는 ‘모두가 도둑놈’인 ‘좋은게 좋은 사회’가 구현되는 것이다. 화창한 봄날 한국 사회의 미래는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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