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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감시센터    공직사회 부패와 권력남용을 감시합니다

  • 칼럼
  • 2012.06.13
  • 3045

 ‘내곡동 무혐의’ 이해 못할 검찰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관련 고발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세간의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경호처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저 땅값은 싸게, 경호동 땅값은 높게 계산해 대통령 아들이 6억~8억원 정도의 이익을 봤다는 사실은 밝혀냈다. 사저 땅값과 경호동 땅값 사이에 객관적 불균형이 있다는 사실을 감사원에 통보했다는 점을 보면 검찰도 관련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검찰 수사결과는 일반적인 배임죄의 형사 법리에서 한참 벗어나고 있다. ‘대통령 사저가 들어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으로 경호동 부지의 땅값이 오를 것이기 때문에 미래의 개발이익의 혜택을 국가가 혼자 누리는 것은 적절치 않아 대통령 일가의 부담분을 줄인 것’이라는 경호처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대통령 일가에 이득을 주고 국가에 손해를 입히려는 범죄의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짓고 있다. 

현재는 비록 국가에 손해가 발생했지만, 나중에 땅값이 올라 손해를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인데, ‘사후적으로 손해가 만회될 수 있다’는 사유는 형량을 정하는데 참작될 수 있는 사유일 뿐이지 배임죄 성립을 부인하는 사유는 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법리이다. 

“범죄 의도(고의)”라는 것은 경호처가 대통령 아들에게 이득이 가고 국가에 손해를 입힌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느냐를 문제삼는 것이지, 국가에 손해를 입히려는 악의적인 의사(害意)가 있어야만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장래 발생할 개발이익을 국가가 아니라 대통령 일가가 가져야 한다는 것도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논란거리이다. 하지만 검찰이 왜 굳이 일반적인 형사 법리와는 다른 결론을 내리려 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아들의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결론도 석연치 않다. 검찰 수사 결과만 보아도 아들이 모친의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렸는데다, 1년 뒤에는 그 명의를 이 대통령에게 넘기기로 했다는 것인데, 수사 결과의 내용 안에 이미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 대통령 명의로 땅을 사면 주변에 소문이 나서 땅값이 올라 문제가 있어 아들 명의로 샀다가 훗날 명의를 바꾸려 했다는 변명은 타인 명의로 부동산을 소유한다는 인식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아들 명의로 부동산을 소유하는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주장일 뿐이어서 부동산실명법의 범죄 의도(고의)를 부인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정당행위라고 평가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미 경호처가 계약자로 나서고 있어 대통령 사저로 이용되려 한다는 것은 쉽게 알려지게 되어 있어 그 변명도 좀 궁색하게 들린다.

수사결과의 처리방식도 논란이다. 관련 공무원의 징계가 필요하다면 해당 공무원의 소속기관에 검찰의 수사결과를 넘겨 징계하도록 통보하면 될 것이지 다시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할 이유가 없다. 이 점도 매우 이례적인 검찰의 처리방식이다. 검찰은 감사원이 공무원의 비리혐의를 적발하여 수사를 의뢰해 오면 더 심층조사를 하여 형사처벌 여부를 가리는 기관이지 수사결과를 다시 감사원에 넘겨 조사를 바라는 기관이 아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일반 형사사건의 수사에서 줄곧 많은 성과를 쌓아 왔고 유능한 집단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반면에 권력형 비리사건, 재벌그룹 비리사건 등에서는 적지않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배임사건이나 부동산실명법 위반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검찰은 아니다. 

그런데 왜 대통령 사저와 관련한 형사사건 처리가 이렇게 비정상적인 근거와 절차를 통해 처리되면서 정치적 시빗거리가 되고 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누가 검찰을 무능한 집단으로 만들고 있는지, 왜 검찰은 스스로 무능한 집단으로 비난받으려 하는지 모두가 안타까울 뿐이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이 칼럼은 경향신문 6월 13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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