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09-02-09   1616

[통인동窓] 숭례문 화재 1년과 용산참사

숭례문 화재 1년과 용산참사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홍성태

국보 제1호 숭례문이 한 시민의 방화로 불타고 어느새 1년이 지났다. ‘국보 제1호’라는 규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숭례문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고귀한 문화재였다. 그런 만큼 숭례문의 소실은 그야말로 모든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대사건이었다. 조만간 새로운 숭례문이 건축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숭례문 주변의 땅과 성벽도 일부 복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숭례문은 대부분 영원히 사라졌지만 재건과 복원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숭례문 화재의 원인에 대해 다시금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600년 동안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등 온갖 환난을 이기고 그 자리를 지켜온 숭례문이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린 것에는 길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문화재를 한갓 볼거리로 여기는 그릇된 문화재 정책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러나 이와 함께 우리는 불을 지른 시민의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는 개발과 투기의 광풍 속에서 커다란 박탈감을 느꼈고, 그로부터 비롯된 분노를 지극히 잘못된 방식으로 해소했던 것이다.

숭례문 화재는 개발과 투기를 부추기는 토건국가가 문화재 파괴의 중대한 구조적 원인이라는 사실을 처절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에서는 오히려 ‘토건국가의 극단화’라고 불러야 마땅할 토건국가 확대정책이 격렬히 강행되고 있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나 ‘경인운하’, ‘한탄강댐’은 그 단적인 예이다. 이러한 토건국가 확대정책에는 심각한 사기와 폭력의 문제마저 동반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아침에 발생한 ‘용산 참사’도 이러한 토건국가 확대정책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용산 참사’는 개발-투기세력이 더 많은 이익을 노리고 더 많은 개발을 서둘러 강행한 결과로 철거민의 처지로 내몰린 불행한 시민들이 끔찍한 죽음을 당한 참담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검찰의 조사는 오히려 커다란 의혹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일부 비정상적 무리들이 철거민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모욕해서 유족들은 물론이고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정병두 본부장이 지휘하는 검찰수사본부의 수사과정과 수사결과는 철거민들을 아예 ‘자해공갈단’ 또는 ‘자살특공대’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다. 검찰은 정녕 ‘경찰의 검찰’이요 ‘정권의 검찰’인가?

검찰은 철거민의 잘못을 입증하겠다며 독자적 동영상 해석을 제시하고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했으나 결국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나 화재의 직접적 발단이 된 대테러 특공대의 투입을 결정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을 뿐더러 무전기를 꺼놨다는 그의 일방적 주장을 그냥 받아들이고 모든 조사를 끝냈다. 검찰에 대한 거대한 의혹과 불신은 모두 검찰이 자초한 것이다.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그리고 정병두 검찰수사본부장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하는 것이다.  

검찰이 초래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용산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과잉진압을 최종결정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즉각 해임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수칙을 지키지 않고 과잉진압을 강행해서 엄청난 참사를 야기한 경찰에 대한 재수사와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은 명백히 이행해야 할 과제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경찰과 용역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발급하고 말았다. 따라서 특검을 구성해서 ‘용산 참사’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특검은 검찰의 의혹까지 환히 밝혀야 할 것이다.

경찰의 과잉진압은 물론이고 검찰의 부실수사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2월 9일의 라디오연설을 통해 ‘사과’는 하지 않고 새삼 ‘원칙’을 강조했다. 대체 그가 강조하는 ‘원칙’은 무엇인가? 용역폭력을 방치해서 철거민들이 어쩔 수 없이 농성에 돌입하도록 하는 것인가? 현장수칙을 전혀 지키지 않고 과잉진압을 강행해서 철거민들이 불에 타 죽도록 하는 것인가? 참담한 사기와 폭력을 통해 ‘강부자’들이 더 많은 투기이익을 챙기도록 하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 ‘경인운하’ 등에서 계속 불법과 편법을 자행하더니 급기야 ‘용산 참사’마저 일으킨 것이 아닌가?

이명박 정부는 ‘경제 살리기’를 외치고 ‘경제 죽이기’를 하더니, ‘강 살리기’를 외치며 ‘강 죽이기’를 강행하고, 이제는 도처에서 ‘준법’을 외치면서 법치를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 사회를 ‘폭력사회’로 만드는 ‘용역’이라는 이름의 폭력집단이 경찰과 함께 ‘용산 참사’를 일으킨 것은 그 단적인 예일 것이다. ‘용산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이명박 정부가 법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중산층조차 하루아침에 빈곤층으로 전락시키는 각종 (재)개발 제도를 발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그 결과 투기를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만들고 전국에서 개발의 광풍을 일으키는 비정상적 토건국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월 9일 오전에 발표된 검찰의 ‘용산 참사’ 수사결과를 보자니, 학살당한 이들의 원혼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학살당한 이들을 오히려 학살자들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결국 이명박 정부가 강행하는 토건국가의 극단화가 검찰을 이 지경으로 망친 것이 아닌가? 이 나라의 흥망 자체가 토건국가의 해소에 달려 있다. ‘용산 참사’도, 숭례문 화재도, ‘강 죽이기’도, 경부운하도, 한탄강댐도 모두 토건국가의 필연적 산물이다. 참담한 토건국가의 극단화를 강행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문제를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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