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반부패 2002-11-15   1101

[논평] 부패방지법, 부실과 졸속으로 처리되어서는 안된다

부패방지 및 부패척결을 위한 핵심개혁법안 중 하나인 ‘부패방지법’이 본래의 개정취지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법사위를 통과하고 그나마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함으로써 정치권이 이중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어제 ‘부방위 조사권 강화’를 요구한 개정취지와 무관하게 부방위에 ‘특별검사요청권’을 부여하고 ‘대통령 친족 감찰기구’를 설치하는 내용 등을 담은 부방법 개정안을 한나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부방법 처리과정은 그동안 정치권이 법안을 다루면서 보여온 졸속, 부실입법의 구태를 반복하는 것이자 개혁법안을 대하는 정치권의 이중적, 정략적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부방법 개정의 핵심은 ‘부방위의 조사권 강화’와 함께 ‘내부고발자 보호장치 강화’였다. 하지만 피신고인, 참고인 등에 대한 자료요구권, 진술청취권 등은 부방위의 위상문제와 기존 사정기관간의 권한충돌을 이유로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그리고 내부고발자에 대해 불이익 처분을 내린 사람을 형사처벌하고 신분상 불이익에 대한 입증책임을 해당기관이 지도록 하는 내용의 내부고발자 보호장치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그나마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 역시 조사권 강화 없이는 의미가 없는 것들이다. 수사기관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 특검을 요청하도록 했지만 요청의 구속력조차 불명확하여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이 특검요청권을 부방위에 주겠다고 하면서도 특별검사제도의 도입에는 반대하는 넌센스를 연출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부방법상의 특검요청권은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대통령 친족의 비리관련 전담기구 역시 마찬가지다. 최소한의 조사권 조차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실효성 있는 감찰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번 부방법 개정은 ‘알맹이는 빠지고 쭉정이만 남은’ 부실 개정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부실입법의 원인이 부방위 위상강화에 대한 정치권의 부담과 여야를 막론하고 검찰출신이 다수를 차지하는 법사위 구성 등에 있다는 비난이 설득력을 지닐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부방법 법안처리과정에서 각당 위원들이 보인 행태 역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나라당 위원들은 법안심사 과정에서는 반대의견을 표명해 오다가 법안처리를 약속한 이회창 후보와 서청원 대표의 지시에 의해 뒤늦게 부실법안을 제출, 단독처리했다.

법안 미처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용 법안처리’이며 개혁입법을 정치적 생색내기 차원에서 다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당 위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민주당의 반부패 정책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이나 특검제 도입’에 있다면 관련 법안처리에 있어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특검법 등을 안건으로 상정할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서 부방위 권한강화에는 반대하는 것 역시 이중적이자 정략적인 접근태도이다.

개정취지와 요구를 벗어난 생색내기 입법으로 대선후보나 정치권이 자신의 약속과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허울뿐인 빈껍데기 법안의 처리가 아니다. 부실, 졸속 법안은 차라리 처리하지 않은 편이 낫다.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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