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관료감시 2007-01-15   1971

‘로비스트’ 변신 방조하는 공직자윤리법, 취업규정 업무관련성 판단기준 강화해야

[참여연대-오마이뉴스 공동기획 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기고

정부 퇴직 관료들의 재취업 문제는 그동안 언론과 국정감사를 통해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하지만 이들 퇴직관료의 재취업 실태에 대한 심층 분석이나 개선책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연대 투명사회팀과 함께 이들 퇴직관료의 재취업 실태를 5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오늘은 그 마지막으로 실효성이 없는 공직자윤리법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최근 참여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06년 10월 사이에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건설교통부,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포함) 등 경제관련 부처를 퇴직한 경제관료 중 공직자윤리법상 퇴직후 취업제한 대상이 되는 공직자는 283명인 것으로 나타닜다. 하지만 이중 243명이 재취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퇴직 경제관료 10명 중 8명꼴로 재취업을 한 것으로 취업률로 따지자면 80%를 넘어선 것이다.

물론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율이 높은 것 자체를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재취업이 어떤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가 하는데 있다. 이들 고위 경제관료들의 재취업실태를 보면, 상당수가 금융기관에 둥지를 틀었다.

즉 조사 대상 중 42%인 122명이 은행과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에 재취업하였으며, 기업(21%), 법무법인(12%), 산하기관(8%)의 순이었다. 그런데 이 취업업체와 기관들은 대부분 퇴직 공직자들이 공직 재직 중에 관리·감독 업무의 대상이었던 기관들이다. 공직에 있을 때는 감독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다가 퇴직후에는 이들 기업과 기관에 주요 임원으로 재취업을 한 것이다.

언뜻 보면 이와 같은 퇴직 공직자들의 재취업은 공직자가 공직에서의 전문성을 살려서 관련 부문에 재취업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앞서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퇴직 공직자들의 전문성 활용 이전에 감독기능을 수행하던 행정기관의 공무원이 그 대상이 되는 기관에 재취업함으로써, 결국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간에 부정적 유착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언론이 빈번하게 지적하였듯이 이와 같은 유착은 곧 수많은 ‘낙하산 인사’로 나타났으며 또 한편에서는 ‘이해충돌’의 문제로 나타났다.

재직 중 취업예정 기관의 후원자 역할?

이 같은 낙하산 인사나 혹은 이해충돌이 다반사로 이루어지는 구조에서 그 한 당사자인 공직자가 정책을 공정하게 입안하고, 또 피감기관에 대해서 엄격하게 감독기능을 수행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어쩌면 이들 공직자는 공직 재직 중에는 취업이 예정되어 있는 기관의 후원자 역할을, 퇴직후 이들 기업에 재취업한 이후에는 몸담았던 정부부처를 상대로 로비스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금융기관을 감독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고위 공직자가 오히려 부당한 알선 혐의로 구속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문제들을 고려한다면 공직자의 직무 수행에 있어서 공정성은 공직 재직 중에는 물론이고 퇴직후에도 상당한 기간동안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 공직자윤리법상의 퇴직후 취업제한제도도 이와 같은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의 대상이 되는 공직자는 공직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재취업이 제한되는 업체는 일정규모 이상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나 영리 사기업체의 공동 이익과 상호협력 등을 위하여 설립된 법인·단체로 규정되어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이와 같은 규정을 통하여 공직 재직 중은 물론이고 퇴직후에도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때문에 이와 같은 취지와 명칭만 보면 매우 의미 있는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취업제한제도

그러나 여러 입법상의 미비로 인하여 퇴직후 취업제한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퇴직후 취업제한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규정상 퇴직후 취업제한이라고 하고 있지만 사실상 공직자윤리법 어디에도 ‘취업’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적용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사실상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자문, 고문 등의 각종 로비활동을 전혀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취업제한 기간을 2년으로 일률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직무와 활동은 매우 각양각색이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일률적인 규정은 실효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셋째, 취업이 제한되는 기업은 자본금과 거래액이 각각 50억원과 1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이 기준을 넘지는 않지만 실제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많은 기업들이 취업제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협회는 예외규정을 만들어서 제외되도록 하였다.

넷째, 현행 공직자윤리법에서는 이해충돌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무를 중심으로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업무관련성 판단기준은 주로 집행 업무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정책 관련 업무는 물론이고 법원, 검찰, 감사원 등 이해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기관들의 업무관련성 내용들이 빠져있어서 이해충돌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반 문제점으로 인하여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퇴직후 취업제한 규정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이해충돌 활동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전혀 규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 규정 명시하고 활동 제한 규정도 강화해야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는 한 공직자의 이해충돌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이로 인한 정책실패 사례는 더욱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퇴직후 취업제한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취업에 대한 규정을 명확하게 하고 더불어 취업의 형태와 상관없이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로비 등의 활동까지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퇴직후 활동에 있어서 이해충돌의 발생 가능성은 업무별로 다양하다는 점에서 미국의 입법례에서 보는 것처럼 이해충돌 제한 기간을 다양화활 필요가 있다.

셋째, 이해충돌의 발생은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자본금 등의 기준을 삭제하여 모든 기업이 적용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각종 협회도 얼마든지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외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하는 업무관련성 기준으로서 기존의 집행 업무 이외에 정책적 업무까지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어느 영역보다도 다양한 이해충돌의 유발 가능성이 있는 건교부, 재경부, 산자부, 교육부, 법원, 검찰, 감사원 등과 관련된 업무관련성 판단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의 취업제한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진다고 공직자의 업무관련 업체 재취업으로 인한 이해충돌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제도의 보완은 항상 현실의 변화를 앞서 갈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을 손질해 퇴직후취업제한제도가 실효성을 지니게 하는 것과 더불어 이해충돌을 막고 공직수행의 공정성을 위해 최소한 2년간은 업무관련성이 있는 업체에 스스로 취업하지 않는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절실한 때이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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