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반부패 2003-05-19   2439

[논평] 시작한 적도 없는 개혁에 ‘불안감’이라니

1.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광주 전남대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서 ‘청와대에서 공직자윤리강령을 만들어 천편일률적으로 할 생각이 없으며’ 또한 ‘그렇게 갑작스레 모든 것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내부에서 동력이 생겨 투명한 공직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이러한 발언은 부패방지법 제정 이후 약 1년 반의 시간이 지나고 난 후 어렵사리 제정되어 오늘부터 비로소 각 부처에서 시행되는 공직자행동강령의 제정 연혁과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발언이다. 이번에 마련된 공무원 행동강령이 규제내용과 강제수단의 미흡함 때문에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했던 점에 비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강력한 시행의지가 있어도 부족할 판에 이번 발언이 오히려 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러운 발언이다.

2. 노 대통령은 “부패방지위원회가 최근에 윤리강령안을 만들어 각 부처에 권고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토론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발언이다.

96년 부패방지법 제정운동이 시작된 이래로 시민단체와 학계, 언론계를 중심으로 수 차례 이해충돌회피, 직무관련자로부터의 선물 수수 규제 등을 주요 골자로 한 공직자윤리규정 제정 논의가 진행되어 왔고 이에 따라 정치권도 수 차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노 대통령 역시 후보자 시절 공직자윤리법 전면 개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으며 민주당 정치부패 근절특위는 시민단체 요구를 대폭 수용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부패방지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공직자윤리강령의 초안을 잡기 위해 수 차례 여론조사와 토론회를 거쳐 공직사회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고 이에 근거하여 각 부처별로 내부 의견을 거쳤다.

요컨데 지난 몇 년동안 공직자윤리강령의 필요성과 그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수없이 많은 논의가 진행되었고 이에 대해서는 일정정도의 합의가 존재한다. 이러한 점을 인식하지 않은 채 부방위 안에 대해 각 부처별 논의가 없었다는 점만을 언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3. 최근들어 노대통령은 부쩍 개혁에 대한 요구를 ‘새정부에 대한 불안감’쯤으로 폄하(貶下)하여 일축해버리고 ‘자신의 선의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 공직사회의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내어 개혁을 진행하겠다는 구도에 누가 무어라 하겠는가.

하지만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추진일정도 제시하지 않은 채 막연히 불안감만을 얘기하는 것은 개혁에 소극적인 모습에 다름 아니다. 낙후된 공직윤리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어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급격한 변화라고 한다면 노대통령이 생각하는 개혁은 그 내용을 말하지 않아도 그 한계가 자명한 것이다.

최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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