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공직윤리 2004-07-13   1611

“검찰 권한 약화가 고비처 설립 논의의 핵심이다”

‘고비처를 둘러싼 쟁점과 올바른 설립 방안’ 토론회

“검찰도 자꾸 비켜가려 하고, 정부도 마찬가지인데, 고비처 설립과 관련, 문제의 핵심은 ‘검찰 권한의 약화’다. 이 문제를 피해가려니 정부안이 갈 짓자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13일 주최한 ‘고비처를 둘러싼 쟁점과 올바른 설립 방안’ 토론회에서 윤태범(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실행위원) 방송통신대 행정학 교수는 “검찰 문제를 피하지 말고 정공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 변호사 출신 30명 의원 대부분이 검찰 출신”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을 대표하는 3인과 법조계, 학계 인사들이 참여한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을 제외한 대부분 인사들은 검찰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기조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립을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에 섰다.

윤태범 교수는 “경찰이 수사권을 가진 동남아 국가에서 특별 사정기구는 검찰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문제 때문에 설립됐고, 미국은 검찰이나 수사기관의 문제라기보다는 대통령 중심 비리에 대한 검찰조사에서 발생하는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특검제들 두었다”면서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우리의 경우, 고비처 설립에서 미국과 동남아국가들의 문제의식을 모두 수용한 참여연대의 방안이 옳다”고 설명했다. 즉, 고비처 설립 논의의 핵심은 검찰권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성진(한나라당 정책위 제1정조위원장) 의원은 “한나라당이 검찰 문제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 하는데, 그런 건 아니다”면서 “소위 안풍, 병풍, 세풍 등이 다 조작된 사건으로 한나라당이 검찰개혁을 우선했으면 했지 피해갈 입장이 아니며, 수사권 역시 경찰이 오래전부터 요구해왔고 주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 의원은 “정부안은 검찰총장 임명동의안과 비슷해 또 다른 권력기관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안에 반대했다.

그러나 고비처에 기소권을 두는 문제와 관련해 공 의원은 “우선은 기소권 없이 수사권만 주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기소권을 주는 방안으로 가자”고 밝혀, 기소독점주의를 고집하는 검찰 입장에 섰다.

한나라당의 입장에 대해 문병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고비처 논의에서 여야가 주객이 전도된 상태”라고 운을 떼며 한나라당 입장을 비판했다. 문 의원은 “야당생활 7년째인 한나라당이 고비처를 신설해 검찰권한을 분산시키자고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반대로 가고 있다”면서 “사실 고위공직자들은 (정치적으로) 여당편인데, 검찰을 공격하는 쪽이 여당이고, 보호하려는 것이 야당”이라고 비꼬았다. 문 의원은 “이렇게 된 원인을 분석해 보니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 변호사 출신이 30명인데, 30명 대부분이 검찰 출신이라 친정을 대변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공격했다.

한상훈(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연세대 법대 교수 역시 “검찰의 기소독점이 깨지면 혼란이 올 것이라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수사권, 기소독점, 기소편의주의 등 이렇게 과도한 권한을 누리는 검찰제도는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다”고 검찰의 기득권 집착을 비판했다.

“열린우리당은 당론 고수할 수 있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주로 정부안대로 고비처를 부방위 산하에 둘 지 독립기구로 할지, 수사권과 더불어 기소권을 부여해야 하는 지, 수사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지 등이 쟁점이 됐다.

고비처의 위상과 관련,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시민단체와 학계는 독립기구화 하는 것을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정부여당안의 확정이 먼저라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피했다. 다만 정부안이 여당안과 달리 부방위 산하에 고비처를 설립하는 것이어서 열린우리당도 정부안의 수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문병호 의원은 “정부안은 부방위 산하에 두는 것이고, 열린우리당은 독자기구화 하는 것인데, 독자기구화 하는 것에 대해서는 위헌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과거 안기부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는 것에 대한 위헌신청에 대해 헌재는 행정기능이 반드시 행정부에 속할 필요는 없다고 판결했다”면서, 위헌성 문제가 없다는 입장에 섰다. 문 의원은 다만 “수사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을 특정 부서에 속하지 않고 둘 수 있는 지 고민은 되지만, 어쨌거나 열린우리당 다수의 입장은 대체로 독립기구화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영태(민주노동당 정책위 제1정조위원장) 교수는 “문 의원이 자신이 한 발언을 꼭 지켰으면 한다”면서 “수사대상에 대통령 친인척, 국회의원 다 포함될텐데 당론 채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의 책임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검찰이 있는데 위헌 소지를 안은 새로운 사정기구를 만들려는 이유는 검찰, 대통령, 국회 거대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때문”이라며 “결국 정파적 이해관계가 관철되면 안된다”고 독립기구화의 손을 들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장유식(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변호사 역시 “사회보호법 폐지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폐지 당론을 채택했음에도 법무부 반대로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는 정부안의 돌파의지가 강경한 것 같다”고 열린우리당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윤태범 교수는 “검찰의 문제는 공정성, 독립성의 문제였는데 그런 문제를 알면서도 또 다시 그런 기구를 만들려는 것인가” 되물으며 “부방위 산하에 두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독립기구화를 주장했다. 윤 교수는 “부방위 산하에 두는 것이라면 그 자체가 한계가 있고, 부분적으로 불신을 받고 있는 부방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논의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문병호 의원은 “가장 좋은 것은 독립기구화지만 그게 아니라면 부방위 구성 자체가 정치적으로 안배돼 있기 때문에 중립성 측면에서 부방위 산하에 두는 게 낫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문 의원은 또한 “대통령이 공무원 임명권을 가진 상태에서 사실 모든 기구가 대통령 직속기구”라며 “다만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독립적 형식을 최대한 가져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영태 교수는 “결국 인사권 문제인데, 부방위 구성이 정치적으로 안배된 것은 맞지만 인적 구성에서 사실상 정부여당의 통제를 받는 것”이라며 “국회에 맡기는 것 역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라며, 독립기구화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김인회(대한변협 법조제도연구위원) 변호사 역시 “기존 검찰조직을 또 다시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검찰개혁을 선도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면서 “독립된 기관으로 둔다 하더라도 현재의 검찰과 같은 방식이라면 독립성 시비에 휘말릴 것”이라며, 독립기구화를 전제로 더 깊은 차원의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상훈 교수는 ‘고비처를 부방위 산하에 두면 어떤 것들이 필요하겠는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대해 “참여연대는 독립기구화 이외에 다른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발언했다. 한 교수는 “부방위의 외청 형식으로 두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 경우 전제조건이 있는데, 부방위 자체가 독립기구화 되어야 하고, 위원회의 구성과 결의사항에 대해 고비처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수사와 기소권은 위원회로부터 독립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소권 없는 고비처는 사직동팀과 다를 바 없어”

또 다른 쟁점은 역시 고비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이 안에 대해서는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이 정부안과 마찬가지로 반대 입장에 섰고, 다른 인사들은 모두 기소권 부여가 당연하다는 입장에 섰다.

정영태 교수는 “수사만 해서 뭐하나”라며 “한 4년 동안 권한을 줘서 우리 사회의 부패상을 완전히 뒤집어 봤으면 한다”고 기소권 부여가 필수적임을 밝혔다.

문병호 의원은 “우리당의 다수 의견은 기소권 부여하자는 것”이라며 “수사를 하려면 강제수사를 해야 하는데, 검찰 통해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면 검찰 통제가 우려된다”고 정부안과 다른 입장에 섰다. 문 의원은 “정치적으로 큰 사건은 바긴(bargin)이 필요한데 기소권이 없으면 그런 바긴이 불가능하다”면서 “사회유력인사들의 무죄율이 상당히 높은데, 검찰이 다른 조직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 얼마나 공소유지 노력을 할 건지도 고비처에 기소권을 부여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문 의원은 또한 “최근 파견검사제로 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제시됐는데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땜방식”이라며, “고비처에 수사권만 두면 과거 사직동팀과 같은 이미지를 줄 것”이라고 정부안을 상당히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인회 변호사는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 기소, 판결의 집행이라는 형사재판의 전체를 관할하고 있어 경찰과 검찰의 권한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고비처에 기소권을 주지 않으면 기능이 약하고 검찰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고비처 설립은 검찰에 대한 법원의 견제, 수사권의 경찰 이양 등 큰 틀의 검찰개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훈 교수 역시 “고비처는 검찰의 대단히 비대한 권력을 분산,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가야지 그 반대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면서 “기소권을 검찰에 주면 검찰의 지휘를 받는 수사기관이 하나 더 생기는 꼴”이라고 정부안과, 검찰 주장을 비판했다.

대통령과 그 친인척만 조사하자?

마지막 쟁점은 고비처의 수사대상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도 한나라당만 ‘대통령과 그 친인척 및 특별권력기관’에 한정할 것을 주장했고, 다른 인사들은 고위공직자 일반으로 폭넓게 확대하자는 안이 주류를 이뤘다.

공성진 의원은 “고비처의 취지가 제왕적 대통령과 그 친인척 그리고 국정원장, 경찰청장, 검찰총장 등 특별권력기관을 견제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조직 논리는 확대가 기본이기 때문에 수사대상을 너무 확대하면 또 다른 권력기구화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열린우리당은 “수사대상은 원칙적으로 일반 공무원은 1급 이상, 권력기관은 3급 이상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에게 법 앞의 평등이라는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검·판사도 수사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정영태 교수 역시 “한나라당은 자신이 집권당이었을 때는 반대하다가, 야당되니 대통령 친인척에 한해 찬성한다”면서 한나라당의 수사대상 축소 의견을 비판했다.

한상훈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수사대상을 “고위공직자 및 배우자, 직계존·비속, 이들과 공범관계인 민간인”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행정각부의 장·차관,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경찰청장과 차장, 지방경찰청장, 법관 및 검사, 군장성 등이 고위공직자에 들어가며,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이 수사대상에 포함된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장유식 변호사는 “오늘 토론회는 여야 3당과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등 국민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고비처 설립에 관해 국민적 합의를 위한 자리였고, 법무부, 검찰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토론회에서 더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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