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예산감시 2000-09-27   1113

판공비 공개요구에 수도권 지자체 “배째라”

전국 114개 지방자치단체 정보공개 성실도 발표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대구광역시 하나만 81.5점을 맞아 A등급, 나머지는 모두 C등급 이하를 차지했다. 기초자치단체는 절반이 넘는 63%가 낙제수준인 F등급을 받았고, 인천광역시 옹진군과 부평구의 경우 100점만점에 8점, 9점 밖에 얻지 못했다. 이는 지난 6월부터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광역시)와 98개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가 치룬 ‘투명성’ 시험의 성적표이다. 참여연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성남시민의모임, 청양시민포럼 등 전국 34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판공비공개운동전국네트워크(이하 판공비공개네트워크)’는 9월 27일, 안국동 느티나무에서 이와같은 지방자치단체의 정보공개 성실도 평가결과를 발표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대해 납세자의 알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였다.

지금처럼 관료들이 조직적으로 저항한다면 투명한 정부는 요원

이번 조사와 평가는 지난 6월 29일 판공비공개네트워크 발족과 함께 전국 114개 지자체에 대표적 낭비성 예산인 판공비 공개청구 결과와 7월과 8월에 걸친 현장에서의 정보공개제도 운영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판공비공개네트워크는 ‘이번 조사는 정보공개법시행이후 처음 있는 전면적인 평가이지만 그 결과는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하면서 ‘지금처럼 관료들이 조직적으로 정보공개에 저항한다면 투명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도입된 정보공개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판공비 공개만으로 500억 이상 예산절감 효과

특히, 판공비 공개의 경우 서울고등법원 등에서 잇따라 판공비 지출증빙서류와 관련장부가 공개대상이라고 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반이상의 지자체들이 전면 비공개를 하고 말았다. 참여연대 이태호 시민감시국장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사유에도 해당되지 않는 프라이버시, 상부기관의 지시 없음 등을 내세우며 비공개를 결정하고, 수도권 지자체의 경우 비공개하기로 답합하는 수준’이라고 개탄하였다. 판공비공개네트워크는 ‘판공비 공개만으로 얻어지는 낭비방지효과로 1,5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판공비의 약 30%, 500억 이상의 예산이 절감될 수 있다는 것은 관료들도 인정하는 것’이라며 ‘수차례 법원의 판결에도 지방자치단체들이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은 정보공개법과 지역주민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러온 시민에게 훈계하는 공무원도

정보공개제도 운영실태 평가는 직접 지자체를 방문하여 정보공개신청을 해가며 진행되었다고 한다.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박길상 사무처장은 ‘어떤 담당 공무원의 경우 정보공개청구를 하러온 시민에게 오히려 일장 훈계를 하는 기가막힌 일도 있었다’면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자신이 정보공개 대상기관인지조차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시민들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 두어야하는 문서목록 비치상태도 극히 부실하고, 정보검색을 할 수 있도록 컴퓨터 단말기를 비치한 지자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낭비 적발시 예산환수소송 할 수 있는 납세자소송제도 등 요구

판공비공개네트워크는 성명서를 통하여 비공개 사유를 불명확하게 규정하여 자의적인 비공개 결정의 빌미를 주고 있는 정보공개법을 개정하고, 범 정부차원에서 정보공개법을 준수하지 않는 지자체와 공무원들에게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예산낭비 사실이 적발될 경우 시민이 예산환수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납세자소송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네트워크는 이번에 비공개 결정을 한 70여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다음주 중으로 일제히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01년 정부예산안은 100조원은 넘어섰으며 4인가족 기준으로 평균 조세부담은 천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조세부담의 증가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스스로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예산집행에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국민을 납득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태도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낭비성 예산으로 지적받고 있는 판공비조차 행정자치부 장관부터도 공개하지 않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지자체가 답합해가며 비공개로 일관하는 모습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의 투명한 공개가 세금을 내는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임을 인식하고, 진정 국민을 두려워한다면 보다 성실한 자세로 정보공개에 임할 것을 기대한다.

김보영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