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09-07-10   5057

혹시, 내 전화도 도청되고 있나?

제가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걸 아는 친구들이 가끔 물어봅니다. “너랑 전화하면 경찰이나 국정원이 도청하는 것 아니냐?”

그럴 때마다 저는 “나 같은 피라미를 무슨 도감청을 하겠냐? 아직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한편으로는 가뜩이나 연락하는 친구도 별로 없는데 친구들이 더 떨어져 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구요. 다른 한편은 단체에서 임원도 간부도 아닌 평범한 활동가인 저까지 (도)감청을 하겠냐는 생각에서 입니다.

그런데 어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 저는 엄청난 사실을 알았습니다. 집회 현장에 있던 저를 사진으로 찍어 확대해 문서로 보관해 두었고, 휴대폰 발신 기지국을 추적하여 몇 시 몇 분 어디서 누구에게 발신했는지 하나하나 보고서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인터넷에 게재한 글과 이메일을 모두 다 정리해 놓았습니다.

출처 : 이메일 뒤지고 휴대폰 추적한 경찰
몇 시 몇 분 통화한 것까지 기록했다 – 오마이뉴스

하인준 건국대 총학생회장이 홍제동 대공분실에서 겪은 체험을 쓴 글을 본 이후부터입니다. 총학생회장이긴 하지만 대학생의 휴대폰과 이메일을 감시하는 경찰이 굳이 활동가인 저를 감청하지 않을 이유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국정원이나 경찰이 내 휴대폰이나 이메일을 (도)감청할 필요가 있을까?

제가 속한 단체는 작년에 미국산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와 관련해서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구요. 그때 제가 광우병대책회의 관련일을 보고 있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컴퓨터를 검색해 갔습니다.

또, 저는 국정원 권한강화에 대응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국정원과 관련된 공동논평을 냈습니다. ([공동논평] 북 배후설? 사이버법 제정? 국정원의 속보이는 시나리오) 특히 소위 국정원 권한강화를 위한 5대악법가운데 하나인 비밀보호법 제정에 대해서는 계속 모니터 하며 악법제정을 반대하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서울시경 정보과에 담당도 생긴 것 같습니다. 자주 연락해오는 정보관이 한명 있습니다.

슬슬 걱정도 되고 짜증도 나기 시작합니다. 걱정이 되는 이유는 제가 휴대폰을 통해 범죄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제 프라이버시권을 국가가 침해하는게 싫을 뿐입니다. 제 아내랑 나눈 대화를 누군가 엿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몹시 불쾌합니다. 사실 가족끼리도 굳이 공유하고 싶지 않은 사생활의 영역은 있기 마련인데요. 그걸 누군지도 모르는 국가기관의 누군가가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합니다.

아내는 어제 저녁을 먹으며 뉴스를 보더니 “남편에게 전화하는 것도 조심해야겠다. 내 이름으로 핸드폰하나 만들어 줄까?”라고 이야기 합니다. 최근의 공안정국이 부부사이의 통화에서도 자기검열을 하게 한 것이죠. 국가가 우리가정에서 애정표현의 방법이 하나를 없앤 셈입니다.

그런데 더 큰일은 통신비밀보호법이 국정원과 한나라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정된다면 저 뿐만 아니라 어떤 시민도 자신의 휴대폰이나 전화, 이메일이 도감청 되고 있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한나라당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휴대폰과 인터넷 등 일반 국민에게 밀접한 의사소통 수단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모든 전기통신사업자에 감청설비를 의무화하여 휴대폰 뿐 아니라 인터넷 전화, 인터넷 메신저, P2P 등 현존하는 모든 통신 매체에 대한 감청이 실시될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통화내역과 인터넷 이용기록이 의무적으로 보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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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뿐 아니라 상시적인 감청 설비 운용과 자료 보관으로 인한 오남용과 유출 위험도 커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간접감청설비 운용의 부담과 책임을 통신사업자에게 부여하면서도 ‘외국인의 경우’라는 예외조항을 두어 국정원의 직접도감청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진짜 외국인의 경우만 직접감청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지난 2월 국가인권위에서도 이 개정안이 국민의 통신의 자유 및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에 인권위원장이 곧 이명박 정부사람으로 바뀌니 인권위의 입장이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만이 아닙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을 포함한비밀관리법, 테러방지법, 사이버위기관리법, 국가정보원법 등 소위 국정원 5대 악법을 제․개정하여 국정원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고 국민모두를 예비적 범죄자로 상정한 상시감시체계를 완성하려 하고 있습니다. 악법은 쏟아지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야당 국회의원들만 믿고 있을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내 걱정부터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왕따를 당하지 않게 조심해야죠. 이 글을 제 친구들이 이 글을 본다면 이제 저에게 전화하지 않을지도 모를테니 말입니다.

아차! 또, 자기 검열을 하고 말았네요. ‘정부에 대한 비판적 생각과 행동의 위축’ 이것이 국민들을 상시감시하려는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행정감시센터 장정욱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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