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20-02-03   2434

[칼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권력기관 권한 분산만으로는 개혁 기대할 수 없어… 독립적 감사기구 설치해야

 

본 기고문은 오마이뉴스 2020.2.4.에 게재되었습니다. [바로가기]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이 대통령 보좌진들에게 칼끝을 겨누는 형국이 수습되지 못한 채 총선 국면을 맞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검란’을  악용하여 공수처법 폐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수구 언론은 윤석열을 차기 대선 후보로까지 띄우고 있다.

   

권력기관은 사회질서 유지와 인권 수호를 목적으로 존립하는 기관이지만,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그 권한을 남용하면 오히려 불공정한 기득권 질서를 비호하고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더욱 침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의 필요성에 대하여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권력기관이 돼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기관 개혁은 참으로 난제 중 난제이다. 현재 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법원과 검찰, 경찰, 국정원, 기무사만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준 사법기관에서도 개혁에 저항하는 관료들의 행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 권력기관이 그 권한을 자기 자신이나 특정한 이익집단을 위해 남용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행사하도록 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019년 12월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치주의란, 권력기관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이다. 어떠한 권력기관도 법 위에 존재할 수 없고, 권력기관에 위임된 권한은 법에 정해진 목적을 위하여,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행사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검찰권 행사와 관련된 검찰 간부들의 태도를 보면, 검찰의 권한이 마치 검찰 조직의 고유한 권한이고, 권한 행사에 있어 국민들로부터 아무런 통제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것처럼 행세한다. 자유한국당은 심지어 검찰총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보다 긴 6년으로 늘려 정치권의 통제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다. 

 

권력기관이 보유한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것이고, 마땅히 국민을 위해 행사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 권한이 적정한 절차에 따라 위임되어야 하고, 또한 적법한 절차를 거쳐 행사되어야 한다. 즉, 인사와 감사가 적정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인사 절차가 민주적이어야 한다. 권력적 지위를 소위 ‘고시’나 조직 내부의 승진 과정을 거쳐 고위직에 오른 관료들이 독점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최소한, 권력기관의 장은 민주적 선임 절차를 거쳐 임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법원, 검찰, 경찰, 국정원, 기무사 등 우리나라의 주요 권력기관의 장은 대부분 관료조직의 승진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리하여 권력기관들이 위계적 서열 질서를 형성한 관료들에 의해 장악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중앙행정기관의 상당수는 정치인이 장관으로 임명되지만, 차관이나 차관급 외청의 장은 모두 관료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앙행정기관이 기획하고 집행하는 사업들은 해당 부처 관료들이나 이들과 유착된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대민관계에서도 사회적 약자의 민원을 무시하는 갑질이 횡행하고 퇴직관료가 이익집단의 로비스트로 활약하는 등 전관예우가 힘을 발휘한다.

 

진보적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실제 정부 구성과 운영에서 관료들에게 포획당하고 마는 것은 정당 내에 정부운영 능력을 갖춘 정치인이 적기 때문이며, 이것은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퇴행적인 정당법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정무직 공무원의 수가 매우 적다. 정무직 공무원은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거나 의회의 동의나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되는 공무원을 말한다. 적어도 국장급 이상의 공무원들은 정무직 공무원으로 보해야 하며, 실무능력을 갖춘 정무직 공무원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하위직에도 민간전문가를 임용할 수 있는 계약직•개방형 직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 연합뉴스

 

둘째, 독립적인 감사기구가 권력기관을 항시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주요 권력기관의 감사기구는 관료기구의 일부로서 독립성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권한 행사의 적법성과 투명성 여부를 감시하기 보다는 권한남용 등의 비리가 외부로 드러났을 때 이를 비호하고 감싸는 데 급급한 것이다.

 

예컨대 대법원 윤리감사관은 법원 행정처 차장에게 속해 있으며, 현직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검찰청의 감찰본부장은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다. 최근 판사출신 변호사가 감찰본부장으로 임명되었는데, 이제까지는 현직 검사장이 맡아 왔다. 다른 중앙행정기관들도 감사관이 차관 직속으로 편제되어 있다.

 

권력기관의 감사관은 국민 또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부터 직접 그 권한을 위임받아 해당기관을 감사하는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경우, 주요 권력기관의 감사관은 해당 기관의 장과 동급이며, 대통령이 의회의 인준을 받아 임명한다. 그러므로, 해당 권력기관의 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주 정부는 감사관을 주민들이 선거로 뽑는다. 

 

최근 대검 감찰본부장이 조국 수사에 위법한 점이 발견 된다면, 수사팀을 감찰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하여, 청와대가 수사팀에 외압을 가한다고 수구언론이 비난하였는데, 대통령이 임명했더라도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감찰본부장이 독자적으로 수사팀을 감사할 수 없다. 만약 대통령이 의회의 인준을 받아 감사관을 임명했더라면 이러한 외압 시비도 없었을 것이다. 

 

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관 조정, 자치경찰 도입처럼 권력기관의 권한을 분산시킴으로써, 권력기관들 사이에 상호 견제가 이루어지도록 기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겠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자칫 권력기관들이 상호 견제하기는커녕 담합할 수도 있다. 마치 이이제이(以夷制夷)를 기대하여 오랑캐들 사이에 힘의 균형을 이루어 주었더니 오히려 힘을 합쳐 중원을 공격하는 형국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단지 권력기관들 사이의 권한의 분산과 힘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권력기관의 근본적인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권력기관이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주적 통제가 작동해야 한다. 인사와 감사가 민주적 통제의 요체이다. 법원•검찰•경찰 등 주요 권력기관에 정무직 공무원의 수를 대폭 늘리고, 독립적인 감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를 작성한 송병춘 변호사는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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